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승부조작

입력 2013-03-08 17:02   수정 2013-03-08 21:31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한국 사람으로 중국 프로축구팀 광저우헝다의 사령탑을 맡고 있던 이장수 감독은 작년 5월 갑자기 경질됐다. 2부리그에서 헤매던 팀에 1부리그 우승컵까지 안겨준 직후라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특정 선수를 쓰라 말라며 승부조작을 시도한 구단 관계자와의 마찰 때문이라는 소문이 퍼졌다. 축구팬들은 ‘헤이샤오(黑哨·승부조작)를 근절하고 이장수를 구하자’는 시위를 벌였다.

승부조작은 뿌리 깊은 악습이다. 로마의 네로 황제도 승부조작의 명수였다. 그는 마차경주에 직접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방식으로 1808회의 우승을 거뒀다고 한다. 마차가 전복돼 결승점까지 가지도 못한 네로 황제의 손을 들어주는 심판이 있었으니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을 듯하다. 당시 심판에게 거액의 하사금이 내려진 것은 물론이다. 또 다른 폭군 코모두스는 요즘의 이종격투기 같은 판크라티온 경기에 직접 출전, 1000번 이상의 연승기록을 쌓았다고 한다. 반란세력에 가담한 상대선수가 제 기량을 펼치는 바람에 그는 목이 꺾여 죽었다.

현대에도 승부조작은 끊이지 않는다. 일본에선 2011년 국기(國技)라는 스모에서 승부조작이 적발되자 2차대전 때도 멈추지 않았던 대회를 중단하고 연루된 선수들을 추방했다. 독일에선 2009년 갱단이 낀 200여건의 승부조작 축구경기가 적발됐다. 이탈리아 명문 축구단 유벤투스의 지안루카 페소토 이사는 승부조작으로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자 투신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스포츠 비리는 도박과 관련이 깊다. 특히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베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판이 커지고 있고, 당연히 조직폭력배들이 몰려든다. 심판이나 선수를 매수하고, 말이 안 먹히면 린치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인터폴은 전 세계 불법 스포츠도박에서 거래되는 자금을 연간 1400억달러로 추정한다. 국내에서만도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500개가 넘고, 거래대금은 4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스포츠의 예기치 못한 승부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 불린다. 고통스러운 땀을 쏟으며 훈련에 매진해 승리라는 환희의 순간을 만들어낸 선수들에겐 존경과 찬사가 이어진다. 그러나 감동과 흥분이 조작에 의해 연출된 것이라면 그것은 배신이고 죄악이다.

프로농구의 강동희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순간의 유혹을 못 이겼다가 검찰에 출두하는 스타감독의 경직된 얼굴이 안타깝다. 서로 짜고 숨기고, 또 속고 속이는 행태는 일상생활에서 겪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스포츠만큼은 땀에 젖은 열정이 꽉 차있는 순정한 모습을 지켜주면 좋겠다.

조주현 논설위원 fore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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