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에서 살아 남으려면 '적응' 해라…통신 밖으로 행군하는 '아프리카의 코끼리'

입력 2013-03-28 15:30  

글로벌CEO - 밥 콜리모어 <사파리콤 CEO>

첫 직업은 공예품 팔기
돈 없어 英 명문대 입학 포기…"제대로 된 직업 없으면 나가라"…어머니 따라 통신사 사무직 취직

脫 통신으로 아프리카를 움직이다
은행 대출·송금에 전자투표까지
사파리콤, 단순한 통신사가 아닌 케냐 인구 절반이 이용하는 필수품

계획은 없다 … 적응만 있을 뿐
어떤 상황에서도 배울점 찾아야…임산부 영양개선 등 사회공헌도




그의 고향은 남아메리카 북부 가이아나.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다. 흑인이다. 어머니는 영국까지 날아가 돈을 벌어 가족에게 부쳤다. 12살 때까지 할머니와 살면서 길거리에서 잡다한 장식품을 팔았다. 그 뒤엔 어머니가 일하는 영국으로 갔다. 다들 자신을 워그(wog·유색인종을 모독하는 말)라고 불렀지만, 정작 그 뜻이 뭔지도 몰랐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맞지 않기 위해 존재감 없이 지냈다. 성적은 괜찮았지만 돈이 없어 대학엔 못 갔다. 다시 길거리에서 물건을 팔았고, 보험 판매원으로도 일했다. 어머니의 소개로 우여곡절 끝에 영국의 한 통신사에 사무직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32년 뒤, 아프리카 케냐의 최대 통신회사 사장에 올랐다. 밥 콜리모어 사파리콤 최고경영자(CEO) 얘기다.

○“적응은 나의 힘”

겉으로만 보면 모진 인생이라고 할 수 있다. 콜리모어의 첫 직업은 잡상인이었다. 가이아나 길거리에서 점토로 제작된 공작품이나 코코넛 껍대기로 만든 브로치를 팔았다. 영국에 가서는 16살 때부터 백화점에서 일했다. “새벽 6시에 출근해야 했습니다. 밤 늦게까지 청소하고, 백화점 문을 잠그고 나서야 퇴근할 수 있었죠.” 상처를 받을 법도 하지만 콜리모어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는 최근 아프리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6살이 하는 일 치고는 꽤 힘들었지만, 그래도 중요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상황에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됐죠.”

영국 명문 워릭대 합격통지를 받았지만 돈이 없었다. 입학을 포기하고 런던 하이드파크 근처에서 유화를 그려 팔았다. 아들이 측은한 마음이 들 법도 했지만, 어머니는 단호했다. 콜리모어는 “어머니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하면 나를 쫓아내겠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어머니가 일하던 브리티시텔레콤에 사무직으로 들어갔다.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10여년 정도 일하다 1993년 다른 통신사인 셀넷으로 옮겼다. 휴대폰의 개념이 처음 생겨날 때였다.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셀넷에서 일하는 게 좋았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었으니까요. 이 분야의 규칙은 없었고, 우리가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위험을 감수했습니다. 자주 실수를 했지만, 그게 좋은 거였죠”라고 말했다.

이후론 승승장구했다. 모바일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아 1998년 또 다른 통신사인 보다폰의 휴대폰 구매 담당으로 영입됐다. 2003년엔 일본으로 건너가 보다폰의 ‘제이폰’ 인수를 주도했다. 2006년 보다폰의 아프리카 총괄로 자리를 옮겼고, 2010년 마침내 사파리콤 CEO가 됐다. 보다폰은 사파리콤 지분 40%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케냐를 움직이는 사파리콤

케냐에서 사파리콤은 단순한 통신사가 아니다. 은행이기도 하고, 국가의 선거를 관리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케냐 인구 절반가량이 이 통신사를 이용한다. 케냐 인구 4400만명 중 1900만명이 사파리콤의 회원이다. 케냐 성인 인구 수와 비슷하다. 케냐의 유선전화 보급 수보다 사파리콤 회원 수가 더 많다. 작년 매출은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를 기록했다.

‘엠파사’라는 송금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역 은행이 잘 발달하지 않은 케냐에서 모바일 결제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케냐 사람들은 엠파사로 서로 돈을 주고받을 수 있고, 각종 공과금도 낼 수 있다. 엠파사 회원은 1500만여명. 케냐 국내총생산(GDP) 424억달러의 30%가량에 달하는 액수가 엠파사를 통해 거래된다.

엠파사는 케냐의 금융 환경을 바꿔놨다. 대출 회수율이 늘었고, 자금 거래가 투명해졌다. 예전에는 회사나 국가기관의 고위직이 직원 월급의 일부를 떼먹는 일이 많았지만, 엠파사가 생겨난 이후론 크게 줄었다. 아프가니스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인도에서도 엠파사를 쓴다.

최근엔 ‘엠스와리’라는 저축 및 대출 서비스도 내놨다. 아예 은행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집이 불에 타면 장롱의 돈도 타버립니다. 엠스와리에 맡기세요”가 광고 문구다. 케냐에선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5년 전 총선에서 부정선거 논란이 있었을 때 폭동으로 약 1100명이 죽고, 10만가구의 집이 불타거나 약탈당했다. 66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선거에서 투표 결과도 사파리콤의 네트워크를 통해 집계소에 전달된다. 투표 조작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사파리콤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투표 안내를 한다. 콜리모어는 “사파리콤은 케냐 민주주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선거 기간 때면 사파리콤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려 다운될까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도전하고 헌신하라”

콜리모어는 성공의 비결로 ‘열성과 회복’을 강조했다. 그는 젊은 사업가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헌신하라, 그리고 참을성을 가져라, 성공은 실수와 잘못된 결정과 뒤틀린 계획으로 가득찬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패해도 상처받거나 좌절하지 말고, 계속 도전하라는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계획 같은 건 세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남미의 소국 가이아나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일하다 일본을 거쳐 지금은 아프리카에서 일하고 있는 그로선 그럴만한 대답이다. “어느 상황에 처하든 최선을 다합니다. 그리고 뭘 배울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누구에게든, 어디서든 배울 건 있기 때문이죠.”

그에겐 사실상 조국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케냐가 조국”이라고 말한다. 사파리콤은 케냐에서 고아를 보살피고, 임산부들의 영양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주변의 부모 없는 아이들을 보살폈습니다. 사람들은 나의 인생이 힘들었다고 말하지만, 사실 많은 도움을 받고 살았습니다. 남은 인생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도울 것입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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