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식품 향료 만들어 중국 39번째 자산가 우뚝…'돈냄새' 맡는 귀재

입력 2013-03-07 15:31  

글로벌CEO - 주린야오 <화바오그룹 회장>

스무 살에 시작한 향료 무역
1990년대 인공향료 시장 뛰어들어…같은 일 하던 男과 결혼해 사업 확장

'기업 키우기'할 수 있는 건 다 한다
8개 합작회사 만들어 원가 절감…조세피난처까지 활용 홍콩증시 상장

판로 확보·R&D 차별화 전략
자체 연구소 만드는 대신 이미 기술 뛰어난 민간硏에 출자…프랑스 식품업체 다논도 고객으로




외모만 놓고 보면 주린야오(朱林瑤) 화바오(華寶)국제그룹 회장은 우리가 익히 아는 중국 기업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여성인 데다 1970년생으로 이미 마흔을 넘겼지만 어려보이는 얼굴 때문에 평범한 과장급 직원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냘픈 체구에 턱이 갸름한 ‘V라인’ 얼굴로 중국 언론에서는 ‘3대 미녀 기업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주린야오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화바오그룹을 시가총액 기준 중국 최대 향료 제조회사로 키웠다. 담배 냄새를 좋게 해주는 담배 향료부터 식품 등 일상 향료까지 생산하며 관련 시장의 1등 기업에 올랐다. 주린야오 자신도 주목받는 여성 부호가 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그의 재산은 121억위안(약 2조1000억원)으로, 중국에서 39번째 자산가로 이름을 올렸다.

눈에 띄는 외모만큼 회사를 성장시키는 방법도 남달랐다. 다른 회사들과 공동 출자해 모두 8개의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갔다. 우회상장을 통해 홍콩 증권시장에 진출하고, 조세피난처도 이용하는 등 중국 기업가들에게는 낯선 금융기법도 적극 활용했다.

○스무 살에 시작해 결혼으로 꽃 피운 사업

쓰촨성 출신인 주린야오는 1990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만 스무 살의 나이에 베이징에서 개인 사업을 시작했다. 산업용과 개인용 향료를 수입하는 무역회사였다. 당시 고속성장의 초입에 들어섰던 중국에서는 담배나 음식에 쓰이는 인공향료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그는 해외에서 향료를 수입해 들여와 시장을 개척하면서 미래에 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는 자본을 축적해갔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가던 중 1996년 상하이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지금의 남편인 린궈원(林國文)과 만나 결혼한 것. 향료를 수입해 팔던 주린야오와 달리 린궈원은 1990년대 초부터 향료 생산업을 하고 있었다. 이후 그룹의 명칭이 된 화바오는 남편이 2000만달러를 들여 설립했던 회사 이름이다.

향료 무역을 넘어 생산에까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남편과의 만남 때문이다. 린궈원이 본업인 향료의 품질 개선 등에 주력하는 동안, 주린야오는 회사의 외연을 키우며 경영의 주도권을 가졌다. 사업파트너로서, 부부로서 이상적인 역할 분담은 화바오의 성공에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합작회사 설립으로 시장 공략

두 사람의 결합 이후에도 중소 향료기업에 머물렀던 화바오는 2001년 윈난성의 대표적인 담배회사 훙타(紅塔)그룹과 합작사 텐홍(天宏)을 만들면서 고속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화바오가 지분 60%, 홍타가 40%를 보유한 이 회사는 훙타그룹에 담배 향료를 전문적으로 공급했다. 화바오는 텐홍을 통해 훙타에 사실상 담배향료를 독점 공급하게 됐고, 판로를 넓힐 수 있었다. 비슷한 전략적 동업관계를 중국 다른 주요 담배회사들과도 맺어 2004년까지 화바오의 주도로 설립된 향료 합작사는 8개에 달했다.

이 같은 전략은 중국 담배산업의 특성을 간파하고 담배회사들을 만족시킬 만한 해결책을 누구보다 먼저 찾았기에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담배회사는 수익률이 높은 편이며, 이 중 상당 부분은 정부로 흘러들어 공공재정에 쓰인다. 중국 각지의 담배회사들 역시 지방정부의 중요한 버팀목이었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시장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었다. 때문에 중국 각 담배회사는 다른 지역으로의 시장 확대를 통해 실적을 호전시키는 게 불가능했고, 원가를 절감해 수익을 높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기업과 접촉한 주린야오는 합작사를 설립해 담배 향료를 조달하면 큰 폭의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합작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다. 합작사 설립은 화바오가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은 물론, 경쟁자들이 따라 오기 힘든 진입장벽을 설치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컸다.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증시 상장

화바오를 어느 정도 성장시킨 2004년부터 홍콩 증시 상장을 시도했다. 기업을 더 키우기 위해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이를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당시까지는 중국 기업가들에게 생소했던 우회상장이었다.

화바오의 지주회사인 모굴엔터프라이즈를 통해 2004년 초부터 홍콩증시에 상장한 컴퓨터 부품회사 리터(力特)의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했다. 주당 0.1홍콩달러를 치르고 7000만홍콩달러(약 98억원)에 매입한 리터의 주식은 최대주주 변경 사실이 알려진 당일부터 급등해 1.3홍콩달러까지 올랐다.

우회상장을 마무리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까지 이용했다. 상장사를 인수한 뒤 비상장사를 합병하는 일반적인 우회상장의 경우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물어야 할 수 있어서다. 먼저 버진아일랜드에 케맥티브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화바오 자산의 80%를 해당 기업의 명의로 넘겼다. 이후 화바오로 이름을 바꾼 홍콩의 상장사가 자사의 주식을 주고 케맥티브를 사들이는 방식으로 우회상장을 완성했다. 우회상장을 완료한 2006년 6월 주가는 2.4홍콩달러까지 뛰었다. 2007년 11월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8.24홍콩달러에 거래되기도 했다.

화바오가 홍콩증시에 우회상장하는 과정을 거치며 주린야오는 주요 자산가로 올라섰다.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지주회사 소유의 주식을 네 차례에 걸쳐 매각해 44억홍콩달러를 현금화했다. 이미 차익을 실현한 자금과 남아 있는 지분의 가치를 합한 자산은 145억홍콩달러(약 2조원)에 달한다.

○생활용 향료 시장까지 진출

주린야오는 담배용 향료를 넘어 음식을 포함한 일상 생활용 향료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다. 역시 합작사 설립이 주된 방법이다. 생활용 향료 부문에서 업력이 있는 상하이쿵차오(孔雀)와 공동출자를 통해 화바오쿵차오를 설립했다.

연구·개발 역시 독자적인 노력보다는 이미 잘하는 민간 연구기관에 출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2005년 1월 마이푸(麥福)과학기술공사의 지분을 20% 인수한 게 단적인 예다. 이를 통해 향료 제조와 관련된 핵심기술을 습득했다. 화바오는 상하이에 자체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해 향료 관련 연구기관으로는 유일하게 중국 정부가 별도로 지정한 연구센터가 됐다.

담배용 향료와 달리 생활용 향료시장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보장받기 힘들다. 화바오는 국내외 여러 경쟁자들과 경합하면서 판로를 확보해 가고 있다. 프랑스 식품제조업체 다논 등 글로벌 업체들도 화바오의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화바오의 성장 스토리는 여성 기업가의 차별화된 전략이 만들어낸 결실로 평가받는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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