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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도자-인수자 밸류에이션 갭 올들어 크게 줄어"
- 한국시장 무덤덤해 북핵위협이 M&A시장에 주는 영향 제한적
"미국의 상장기업을 포함해 올해는 한국기업이 전세계를 놀라게할 만한 해외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용국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한국사무소 대표 변호사와 한상진 변호사는 1일 서울 을지로 페럼타워 사무실에서 가진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1995년과 2007년에 이어 올 한해 한국기업이 해외기업을 사들이는 '제3의 크로스보더 M&A의 물결'이 일 것으로 예상했다.
한상진 변호사는 "지난 5년간 이뤄졌던 대형 M&A는 자원 업종에 국한됐다"며 "올해는 거의 모든 산업 부문으로 업종이 확대됐을 뿐만 아니라 인수대상 기업의 지역 또한 미국과 유럽, 아프리카 등으로까지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KT가 진행하고 있는 모로코 마록텔레콤 인수다. 인수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마록텔레콤 인수에 성공하면 KT는 국내 기업 사상 최대규모의 해외 M&A 기록을 갈아치우게 된다. 클리어리 고틀립은 KT를 법률자문하고 있다.
한 변호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매도자와 인수자가 기대하는 가격격차(밸류에이션 갭)가 올들어 크게 좁혀졌다"며 "이미 주관사를 선정해 거래를 진행시키고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말했다.
◆올해 '크로스보더 M&A 제3의 물결' 일어날 것
클리어리가 보는 한국 크로스보더 M&A의 제1물결은 1995년이다. 이 해 삼성전자는 전세계 6위권 개인용 컴퓨터(PC) 업체인 미국 AST리서치를, 라이벌인 LG전자는 미국 텔레비전 제조업체인 제니스를 인수했다. 제2물결은 두산의 밥캣 인수와 STX조선의 아커야즈 인수, LS전선의 수피리어에섹스 인수 등이 줄을 이었던 2005년이다.
한 변호사는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는 올해에는 미국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거래가 시도되는 등 깜짝 M&A거래가 등장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만 협상이 아직 초기단계여서 깜짝 M&A거래는 하반기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 변호사는 "정권이 바뀐데다 연말·연초 인사이동으로 M&A 담당자들이 교체되면서 기업들이 1분기들어 거래진행 속도를 일시적으로 늦춘 상태"라고 말했다.
변수는 인수 후 통합작업(PMI)이다. 한국기업의 해외 M&A가 대부분 실패로 결론난데는 PMI 전략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게 M&A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미국 수피리어에섹스를 인수한 이후 단 4명의 한국직원만 파견한 LS전선의 PMI 전략을 참고할만 하다"고 말했다.
PMI 전략이 고민스럽다면 베르사체 등 M&A 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명품 브랜드를 인수하는 전략도 참고할 만하다는 의견이다. 한 변호사는 "가방브랜드 만다리나덕을 인수한 이랜드의 사례에서 보듯 명품브랜드를 인수하는 목적은 중국시장을 공략하려는 것"이라며 "명품브랜드는 제조는 외주에 맡기고 브랜드와 상표권(IP) 등만을 보유한 특성상 PMI 작업이 필요없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입장에선 보다 쉬운 M&A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기업, 바이아웃 기회 열린 한국·호주 주시
그는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을 인수하는 인바운드 거래에 주목할 것을 당부했다. 아시아를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투자금은 엄청나게 쌓여있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변호사는 "해외기업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중국기업은 법적으로 지분 51% 이상을 인수하는 바이아웃 인수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그나마 덩치가 큰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 있는 나라는 한국과 호주뿐"이라고 설명했다.
북핵위협이 한국 투자은행(IB) 시장에 주는 영향은 의외로 미미하다는게 클리어리의 진단이다.
이용국 변호사는 "북한의 위협강도가 예년보다 훨씬 강했지만 결국 한국 주식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한국시장이 둔감하기 때문에 M&A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클리어리는 M&A나 기업공개(IPO) 등 기업금융(IB) 업무에 관한 한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로펌 가운데 하나다. 가장 오랫동안 한국과 관련한 거래를 담당한 외국계 로펌으로 꼽힌다. 1992년부터 한국의 기업금융 업무를 자문해왔다. 한국과의 오랜 인연을 바탕으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한국 은행권의 대외채무 구조조정과 1998년 4월 대한민국 정부 최초의 해외국채였던 40억달러 규모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을 자문했다.
뉴브리지캐피털의 제일은행 인수와 매각, 칼라일 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와 매각 등 스탠다드차타드은행과 한국씨티은행 출범의 산파역을 맡기도 했다. 한미간에 성사됐던 대형 M&A 5건 가운데 3건을 자문하고, 한국증시 사상 최대규모였던 삼성생명의 상장을 성사시킨 숨은 주역이기도 하다. 본격적인 한국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지난해 10월 한국사무소를 열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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