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영국 3위 테스코를 세계 3위로 키운 10가지 비밀

입력 2013-03-21 20:58  

"진실을 마주하라" 등 '뻔한' 답이지만 그 속에 숨겨진 열쇠 있어

풍부한 경험·사례 통해 죽은 조직 살리는 법 제시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10가지 절대법칙
테리 리히 지음 / 차백만 옮김 / 21세기북스 / 440쪽 / 2만3000원



회의실을 가득 메운 영국 정부의 고위관료들이 한 남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방법이 뭐요?” 남자는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33년(최고경영자로는 14년) 동안 일하면서 영국 3위였고 점점 추락하고 있던 기업을 단숨에 영국 최대, 세계 3위의 다국적 유통기업으로 만든 테리 리히다. 그는 “간단하다”고 답한다.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덕이죠. 우리는 단순한 목표를 세웠고, 지켜야 할 가치를 설정했습니다. 목표와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업무 절차를 수립했고, 모든 직원들이 자신의 책임을 확실히 인식하게 했습니다.”

관료들은 그의 ‘뻔한’ 답변에 허탈해하지만, 리히가 그 간단한 답변을 자신의 경험 위에서 설명한 책 《위대한 조직을 만드는 10가지 절대법칙》은 “단순함(simple)을 어리석음(simplistic)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알려준다.

그가 말하는 10가지 법칙은 △진실을 직시한다 △고객충성도를 확보하고 유지한다 △새로운 영역에 진입할 용기를 갖는다 △기업의 핵심 가치를 심어준다 △계획대로 실행한다 등과 같이 여전히 뻔해 보이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는 풍부한 경험에서 얻은 교훈으로 이 항목들에 숨결을 불어 넣는다. ‘10가지 법칙으로 모든 걸 알려준다’는 그저 그런 책이 아니다. 마치 십계명 안에 인간 선악의 역사가 들어있듯, 간단해보이는 저자의 10가지 법칙에는 기억해두고 싶은 조직 운영의 이론과 실제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진실을 직시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저자는 “대부분의 조직은 현실을 보고 싶은 대로 보고 그 기준에 따라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쉬운 길을 택한다”고 말한다. 마케팅이사직을 맡게 된 1992년, 그는 테스코가 ‘기업의 영혼’과도 같은 고객을 위하는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 사실을 마주하기 힘들었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열기로 했다. 대규모 고객조사를 벌였고 이들이 ‘테스코가 자신들을 배신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받아들였다. 테스코는 평범한 사람들의 월급 잔액이 더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원칙을 다시금 깊이 새겼다. 월급으로 자녀들에게 새 신발을 사주고, 휴가를 위해 저축도 하고, 가족과 함께 영화도 보기를 바라는 이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제공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이다.

진실을 마주하는 건 아프지만 거기서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테스코는 1993년 ‘밸류’라는 저가상품군을 도입하며 당시 불황으로 고통받던 고객들에게 ‘테스코가 당신의 편이 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1년 뒤 테스코는 ‘한 명 대기’ 계산대를 만들었다. 만약 계산대 줄에서 내 앞에 두 명 이상 대기하고 있다면 무조건 새로운 계산대를 연다. 그러려면 수천명의 직원을 추가 고용하고 10%의 이익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이로써 고객들의 충성도는 높아지고 매출도 올라가는 선순환 궤도에 올랐다.

1995년 2월에 만든 ‘클럽카드’는 지금의 테스코를 있게 한 아이디어였다. 얼마를 쇼핑하든 1%를 할인해주는 이 카드는 당시로서는 혁명적이었다. 세전이익의 25%를 포기해야 했고 다른 업체들과의 경쟁으로 ‘제로섬 게임’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고객들은 “고맙다”는 말로 보답했다. 이 말을 듣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가. 테스코는 클럽카드를 통해 고객의 충성도를 확보할 뿐 아니라 방대한 고객들의 소비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얻었고, 이로써 마케팅 효과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식료품보다는 서비스 구매에 더 많이 지출하게 되는 사회구조 변화를 놓치지 않고 금융·통신업 등으로 진출한 사례에서는 흐름을 읽는 감각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저자는 경영의 기본 원칙을 실제 적용할 때의 어려움과 과정, 성공과 실패를 TV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설명한다. 경제·경영서지만 에세이를 읽는 것 같은 착각을 부를 정도로 재미있는 것은 치열했던 저자의 고민과 행동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먼저 대형마트 24시간 영업 및 일요일 영업 금지 등의 규제 논란을 겪은 테스코의 사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테스코가 홈플러스와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하고 한국에 진출한 내용도 소개돼 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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