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보장하면 연말까지 2600억 지원
삼성물산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 포기 검토"

“진퇴양난이고 속수무책입니다. 정말 앞이 안 보입니다. 코레일의 제안을 거부하자니 부도로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을 날릴 판이니….”(한 민간 출자사 대표)
15일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새 판을 짜겠다며 코레일이 내놓은 ‘정상화 방안’에 대해 민간 출자사들은 “난감하지만, 결국 ‘코레일 출구전략’에 동의해야 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코레일 새판짜기 가시화
지난 12일 시행사인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가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이자 52억원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코레일 제안이 출자금을 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판단에서다. 랜드마크 빌딩 시공권(1조4000억원)을 내려놔야 할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획득한 권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코레일의 제안(시공권 포기)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주도권 쥔 코레일
코레일의 정상화 방안은 “자금 지원을 통해 용산개발의 파산을 막는 대신 사업 주도권을 완전히 확보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과거에 맺었던 주주 간 협약서와 사업협약서를 없애고 새로운 판을 짜겠다는 의미다.
우선 2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조4000억원의 ABCP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이자를 갚아 부도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코레일의 설명이다. 대신 코레일은 사업 시행사인 드림허브PFV의 이사진 과반수와 설계 및 건축 공사 발주 등 실무를 총괄하는 용산역세권개발(주)의 이사진 과반수를 각각 확보해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게 된다. 박해춘 회장을 비롯한 기존의 용산역세권개발(주) 임원진도 모두 사임하라고 요구했다.
코레일은 인·허가권자인 서울시에도 협조를 요청했다. 각종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광역교통개선대책 부담금 등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6년 여간 재산권 행사가 제한된 서부이촌동 주민의 보상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서부이촌동 부지를 먼저 개발하는 한편 생계 곤란을 겪고 있는 지역 영세 상인 등에 대해 긴급 생계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서울시 산하 SH공사 등이 참여하는 별도의 특별대책팀을 꾸려 111층 높이의 랜드마크 빌딩 층수를 낮추고 과잉 공급 상태인 오피스와 상업시설 비중을 줄이는 등 사업계획 변경도 추진한다.
코레일은 오는 21일까지 정상화방안에 대한 민간 출자사들의 찬반 의견을 수렴해 22일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다.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가 조금씩 양보해 직면한 위기를 벗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민간 출자사 수용할까
코레일과 서울시 산하 SH공사를 제외한 28개 민간 출자사들은 크게 △전략적 투자자 △재무적 투자자 △건설 투자자로 나뉜다. 개발 이익과 건축물 우선 매입권 등을 노리고 사업에 참여한 롯데관광개발 등 전략적 투자자와 KB자산운용 등 재무적 투자자는 사업 무산시 큰 손실을 보기 때문에 코레일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업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은 이미 지난달 설계와 건축 공사 발주 등 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용산역세권개발(주) 지분 45.1%를 코레일에 넘기고 경영권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7개 건설사로 구성된 건설 투자자다. 이들은 랜드마크 빌딩 등 주요 건축물 공사를 유리한 조건으로 수주하기 위해 사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코레일이 공사 원가에 일정한 이익을 보장해주는 ‘코스트+피(cost+fee)’ 방식을 폐지하고 경쟁 입찰을 도입키로 해 이익이 크게 줄어들 처지다. 10조원에 이르는 공사비 중 건설투자자 지분(20%)만큼인 2조원만 보장하고, 나머지 80%(8조원)는 외부 업체에 시공권을 개방한 것도 건설 투자자들에겐 불만사항이다.
이번 정상화 조치로 코레일이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주도하게 됐지만 사업 전문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도심권 역세권 개발 경험이 전부인 코레일이 총 사업비가 31조원에 달하는 건국 이래 최대 개발사업을 혼자서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급등주 자동 검색기 등장...열광하는 개미들
▶[한경 스타워즈] 대회 한 달만에 전체 수익 1억원 돌파! 비결은?
▶ "이효리 제주도에 신혼집 마련" 알아보니
▶ 이경규 '꼬꼬면' 눈물 흘린 이유가…
▶ 성폭행 아니라던 박시후, A양 얼굴 맞대고
▶ "야동 못 끊는 남편 어쩌죠" 女교수 대답이…
▶ 이경규 딸, 라면 CF서 '폭풍 미모` 뽐내더니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국경제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