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믿기지 않지만…사실!' 트루먼 이야기

입력 2013-04-04 16:43   수정 2013-04-04 21:37

퇴임 후 훈장도 예우도 모두 사양…현직땐 인기없었지만 훗날 재평가
한국 사회 지도층 행태 보면 답답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새 정부 출범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진행 중인 인사청문회가 답답하다. 국적, 병역,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표절과 전관예우 등등 떳떳지 못한 행태들이 보기 안쓰럽다. 차라리 먼저 ‘후보 제척(除斥) 규정’을 만들고 시작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우리 사회의 질척거리는 꼴을 보며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며 인터넷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미국의 33대 대통령 트루먼(1884~1972)의 일화다. 작년 여름 한국의 7급 공무원 시험에 이 내용이 영어 문제로 나온 일도 있다. 그 ‘믿기 어려운 사실’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트루먼 부부는 손수 차를 몰아 미주리주에 있는 옛집으로 돌아갔다. 그 집은 유산으로 얻은 처갓집인데, 은퇴한 전직 대통령 부부의 거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경호원도 없이 그는 한 해에 1만3500달러의 군인 연금으로 살아갔다. 그때까지 대통령 연금제도는 없었고, 그가 받은 연금은 포병 장교로 1차대전에 참전했기에 나오는 것이었다. 지금 환율로 한 달에 100만원 남짓이지만, 물론 1953년에는 훨씬 많은 돈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전직 대통령으로는 턱없이 불편한 액수였다. ‘전직 대통령 대우법(Former Presidents Act)’은 1958년에 생겨 1년에 2만5000달러를 받게 되었는데, 바로 트루먼 때문에 생긴 법이었다. 당시 생존한 전직 대통령은 후버(31대)와 트루먼 둘뿐이었는데, 후버에게 그 정도는 필요하지도 않았다니 트루먼을 위한 연금이었던 셈이다.

1971년 그의 87회 생일에 미국 국회는 그에게 최고 명예훈장 수여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는 사양했다. 자신은 일생에 표창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없다며 이를 거절한 것이었다. 더구나 퇴임 후 여러 기업체에서 초빙했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자리다. 하지만 그것은 내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의 것이고, 또 그것은 상품이 아니다”라며.

오늘날 한국의 고위직들이 ‘전관 예우’니 ‘사외이사’니 하면서 권력을 휘두르며 축재하는 모습과는 크게 다르다. 그들이 트루먼보다 정말로 뛰어난 재능을 갖춰서가 아니라, 그들의 인맥을 활용하기 위해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어려서 육사 생도를 꿈꾼 트루먼은 눈이 나빠 웨스트포인트를 포기했고, 상업학교를 겨우 한 학기 마쳤다. 농사를 짓던 그는 고향의 법률학교를 2년 다녀 변호사의 길로, 그리고 정치가로 변신했다. 1900년 이후 미국 대통령 가운데 유일한 고졸 학력자로 꼽힌다.

그가 루스벨트와 짝이 돼 정·부통령에 취임한 것이 1945년 초, 이미 쇠약했던 루스벨트는 얄타 회담을 마치고 귀국하자 바로 사망했다. 트루먼은 부통령 82일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그는 2차대전을 마무리했고 러시아와의 냉전, 새로 등장한 공산 중국, 그리고 6·25전쟁에 대처했다. 원자탄 사용으로 일본을 제압해 수많은 미국인을 구했지만, 같은 원자탄을 만주에 쓰자는 맥아더 장군은 파면했다. 과단성 있는 정치가였다.

대통령으로서 트루먼은 인기가 별로였다. 1948년 말 그는 20%나 뒤지는 여론조사 결과를 막판 뒤집기로 재선에 성공했다. 오죽하면 선거에서의 막판 역전을 ‘트루먼 효과’로 부를 정도다. 게다가 그가 물러난 1953년 그의 인기는 미국 대통령 역사상 바닥이었다. 22%였던 그의 뒤를 이은 최저 인기 대통령은 1974년의 닉슨(24%)이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그의 위상은 높아져 2009년 트루먼의 인기는 44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5위였다.

역사란 참 얄궂다. 우리 높은 분들도 좀 점잖게 살아주셨으면 좋겠다. 높은 자리란 바로 그 높이만큼의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것이야 다들 아실 터인데, 너무 심하지 않은가?

박성래 <한국외대 명예교수·과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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