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3.5m 버디 잡은 스콧…호주의 그린재킷 '숙원' 풀다

입력 2013-04-15 17:14   수정 2013-04-15 23:50

7번 준우승한 호주의 恨 풀고 마스터스 제패
최근 6개 메이저중 4개 '롱퍼터 챔피언' 탄생



“오지(Aussie·오스트레일리아 사람)! 오지! 오지!”

호주 퀸즐랜드주의 주도 브리즈번에서는 15일 오전 출근시간에 이 같은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이곳 출신인 애덤 스콧(33)이 제77회 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한 장면이 TV 화면에 계속 나오자 시민들은 열광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채널에선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의 학교예산 증액 관련 연설 장면이 나왔으나 스콧의 우승 소식에 파묻혀 버렸다. 출근길 시민들은 호주인이 우승을 계속 놓쳤던 ‘오거스타의 저주’가 드디어 풀렸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스콧은 호주의 숙원이었던 ‘그린 재킷’(마스터스 우승자에게 입혀주는 옷)을 차지했다. 그는 ‘백상어’ 그레그 노먼의 3차례 준우승을 포함해 지금까지 마스터스에서 총 7차례 준우승에 그친 호주인의 한을 풀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스콧은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앙헬 카브레라(아르헨티나)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번째 홀에서 승리를 낚았다.

이번이 12번째 마스터스 출전인 스콧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획득했고 호주 선수 최초의 마스터스 챔피언이 됐다. 우승 상금은 144만달러(약 16억3000만원). 가슴에 퍼터그립을 대고 빗자루를 쓸듯이 퍼트하는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는 스콧은 마스터스에서 처음으로 롱퍼터를 사용해 우승한 선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로써 2011년 PGA챔피언십(키건 브래들리), 지난해 US오픈(웹 심슨) 브리티시오픈(어니 엘스) 등 최근 열린 6개 메이저대회 가운데 4개 대회에서 롱퍼터 사용 선수들이 우승했다.

스콧과 카브레라는 연장 첫번째 홀(18번홀·파4) 세컨드 샷에서 모두 그린 초입에 떨어진 볼이 뒤로 굴러 온그린에 실패했다. 그린 주변에서 벌인 ‘칩샷 대결’에서 카브레라가 친 볼은 홀을 스치고 지나가는 안타까움을 남겼다.

두 선수는 파로 비긴 뒤 10번홀(파4)에서 치러진 연장 두번째 홀에서 나란히 버디 찬스를 만들었다. 카브레라의 4.5m 오르막 훅라인 퍼팅은 홀 위쪽으로 살짝 올라가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카브레라는 무릎을 꿇은 채 아쉬움을 달랬다. 스콧은 홀 오른쪽에서 자신의 키 만큼이나 기다란 퍼터로 3.5m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시킨 뒤 두 팔을 번쩍 들어 승리의 기쁨을 표시했다.

큰 대회에서 마음이 약해 우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새가슴’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던 스콧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7월 열린 브리티시오픈 마지막 4개홀에서 연속 보기를 하면서 우승컵을 내준 악몽을 떨치게 됐다.

두 선수는 이에 앞서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낚는 명승부를 펼쳤다. 스콧은 6m 버디 퍼팅을 성공시켜 1타차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마치 축구 월드컵 결승전에서 호주가 아르헨티나를 꺾은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조에서 플레이한 카브레라도 자신의 마스터스 출전 사상 900번째 홀인 이 홀에서 7번 아이언 두번째 샷을 홀 90㎝ 옆에 붙여 가볍게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는 타이거 우즈(미국)에 이어 다른 선수와 마스터스를 제패하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호주는 그동안 7차례 준우승에 머문 ‘오거스타 징크스’에서 벗어났다. 호주 선수들은 브리티시오픈에서 9차례 우승했고 PGA챔피언십 4회, US오픈에서 2회 정상에 올랐지만 유독 마스터스에서는 우승하지 못했다.

1950년 짐 페리어에 이어 1972년 브루스 크렘턴, 1980년 잭 뉴튼이 마스터스 우승에 도전했지만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1980년대 노먼이라는 스타 플레이어가 등장하면서 큰 기대를 했으나 1986년과 1987년 2년 연속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96년에도 준우승에 그쳤다.

2011년에는 제이슨 데이와 스콧이 나란히 공동 2위, 제프 오길비가 공동 4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권에 세 명이나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은 찰 슈워젤(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돌아갔다. 올해 만일 스콧이 연장전에서 졌더라면 데이가 단독 3위, 마크 레시먼이 공동 4위에 오르는 등 2~4위를 휩쓸면서 ‘호주 징크스’가 더 도드라질 뻔했다.

스콧은 “마스터스에서 호주 선수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했다니 믿기지 않는다”며 “우승의 일부는 나에게 많은 시간과 영감, 신념을 준 그레그 노먼 덕분”이라며 그에게 공을 돌렸다.

마스터스에 처음 출전한 재미교포 존 허(23)는 마지막 날 이글 1개, 버디 6개, 더블보기 1개, 보기 2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의 맹타를 휘둘러 합계 2언더파로 공동 11위에 올라 16위까지 주는 내년 마스터스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경주(SK텔레콤)는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합계 5오버파 공동 46위, 재미교포 케빈 나(타이틀리스트)는 합계 13오버파 59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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