[월요인터뷰] '힐링 전도사' 이시형 박사 "목표 스트레스에 지친 한국사회 3S로 힐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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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2-24 16:45   수정 2013-02-25 03:48

[월요인터뷰] '힐링 전도사' 이시형 박사 "목표 스트레스에 지친 한국사회 3S로 힐링해야"

팔순에 67번째 책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

오르기만 하려는 등산심리에 정신적 압박감 심하게 받아
폭음·폭식 회식문화 바꾸고 잘 쉬어야 일도 잘돼
열광적 '엔도르핀' 문화 대신 차분한 '세로토닌'이 힐링 도움

< 3S : Slow·Small·Simple >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 이시형 박사가 사는 곳은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서울역에서 자동차로 1시간30분쯤 달리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산중촌락이 나왔다. 강원도 홍천군 종자산길. 수북이 눈 쌓인 잣나무와 편백나무들이 지나온 길들을 잊게 한다. 산세를 따라 들어가니 이내 좁다란 길 위로 오롯한 마을이 눈에 쏙 들어온다. 우리 사는 하늘 아래 이다지도 조용함이 자연스러운 마을이 있었던가.

서울에서 미리 연락해둔 선마을 안내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몇 번을 눌러도 먹통이다. 아, 이곳에서는 휴대전화가 안 된다는 걸 깜빡 잊고 있었다. 심지어 TV나 인터넷, 냉장고도 사용할 수 없는 현대 속 원시림. 길을 몰라 어렵게 발 내딛고 걸어 올라가니 저 멀리 숲에 사람들이 보이고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내려온다. 6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국내 최초의 웰니스 마을을 꾸린 힐링 전도사 이시형 박사다.

3시간 코스의 등산을 다녀온 이 박사는 산행 일행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사람들의 표정이 미소를 머금어 충만해 보였다. 이 박사를 만나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했다. 역시 화두는 ‘힐링’이다. 그는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 최초로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다. ‘배짱으로 삽시다’ ‘이시형처럼 살아라’ 등의 베스트셀러를 펴낸 그가 얼마 전 새 책 ‘이젠 다르게 살아야 한다’를 내놓은 것도 힐링 문화를 촉구하는 연장선이다. 그의 나이 올해 팔순. 벌써 67번째 저서다. ‘노익장’이라기보다 ‘힐링 파워’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대한민국 대표 건강 멘토인 이 박사에게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살아야 하는지’ 물었다.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습니다.

“‘드럼클럽’에 중·고교 선생님들이 왔어요. 드럼클럽은 청소년 인성 교육을 위해 삼성생명이 지원하는 동아리 프로그램입니다. 숲에는 엄청난 ‘힐링 파워’가 있습니다. 세로토닌의 보고(寶庫)예요. 세로토닌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격한 마음을 가라앉힙니다. 숲에 오면 항암세포가 늘어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숲에 다녀온 사람들의 표정이 밝을 수밖에 없죠.”

▷‘힐링 파워’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데, 힐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사회는 너무 격정적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상처 입고 지쳤죠. 그걸 고치려는 심리에서 나온 게 ‘힐링’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40대 남성이 가장 지쳐 있죠. 서울에 있는 제 연구소(서초동 세로토닌연구소)에 ‘40대 남성보호소’라는 방을 만들어 놨습니다. 40대 남성은 가정, 기업, 사회의 기둥인데 기둥이 흔들리고 있어요. 면역력과 자연 치유력을 말하는 방어체력은 40대가 되면 떨어지는데, 거기에 스트레스까지 심하게 받으니 몇 겹은 힘들죠. 그런데 아무도 걱정을 안 해요. 가족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자기 자신도 병에 걸리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 전체가 40대 아빠를 보호해야 합니다.”

▷한국사회가 지쳐 있다고 보는 이유는 뭡니까.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 등산 심리 때문이에요. 지금 1인당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 정도인데 4만달러는 돼야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전혀 증명되지 않은 얘기입니다. 거기에 도달한 선진국의 예를 봐도 그래요. 서울올림픽 때 ‘나는 중산층이다’고 말한 비율이 70%였습니다. 그때 국민소득이 4400달러였는데 2만3000달러인 지금은 반대로 70%가 하층민이라고 생각해요.”

▷힐링을 통해 재충전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보는 거죠.

“‘슬로-스몰-심플’의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작게, 단출하게 살자는 거죠. 여기 홍천에 터를 잡은 지 10년. 전기 휴대폰 TV 등 문명과 차단된 이 재미 없는 마을에서 사람들은 자연식을 먹고, 명상을 하고, 밤 10시면 잠자리에 듭니다. 병을 부르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거죠. 그럭저럭 살 만해도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마음 습관을 들이지 못해서예요. 사회적으로 ‘양극화’라는 말도 쓰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극단적 사고를 부추기죠.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다고는 해도 아직까지는 제일 많은 계층입니다. 하지만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지금 생활에 대한 불만도 커졌으니 스트레스를 받는 것입니다.”

▷새 에세이집의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생활습관 자체를 바꾸자는 얘기입니다. 예를 들면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생활 리듬이 병이 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요. 늦어도 밤 11시에는 자야 합니다. 밤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성장 호르몬이 분비돼요. 잘 자는 아이가 잘 큰다는 것은 이 때문이죠. 그런데 사실은 이게 어른에게 더 필요한 호르몬이에요. 지방을 분해해 배가 들어가게 하죠. 요즘 배 나왔다고 해서 병원 가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복부 비만이 사실 만병의 근원입니다. 한국 사람의 68%가 밤 12시까지 잠을 안 잡니다. 그 시간에 재미있는 TV프로그램이 하니까. TV가 국민의 건강을 해쳐요.”

▷직장 회식문화가 힐링에 가장 큰 적인데요.

“폭음·폭식하는 회식문화는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이게 40대를 정말 힘들게 해요. 일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는 쉬지 않고 일하는 시대는 아니에요.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죠. 한참 공부하거나 일하다 보면 더 이상 머리가 안 돌아갑니다. 자연히 머리를 식히려 휴식을 하죠. 그때 분비되는 게 세로토닌입니다. 정신이 맑아지죠. 기업문화도 세로토닌적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세로토닌 기업문화는 어떤 것으로 봐야 합니까.

“세로토닌은 사람이 너무 극단적으로 가지 않게, 중독되지 않게 ‘조절’하는 물질이에요. 기업도 조금 차분해져야 한다는 얘기죠. 삼성이 한마디로 세로토닌적인 기업입니다. 물론 한 번 결정하면 무섭게 움직이지만 그 전에는 굉장히 신중하게 생각하죠. ‘차분한 열정’이랄까요. 열정이 식어 버리면 곤란하지만 사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신중한 문화도 필요하다는 거죠. 무작정 길을 가다 방향을 잘못 잡으면 시간이 더 오래 걸리지만 지도를 꼼꼼하게 본 뒤 길을 가면 더 빨리 갈 수 있습니다.”

▷직원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지 않을까요.

“오히려 차분히 가는 게 이기는 길입니다. 수많은 기업이 무조건 ‘액션’만 강조하다 실패했어요. 너무 열광적으로 하면 옳은 판단이 안 나옵니다. 그동안 한국은 열광적인 ‘엔도르핀’ 문화였어요. 물론 필요하지만 엔도르핀은 중독성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술, 경마, 카지노 중독자가 많은 이유입니다. 세로토닌이 부족해서 절제가 안돼요. 이제는 스피드만 강조할 때가 아닙니다. 삼성이 많은 돈을 들여 직원들의 명상센터를 짓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봅니다.”

인터뷰하는 중 선마을에서 즐겨 먹는다는 사과가 나왔다. 한 입 베어 먹으니 꿀맛이다. 선마을에서는 친환경으로 재배한 채소와 과일을 보관하지 않고 바로 먹는다. 냉장고를 두지 않는 이유다.

▷선마을의 생활습관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여기 식탁 위에 30분짜리 모래시계가 있지요. 한 끼를 30분 이상 먹고, 한 입에 30번 이상 씹자는 약속입니다. ‘만복중추(식욕이 충족돼 음식물에 대한 욕구가 없어지게 하는 중추)’가 자극받으려면 30분 이상 먹어야 하지만 우리는 10분 만에 후딱 먹어 버리죠. 또 30번 이상 씹는 게 좋은데, 그래야 침이 돌아 소화가 잘 되기 때문이에요. 많이 움직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우리 몸은 걷는 게 즐겁도록 유전자가 설계돼 있죠. 사무실에서 컴퓨터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이 걸어야 건강하게 사는 것입니다.”

▷어떤것이 ‘잘 먹고 잘 사는 법’인가요.

“된장 김치 같은 한국 전통음식이 최고입니다 선마을에서 먹는 것은 대부분 한국 전통음식입니다. 대신 싱겁게 만들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우리나라에 뇌졸중 환자가 제일 많은 것은 짜게 먹어서예요. 깍두기 두 쪽이면 하루에 필요한 소금을 다 먹는데, 설렁탕 한 그릇을 먹으면서 소금 넣고 김치에 깍두기에…. 특히 젓갈은 정말 살인적인 음식입니다. 저염식 하기가 처음엔 힘들지만 의외로 굉장히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국민 건강을 위한 힐링계획은 무엇인가요.

“전 국민을 병원에 안 가도 되는 사람으로 만들겠다는 게 제 계획입니다. 건강한 문화를 만들겠다는 거죠. 작년 한 해 100세 노인이 1200명 늘어났어요. 하지만 100세까지 자기 발로 걸어 다닐 수 있지 않으면 정부에서 들어가는 돈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40~60대 중년들의 허리둘레를 5㎝ 줄일 수 있는 캠페인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꽃피는 3월 기초자치단체 단위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이시형 박사는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자 명강사. 1934년 대구 출생으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예일대에서 신경정신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공부하는 독종이 살아남는다’ ‘세로토닌하라’ ‘배짱으로 삽시다’ 등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2007년 국내 최초의 웰니스마을 ‘힐리언스 선마을’을, 2009년에는 ‘세로토닌문화원’을 건립하며 뇌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365일 무휴로 하루 15시간씩 일을 해도 지난 40년 동안 감기몸살 한번 앓아본 적 없다는 ‘팔순 청년 이시형’의 다음 계획은 경남 함양에 350만평 규모의 자연 속 도시, 세로토닌 드림시티를 만드는 것이다.

홍천=이준혁/박한신 기자 rainbo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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