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순자산 年 30% 늘어…홍콩·싱가포르 증시에 교차상장 추진

입력 2013-04-11 15:31  

Cover Story - 삼성자산운용

ETF 개척자로 우뚝

'KODEX 200'등 29종 상장
첫 상장땐 투자자들 '시큰둥'…ELW 규제 심해지자 본격 개화

저렴한 운용 보수는 덤
레버리지·섹터 등 맞춤형 투자…개인 투자자 저변 지속 확대




삼성자산운용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명실상부한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지난 4월5일 기준 16조265억원인 국내 ETF 시장(순자산 기준)에서 삼성자산운용의 점유율은 52%(순자산 8조2873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ETF 순자산 총액은 2009년 이후 해마다 30% 이상 늘었다.

현재 상장된 삼성자산운용의 ETF는 총 29종으로 코스피200지수를 따르는 ‘KODEX 200’을 비롯해 주가지수 레버리지, 산업 섹터, 해외 증시, 채권, 원자재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ETF를 통해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필요에 맞는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ETF 투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ETF 1위 업체 지위를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10년 투자’ 결실을 맺다

삼성자산운용이 ETF 시장에서 이 같은 자리에 오른 것은 지난 10년간 꾸준히 상품 개발과 마케팅에 투자한 결과다. 삼성자산운용은 2001년 ETF 시장 진출을 준비했다. 황영기 전 사장이 세계 최대 인덱스펀드 운용업체 뱅가드 창업자인 존 보글이 쓴 ‘뮤추얼 펀드에 대한 상식(Common Sense on Mutual Funds)’을 담당자들에게 직접 권하며 연구를 독려했다. ETF 사업팀은 황 전 사장과 함께 이 책을 직접 번역해 ‘승자의 게임’이란 제목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2002년 10월 KODEX 200을 상장한 직후 몇 년간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당시 급성장한 액티브 주식형 펀드의 위력 때문이었다.

삼성자산운용 ETF의 ‘산 증인’이라 할 수 있는 배재규 패시브본부장(전무)은 “당시 증권회사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면 ‘액티브 펀드에 맡기면 10% 넘게 받을 수 있는 데 왜 주가지수하고 같은 성과를 내는 ETF에 들어야 하느냐’며 시큰둥한 질문을 받는 것이 다반사였다”고 회상했다. 2005년 말 순자산 총액은 5367억원으로 3년 전(2337억원)에 비해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6년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ETF를 활용한 신탁형 투자상품을 내놓고, 대우증권 등 증권사들이 출시한 주식형 랩 어카운트 상품이 인기를 끌자 조금씩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2010년엔 ETF 시장이 개화하기 시작했다.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가 심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와 인버스 ETF를 조합한 매매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서 거래량이 대폭 늘었다.

또 주식시장이 박스권에 갇히면서 액티브 펀드가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면서도 제반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이었다. 기관투자가들도 인덱스펀드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삼성자산운용의 ETF 순자산 규모는 2008년 말 1조8465억원에서 2010년 말 3조2620억원, 2011년 말 5조5125억원, 2012년 말 8조623억원으로 급증했다.

◆“모든 투자 ETF로 가능하게 할 것”

삼성자산운용은 ETF를 통해 국내 주식이나 채권은 물론이고 해외주식, 해외채권, 원자재, 외환, 부동산 등에 투자할 수 있도록 상장 종목 숫자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배 전무는 “ETF의 장점은 단순히 보수가 싸다는 것뿐만 아니라 레버리지, 섹터 지수, 채권, 원자재 등 다양한 상품을 활용해 맞춤형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TF를 통해 다양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하면 이를 일종의 플랫폼으로 삼는 독자적인 투자 생태계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략에는 증권사 영업에서 자산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면서 ETF가 각광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다. 미국의 경우 자산관리시장에서 전체 운용자금의 52% 정도를 은행·증권사와 관련이 없는 독립재무설계사(IFA)들이 담당하는데, 이들이 미국 ETF 시장의 ‘큰 손’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별도 매매수수료 없이 정해진 운용보수를 받기 때문에 액티브 펀드는 오히려 기피 대상이다. 배 전무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ETF만큼 손쉬운 수단이 없다”며 “기관투자가들도 투자 자산을 다변화하면서 ETF 활용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증권사에서 투자설명회를 하는 데 70대 할아버지께서 맨 앞줄에 앉아 계셔서 여쭤보니 ‘몇해 전 자동차 ETF에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뒤 섹터 ETF 투자에 눈떴다’는 답을 들었다”며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저변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TF도 품질 경쟁… 해외진출 모색

지난해부터 보수 인하 경쟁이 불붙는 등 ETF 시장을 둘러싼 운용사 간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자산운용은 상품 경쟁력과 사후관리 등을 통해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배 전무는 “삼성자산운용만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운용사는 없다”며 “고객들이 KODEX ETF를 통해 각자의 필요에 맞는 투자전략을 쓸 수 있도록 상품 및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 전무는 개인 고객들이 스스로 ETF를 활용한 모델 포트폴리오를 짤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현재 29개인 종목 숫자도 늘려갈 계획이다. 올해 예정된 합성 ETF 상장 허가에 맞춰 국내 및 해외 채권 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ETF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원자재 등 실물 자산을 추종하는 ETF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보수 인하도 고려하고 있다.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운용은 2007년 KODEX200을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에 교차 상장했고, 태국 증시에 처음으로 ETF가 상장될 때 자문사로 참여한 경험이 있다. 국내에 상장한 ETF를 일본, 홍콩, 싱가포르 증시에 교차 상장해 해외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들일 계획이다.

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신흥국 시장에 ETF 노하우를 수출할 방침이다. 배 전무는 “아시아 지역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ETF 시장을 만든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며 “그만큼 국제적으로도 경쟁력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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