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경영학] 잡스·이건희 없는 노키아 '관료주의 덫'에 걸리다

입력 2013-03-26 17:06   수정 2013-03-26 22:43

노키아 실패에서 배운다

단기간에 수십종 휴대폰 생산…효율적 생산조직으로 승승장구
터치패드 스마트폰 쏟아질 때 대량생산 집착하다 터치기능 외면
시장서 철저히 외면당해 집단지도체제로 리더십 부재
최후 보루 신흥시장서도 추락




2007년 9월 인도 뭄바이를 방문했을 때 인도는 노키아 세상이었다. 휴대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그 무렵, 한 달에 1000만대 이상의 노키아폰이 인도 전역에서 팔려나갔다. 당시 노키아의 인도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었다. 우리 돈으로 1만원도 안되는 저가폰을 포함, 수십여 종의 제품 포트폴리오와 골목길까지 파고든 ‘거미줄’ 유통망을 갖춘 노키아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벽)’이었다. 삼성전자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그러나 6년도 안된 지금,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4일 노키아가 마지막 보루인 인도 시장마저 삼성전자에 내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인도에서 1억4400만대를 팔아 1억7000만대의 노키아를 바짝 추격한 데 이어 올 들어서는 보급형 ‘렉스’ 시리즈에 힘입어 노키아를 앞서고 있다는 내용이다.

노키아는 14년간 세계 휴대폰 시장의 정상에 있다가 지난해 삼성전자에 권좌를 내주고 2위로 밀려났다. 스마트폰 점유율(지난해 기준)로만 보면 삼성이 30% 선인데 반해 노키아는 5%대까지 추락했다.

○스마트폰 등장에 흔들리다

노키아는 1998년 글로벌 휴대폰 1위에 오른 뒤 10년 이상 30~40%대 점유율을 유지했다. 인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시장 점유율은 50~80%에 달했다. 1997년 100억달러 수준이었던 매출은 2007년 700억달러로 10년 사이 7배나 불어났다.

노키아는 어떤 휴대폰 업체보다도 세부적으로 시장에 접근한 회사다. 가격별 고객군별 지역별로 차별화된 수십 종의 제품을 시장에 투입한 것은 성공을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중저가 제품으로 입지를 굳힌 노키아는 글로벌 1위에 오른 1998년부터 저가, 고가군으로 공격적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2000년 이후에는 연평균 30여종의 신제품을 글로벌 시장에 공급했다. 또 고객군에 맞춰 인터넷폰(9000 시리즈), 엔터테인먼트폰(엑스 시리즈), 게임폰(엔게이지 시리즈) 등을 내놨고, 지역별로 마케팅 전략과 투자도 달리했다.

다양한 제품을 수많은 시장에 출시하기 위해 생산 시스템도 효율적으로 구축했다. 노키아는 자동차 회사들의 생산 방식처럼 몇 종류의 기본 플랫폼을 개발해 놓은 뒤 이를 토대로 수십 종의 변형 모델을 짧은 시간에 생산, 세계 시장에 뿌렸다. 물론 원가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이런 생산 방식은 ‘노키아 신화’로 회자됐다.

그 신화가 흔들리기 시작한 건 2008년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자 게임의 룰이 바뀐 것이다. 소비자들은 지역이나 소득·교육 수준 등에 상관없이 스마트폰 등장에 열광했다. 애플은 단 한 가지 종류인 아이폰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는 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 자기만의 스마트폰으로 만들어 쓸 수 있었다. 고객의 다양한 수요에 맞추기 위해 매년 수십 종의 다양한 휴대폰을 생산했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열풍에 당황했다.

노키아는 1996년 세계 최초의 인터넷 접속 휴대폰을 만든 회사였다. 그러나 자신이 시작한 시장에서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자 쉽게 적응하지 못했다. ‘내가 스마트폰 원조’란 생각은 변화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과거의 성공 요인이던 효율성 위주의 문화, 시스템적 접근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려 시도했다.


○과거 성공에 집착, 변화 못해

대표적 사례가 2009년 내놓은 플래그십 스마트폰 N97 모델이다. N97은 당시 트렌드였던 터치기능 없이 출시됐다. 최고급 스마트폰이었던 N97이 왜 터치기능 없이 출시됐을까? 효율성 때문이었다. 초창기 기획단계에서는 터치패널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대량 생산을 하려다 보니 터치패널을 공급할 업체를 찾지 못했다. N97은 스마트폰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쿼티 키보드를 달고 나왔고, 곧바로 시장에서 사장됐다. 사용자 경험을 우선시한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엔지니어에게 수백 번 설계를 바꾸라고 주문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극명히 대비된다.

노키아는 또 다양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자체 스마트폰 운영시스템(OS)인 심비안에 다양한 인터페이스와 버전을 뒀다. 그러나 앱 개발자들은 복잡한 심비안을 기피했고, 노키아는 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효율성 중심의 분업화된 조직체계를 고집한 것도 패착이었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사업에서 하나의 대표적인 플래그십 제품을 만들어 시장의 이목을 끄는 데 실패했다. 대신 여러 제품을 연이어 출시했고 계속된 실패는 브랜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이 역시 삼성이 총력을 집중해 갤럭시S를 출시,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과 비교된다.

노키아의 실패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인 중 하나가 리더십 부재다. 애플은 잡스, 삼성은 이건희란 걸출한 리더십이 있었지만 노키아엔 회사를 한 방향으로 이끌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 없었다. 워낙 시스템적인 회사로 성장해 집단 지도 체제가 자리잡다 보니 사내 정치, 관료주의 등으로 사업모델 변화가 어려운 구조가 됐다.

잘 나가던 신흥시장에서의 추락은 여기에 기인한다. 사실 노키아의 적자 중 상당 부분은 스마트폰이 아닌 기존 휴대폰 시장을 경쟁사에 빼앗겼기 때문이다. 2009년께 자신들의 텃밭이던 인도, 중국에서 경쟁사들이 선불 심카드와 요금제 심카드를 함께 쓸 수 있는 듀얼심카드폰을 내놓고 시장을 공략할 때 노키아는 상당 기간 대응하지 못했고 이는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강력한 리더십 없이 조직이 커지면서 관료주의, 소통 부재로 인해 의사결정이 느려진 탓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부진으로 적자가 늘어나자 본사 차원의 비용 통제까지 심해지며 지역 마케팅을 펼칠 예산도 배정되지 않았다.

김용범 BCG 파트너/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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