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내 안의 광기가 전봉준의 처참한 실존 묘사했다"

입력 2013-04-18 17:12   수정 2013-04-18 23:36

저자 인터뷰 - 6년만에 장편 '겨울잠, 봄꿈' 펴낸 한승원씨

실패한 개혁세력인 전봉준, 한국인 영혼 속 그림자 같아
한 편의 영화 같은 작품



“전봉준은 실패한 개혁세력이지만 그의 잔영은 현대사회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고 봅니다. 지나간 역사 인물이 아니라 우리의 영혼 안에 있는 그림자랄까…. 그의 저항과 실패가 오늘날 한국이 성공하는 데 힘을 주는 실마리라는 생각으로 작품을 썼습니다.”

원로 소설가 한승원 씨가 6년 만에 장편소설 《겨울잠, 봄꿈》을 발표했다. 그는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어지러운 싸움판 같은 세상에 남아 있는 참사람 하나가 전봉준”이라며 “그의 절대 고독과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안도현 시인의 시 ‘서울로 가는 전봉준’도 모티브가 됐다.

소설은 전봉준이 패장으로 붙잡혀 한양으로 끌려가는 ‘죽음의 길’을 집요하게 그린다. 1894년 겨울부터 1895년 봄까지의 시기다. 온몸을 얻어맞아 다리가 부러진 데다 옷 속에서 들끓는 이로 인한 고통, 속 시원히 할 수 없는 배변, 백성에게 빼앗아 온 기름진 음식을 먹이는 고문 같은 끼니 등을 견디는 전봉준의 실존을 처절하게 그렸다. 작가는 “내 안에 있는 어떤 ‘악마성’이나 광기가 이토록 처참하게 실존을 그리게 하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이 고통을 참으면서도 전봉준이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나를 죽이되, 종로 네거리 한복판에서 참수하라. 나의 피가 삼천리 방방곡곡으로 번져가게 하라.”

전봉준을 잡은 일본은 앞으로 조선을 지배하는 데 내세우기 위해 그를 회유한다. “일본에 협력한 다음 미국 유학을 다녀와 조선의 새로운 지도자가 되라”는 것. 소설은 조선의 탐관오리뿐 아니라 일본과 전봉준의 대립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일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다분히 부정적이다.

“기록에 의하면 신라 때부터 조선 후기까지 동해와 남해 사람들은 일본 해적들에게 시달려 왔습니다. 결국 나라마저 일본에 빼앗기게 되죠. 오늘날까지 독도에 집착하는 걸 보면 일본과 한반도는 앙숙일 운명인 것 같습니다.”

작가는 역사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써 왔다. 그는 전봉준이나 정약용 등 위인뿐 아니라 악인들에게서도 ‘삶의 길’을 배운다고 했다.

“저는 두 가지 ‘돌’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하나는 거울이고 하나는 타산지석(他山之石)이죠. 다산이나 전봉준은 길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타산지석은 내 칼을 벼리게 하는 돌인데,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 삶의 자세를 다잡는 것이죠.”

1939년생인 그는 일흔이 훌쩍 넘었지만 목소리에 힘이 있었다. 17년 전 서울 우이동을 떠나 전남 장흥에 터를 잡고 ‘해산토굴’이라는 작업실을 연 그는 “‘소가지(속)’ 없이 살면 인생이 편해진다”며 웃었다.

“한국 문단에서 가장 늘그막까지 작품을 쓴 소설가로 기록되고 싶습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그리스인 조르바’를 말년에 썼거든요. 그런데도 초기작보다 훨씬 밀도와 감각이 뛰어나요. 저도 이번 작품을 감각적으로 쓰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다 읽고 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들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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