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소급과세 억울" 줄소송 예고…국세청 "바뀐 세법대로 했을 뿐"

입력 2013-03-31 17:04   수정 2013-03-31 23:48

'회계상 영업권'뭐길래 세금 폭탄…합병 기업 초비상

장부에만 적힌 영업권, 합병 차익으로 간주
2007~2010년 사이 M&A기업 70곳 사정권



국세청이 동부하이텍 등을 시작으로 기업 간 합병 사례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해석하기 나름인 ‘회계상 영업권’이 탈세 수단으로 이용된다고 보고 과세의 칼을 빼들었다. ▶본지 3월29일자 A1면 참조

해당 기업들은 법대로 합병했는데 새 정부 출범 후 세수 확보에 힘쓰고 있는 국세청이 변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무당국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처사라며 줄소송도 불사할 태세다. 국세청은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법을 개정했다”고 반박한다.

○“회계상 영업권도 합병 차익”

국세청은 2007년 이뤄진 기업 합병을 이유로 3월13일부터 29일까지 5개 기업에 법인세를 잇달아 부과했다. 동부하이텍, 오성엘에스티,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SM C&C, 예당컴퍼니, 에스비엠 등이다. 다만 에스비엠은 대주주 횡령 혐의 등으로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아 과세 실익이 없다고 보고 3월22일 추징을 취소했다.

국세청은 이들 기업이 회계상 영업권으로 합병 차익을 봤다며 법인세와 가산세를 물렸다. 일반적으로 물건을 사고팔면 파는 쪽에 양도세를 매긴다. 기업을 인수할 때 내는 법인세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주식을 인수해 경영권을 가져온다면 주식을 파는 기업 대주주에 양도세를 부과한다.

기업 합병은 좀 다르다. 대부분 합병법인과 피합병법인의 주식 교환으로 진행된다. 주식을 받았다 하더라도 파는 순간까지 양도 차익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 세금은 없다.

그러나 이번 국세청 과세 논리는 달랐다. 주식을 팔기 전이라도 합병법인이 합병 차익을 얻었다고 봤다. 그 핵심이 회계상 영업권이다.

상장사 주식 가치는 규정(증권거래법 시행령 제84조)대로 최근 한 달간 주가 등을 참고한다. 그런데 주식 가치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해당하는 순자산가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피합병법인의 주식 가치는 1억원인데 순자산가치는 5000만원으로 나올 수 있다. 이때 합병법인은 피합병법인의 순자산가치 5000만원을 회계장부의 자산 계정에 기재하고 영업권이라는 계정으로 나머지 5000만원을 적는다. 지식재산권 같은 일반적 의미의 영업권과는 달라 이를 회계상 영업권이라고 부른다.

동부하이텍은 2007년 동부일렉트로닉스를 합병할 때 2932억원만큼 회계상 영업권이 발생했다. 동부하이텍은 이 금액을 장부에만 적어놓고 상각하지 않았다. 자산은 매년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기업들은 감가상각을 한다. 그러면 이것이 비용으로 처리돼 이익이 줄어 법인세를 덜 낼 수 있다.

그런데 국세청은 감가상각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법인세를 물렸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국세청은 단순히 장부상 적어놓은 영업권이라도 자산 가치가 증가한 만큼 합병 차익이 발생했다고 해석했다”며 “언젠가 기업이 회계상 영업권을 상각해 비용으로 떨궈 세금을 피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소급 적용할 수 있느냐가 관건

국세청은 같은 논리로 다른 합병 기업에도 법인세를 물릴 방침이다.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는 제척 기간(5년)이 끝나지 않은 기업이 국세청 사정권 안에 있다.

하지만 2010년 6월 회계상 영업권을 합병 차익으로 보고 과세할 수 있도록 세법을 개정해 실제 조사 대상은 2007년 4월부터 2010년 6월까지 합병한 기업이다. 또 비상장사 가치는 순자산가치로만 평가해 회계상 영업권이 발생할 수 없어 비상장사 간 합병은 제외된다. 상장사 간 합병이라도 주식 가치가 순자산가치보다 낮아 회계상 영업권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도 예외다. 박영욱 법무법인광장 변호사는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이상인 상장사가 합병한 경우가 우선 조사 대상이 된다”며 “하지만 예전의 일에 대해 소급해 과세할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세청 조사 목록에 오른 기업이 70개 정도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2007년부터 2010년 6월까지 상장사가 들어간 합병 건수는 6배 이상인 400여건에 달한다.

국세청은 계열사 간 합병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를 동원해 피합병법인의 주가를 부양해 합병하는 경우가 코스닥시장에서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07년부터 2010년 사이 동부하이텍과 비슷한 방법으로 합병한 모든 기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법인세를 물릴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정성택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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