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원·달러 '1000원 붕괴설'…제2 키코 사태로 번지나

입력 2013-03-17 17:10   수정 2013-03-17 22:32

원·달러 환율 다시 1110원대로…올해 환위험 관리에 신경써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불과 두 달 전 원·달러 환율이 1050원대 초반으로 하락하자 조만간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던 예측기관과 외환 전문가들이 많았다.

당시 원·달러 환율 결정 요인을 감안하면 이런 예상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 수준으로 떨어졌고, 미국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했다.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 자금 유입이 특별히 늘어나지 않았다.

굳이 따진다면 수출입 규모가 모두 줄어드는 속에 수입이 더 감소해 흑자를 내는 불황형 무역수지와 대내외 금리차를 겨냥해 채권시장에 들어오는 외국 자금만이 환율 하락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1000원 붕괴설은 예측시 흔히 저지르는 ‘루비니-파버의 7대 함정’ 중 환율이 급락하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심리적 편향에 따른 함정’에 걸린 성격이 짙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직후 환율 예상이 크게 빗나가 대규모 환차손에 시달린 경험이 많은 국내 기업들은 환율이 불안할 때 이런 예상들이 나오면 그 정당성을 따지기 전에 쉽게 영합한다. 이번에도 ‘1000원 붕괴설’을 믿고 달러 결제 대금을 미리 원화로 바꾸고, 수입 결제 시기를 늦춰 놓은 기업들이 의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난 현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은 1110원대로 되올라섰다. 당시 1050원에 비해서는 60원, 1000원 붕괴설을 감안한다면 무려 110원이 오른 셈이다. 지금 수준만으로도 잠 못 이루는 기업인들이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기업인은 이러다 ‘제2의 키코(KIKO) 사태’로 악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5년 전 상황으로 되돌아가 보자. 금융위기가 미국에서 발생했던 만큼 아시아 신흥국들은 피해갈 것이라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오히려 미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유입돼 주가가 오르고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 금융회사들은 아시아 금융상품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투자자들도 쉽게 동조해 추천 상품에 대거 가입했다.

하지만 정반대 현상이 발생했다. 주가 하락폭으로 본다면 위기 진원지인 미국의 다우존수지수는 45%에 그쳤던 반면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65%,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75%나 폭락했다. 위기 발생 이후 달러당 850원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원·달러 환율은 거꾸로 1600원까지 올라가 ‘키코 사태’를 낳게 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국내 기업들이 낭패를 본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금융위기 사태 등으로 마진 콜(margin call)을 당하면 경제 여건이 좋은 곳을 디레버리지(deleverage) 대상으로 선택한다는 점과 이들 IB가 고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신흥국의 투자 비중과 레버리지 비율(leverage ratio·증거금 대비 투자금액)이 높았던 점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IB들이 투자 원금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투자자로부터 마진 콜을 당한다. 마진 콜이란 각종 펀드가 수익률 하락으로 증거금에 부족분이 발생했을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글로벌 IB들은 고객으로부터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기기 때문에 마진 콜이 발생하면 반드시 디레버리지 현상으로 연결된다.

디레버리지란 글로벌 IB들이 고객으로부터 마진 콜을 당할 경우 증거금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만약 국제금리가 인상 국면에 놓여 있거나 국제 유동성이 부족할 경우 이 과정에서 신용경색 현상이 발생,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미친다.

특히 이번 금융위기처럼 선진국에서 발생하면 신흥국에 투자한 자금을 우선적으로 회수 대상으로 택한다. 이 때문에 신흥국에서는 외국 자금 이탈에 따라 주가와 통화 가치가 폭락해 정작 금융위기가 발생한 선진국 시장보다 신흥국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이른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나타난다.

원·달러 환율이 1110원대로 올라선 현 시점에서도 10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가시지 않고 있다. 하지만 환율이 더 올라갈 요인도 만만치 않다. 미국 주가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양적완화가 조기에 종료된다면 달러화 강세 요인이다. 북한 사태도 그렇다. 증시, 부동산, 경기 면에서 한국만의 외톨이 현상을 풀기 위해서도 원화 약세가 유리하다.

환율 예측은 어렵다. 그런 만큼 특정 환율 예상치를 믿고 외화를 운용하는 쏠림 현상은 가장 경계해야 할 ‘적(敵)’이다. 특히 지금처럼 국제 통화질서가 재편되는 속에 중심 통화가 혼재하고, 선진국일수록 자국의 이익을 위해 대표적인 근린 궁핍화 정책인 ‘자국 통화의 평가절하’를 서슴없이 추진하는 시대에서는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 덕목이다.

외환 운용의 균형을 유지하려면 적정 환율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 현재 환율이 이 수준보다 높으면 내려가고, 낮으면 올라간다고 예상하고 외화를 운용하면서 최소한 환차손만 피하겠다는 국내 기업들에는 큰 무리가 없다. 참고로 환율구조 모형, 경상수지 균형과 수출 채산성 모델 등으로 파악된 현 시점에서 원·달러 환율의 적정 수준은 107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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