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인터뷰] 대북정책 전문가 유호열 "朴 대통령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제3의 길 가능성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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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3-17 16:56   수정 2013-03-17 23:34

[월요인터뷰] 대북정책 전문가 유호열 "朴 대통령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제3의 길 가능성 보인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
대화와 압박 넘나드는 '실용'…북한 엘리트 분화 주목할 때

바른사회시민회, 보수 비판하는 보수
젊은 보수의 등장은 새 흐름…대선 계기로 우파들 결집



한국 근대 역사의 정취가 가득한 서울 정동길 골목. 대표적인 우파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이곳에 뿌리를 내린 지 이달로 정확히 11주년을 맞았다.

2002년 3월 발기인으로 참여한 ‘원년 멤버’인 유호열 공동대표(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 등 정치혁신을 위한 ‘국회 다이어트’ 캠페인 등으로 바쁜 시간을 보냈다. 2030세대와 소통을 내세운 ‘토크소나타’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북한연구 권위자인 그를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대표적인 합리적 보수 북한학자로 손꼽히는 그는 북한 내부의 변화를 주시하며 대북 정책의 새판을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5일 정동을 대표하는 건물 중 하나인 성프란치스코 회관 맞은편에 있는 사무실에서 유 대표를 만났다.


▷최근 북한의 대남 위협이 심상치 않습니다.

“과거보다 훨씬 수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달 12일 제3차 핵실험에 성공한 이후 핵능력을 갖췄다는 자신감, 여기에 남북 간 위기를 조성해 북한 내부의 결속을 유도하려는 북한 지도부의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봅니다. 한국 미국 중국 등 한반도 주변국의 리더십이 교체기를 겪으며 상대적으로 취약해진 점도 북한이 협박 수위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동하기도 어려워보입니다.

“북한이 대남 위협에 나서면서 새 정부가 안보-외교-통일 순으로 대북정책의 우선순위를 정리한 듯한 모양새입니다. 즉 튼튼한 안보를 기반으로 주변국과 공조를 강화하면서도, 북한과는 대화를 통한 신뢰구축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기조이지요. 대북정책의 우선순위에 안보를 올리면서도 상황이 안정되면 대화에도 비중을 두겠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보내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북한의 위협에 절제된 반응을 보이며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김정은 체제에 들어서면서 ‘핵 보유국’ 지위를 기정사실화하려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으로 봐야 합니다. 핵 보유가 기정사실화하면 북한이 6자회담에 나갈 이유가 없어집니다. 6자회담은 아직 완전하게 핵을 갖고 있지 않은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기 위한 조건을 협상하는 테이블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로선 북한의 핵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북한과 대화하고 평화를 논의하는 복합적인 구상을 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이번 핵실험 성공에 대해 ‘정치적 쾌거’라고 자찬한 것이죠.”

▷그게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요.

“글쎄요. 북한 내부에서도 핵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겁니다. 핵에 국가적 역량을 ‘올인’하는 노선이 옳은지, ‘핵 보유’가 생존을 보장할 것인지 고민이 생길 수 있어요.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제재에 동참했습니다. 핵만 있으면 외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던 최고 지도부의 메시지가 힘을 잃게 된 겁니다. 김정은은 지난해부터 군부를 교체하고 ‘인민들이 더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지요. 하지만 장거리 로켓 발사와 핵실험 강행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만 더 강화됐습니다. 강경파들이 주도한 핵 중심의 대외전략에 재반격이 시작될 수 있어요.”

▷북한 내부의 변화를 잘 읽어야겠군요.

“김정은 시대로 들어오면서 두드러지는 게 북한 내부 엘리트의 분화입니다. 리영호 전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대표되는 김정일 시대의 군부세력, 특히 김정일 사망 당시 운구차를 이끌었던 4인방이 모두 실각했습니다.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인민군 총정치국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부부장이 다양한 이유로 교체됐고요. 김정은 체제에서 새로운 신뢰그룹이 부상하면 기존 세력과 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구도를 조율할 수 있는 사람이 김정일의 동생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입니다. 하지만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정치력도 약화된 것 같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신다면.

“과거에서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햇볕정책 시절 ‘북한을 도와주면 북한이 평화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식의 포용정책을 썼지만 도움이 안 됐어요. 반면 이명박 정부는 5·24 대북제재조치를 통해 ‘북한의 사과 없이는 모든 것을 단절하겠다’고 했는데, 이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대북정책에서 ‘제3의 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북한은 박 대통령도 비난 했습니다.

“최근 북한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은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 없이 ‘치맛바람’ 정도의 표현에 그치고 있거든요. 전후 맥락을 보면 남한 정부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새 정부의 대북 정책에 당부할 점은.

“북한이 이미 단일화된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2009년 북한의 화폐개혁이 실패한 것은 북한이 이미 국가권력과 시장세력, 평양과 지방으로 이분화됐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각론을 마련할 때 신뢰 구축의 대상이 다양해졌다는 점을 인지하고 각각에 맞는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의 역할도 필요할까요.

“시민단체로서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포함한 모든 것에 목소리를 낼 겁니다. 최근 논평을 내기도 했지만, 박 대통령과 여야가 정당을 초월하는 협력을 통해 강력한 대북 대비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개성공단 근로자 등 국민의 안전에 완벽히 대비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우파 단체로서 독특한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대안이 있는 비판을 하자는 게 모토입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정치개혁이나 기득권 세력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회 가서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강하게 비판했어요. ‘우리끼리 이러기냐’는 원망도 많이 들었지요. 앞으로도 보수를 비판하는 보수의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최근에는 복지와 경제민주화 흐름이 지나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으로 흐르지 않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이슈들이 있습니까.

“예를 들어 중소기업이나 골목상권에 대한 과도한 보호주의는 우리 경제가 가진 역동성을 오히려 해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서울시가 신선식품 등 51개 품목을 대형마트에서 못 팔도록 권고해 논란이 일었지요. 동시에 지식경제부에서 대형마트를 불러 물가안정 협조를 당부하자 기획전 이름으로 할인 행사가 잇따라 열렸지요. 바른사회시민회의 눈으로 보면 이건 모순에 가까워요. 생필품 할인행사로 서민에게 도움을 주라고 하다가, 서민에게 피해를 끼치니 이번에는 팔지 말라는 식이니까요. 대형마트 손발부터 묶기보다는 재래시장의 체질을 살리는 작업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젊은 회원들이 많이 늘었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우파들의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어요. 잘 드러나지 않을 뿐이지요. 연령별 새누리당 지지도를 예로 들면 30대보다 20대에서 높은 ‘J커브’를 그리고 있거든요. 이들은 기본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고 자유민주주의나 시장경제 발전이라는 가치를 탐색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최근 이들 논객을 위한 웹진과 인터넷방송 ‘바른사회TV’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지방의 대학생모임에서 강의를 요청해 내려갔습니다. 비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관변단체 같은 과거 모습과 달리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였습니다.”

▷보수의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을까요.

“젊은 층뿐 아니라 우파 전반의 변화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보수는 기본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는 개인주의 철학을 갖고 있어요. 시민운동이나 단체 활동에 참여하는 데 익숙하지 않고, 어느 정도 단체가 커지면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요. 그런데 지난 대선을 지나면서 보수주의자들이 개인주의의 한계를 느낀 것 같습니다. 50~60대, 심지어 70대도 카카오톡 같은 SNS를 통해 정견을 나누고 공동 행동에 나서기도 합니다. 저도 페이스북 친구가 1700명 정도 됩니다. 젊은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재미가 있어요.”

김유미/조수영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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