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좋다" 500억 베팅 김승호의 뚝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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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4-29 17:13   수정 2013-04-30 02:05

인사이드 Story - '토종 신약은 돈 안된다'통념 깬 카나브

개발 중단 위기 때마다 "끝까지 가자"
고혈압치료제 '큰 시장' 겨냥 적중
국내신약 최초 단일품목 1위 눈앞



‘한국에서는 신약을 개발해봐야 돈이 안된다’는 통념을 깨뜨릴 만한 제품이 나왔다. 국내 제약회사가 열다섯 번째 내놓은 신약(15호)인 보령제약의 고혈압치료제 ‘카나브’다.

이 제품은 출시 2년 만에 월매출 20억원을 넘어섰다. 외국 약품을 제치고 국내 1위 고혈압치료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초라한 국산 신약 성적표

국내에서 신약이 처음 개발된 것은 1994년이다. SK케미칼이 위암 항암제 ‘선플라주’를 내놓은 것이 처음이다. 이후 지금까지 19개 신약이 개발돼 시장에 나왔다.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3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성과는 극히 부진했다. 연간 처방액이 개발비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 수두룩하다. 동아제약이 200억원을 들여 개발한 10호 신약 ‘자이데나’(2005년 허가)가 지난해 처방액 기준으로 170억원을 기록한 것이 그나마 성공사례로 꼽힌다. 이 제품도 비아그라, 시알리스 등에 막혀 품목 1위를 넘보지 못했다.

개발비로 1118억원을 쓴 11호 신약 ‘레보비르캡슐’(부광약품, B형간염치료제)은 지난해 연간 처방액이 57억원에 그쳤다. 신풍제약이 805억원을 들인 말라리아 치료제 ‘피라맥스정’(2011년, 16호)은 해외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지난해 국내 처방액이 200만원에 머물렀다. 19개 신약 중 한 개는 허가가 취소됐고 두 개는 판매가 되지 않았다.

국내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오랜 기간 동안 연구를 해야 하는 데다 자본과 경험의 한계도 많았다”며 “외국 제약사들이 만든 제품이 시장에 확고히 자리잡은 뒤이거나 복제약까지 쏟아져나온 후 출시되는 국산 신약은 근본적으로 시차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종 신약 성공모델 주목

이에 비해 카나브는 최근 매출 상승세가 무섭다. 출시 첫해인 2011년 8개월 만에 100억원어치를 팔았고 지난해 20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400억원대로 늘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의약품통계업체인 유비스트에 따르면 카나브는 지난 3월 월매출 20억원을 처음 돌파했다. 카나브가 경쟁하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계열 고혈압 단일제 1위는 일본 다이치산쿄의 약품을 수입한 대웅제약의 ‘올메텍’이다. 지난달 판매액은 35억원으로 지난해 4월에 비해서는 판매 격차(올메텍 판매액 37억원, 카나브 16억원)가 크게 줄었다. 카나브는 상반기 중 월매출 3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카나브가 지난해 하반기 전국 대다수 종합병원 약품심사위원회를 통과한 효과가 올해 나타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월매출 35억~40억원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나브가 월매출 35억원을 넘어서게 되면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 국내 시장에서 단일 품목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오너의 뚝심으로 밀어붙여
카나브는 보령제약이 12년간 5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신약이다. 회사 매출이 2000억~3000억원인 제약회사가 10년 넘게 한 제품 개발에 매달릴 수 있었던 데에는 김승호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개발 초기인 1997년 말 연구하던 물질의 약효지속 시간이 예상보다 짧아 개발을 포기해야 하는지를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서 김 회장은 “실패를 해도 좋으니까 끝까지 해보라”며 연구팀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연구소장이었던 김상린 고문은 “당시로서는 엄청난 위험부담을 감수한 결정이었다”며 “절박함이 통했는지 기적처럼 새로운 후보물질을 찾아냈다”고 회고했다.

시장 규모가 협소한 분야에서 국내 신약 개발에 나섰던 다른 제약사들과는 달리 시장 규모가 큰 고혈압 분야를 겨냥한 것도 맞아떨어졌다. 전 세계 고혈압약 시장 규모는 40조원, 국내만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카나브’가 속한 ARB계열 고혈압치료약의 국내시장은 7500억원으로 파이가 가장 크다. 카나브가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나온 고혈압치료제인데도 멕시코 등 중남미 13개국과 러시아 등으로 수출할 수 있었던 것도 시장성 덕분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국산 신약은 그동안 상품성보다 개발 자체에 의미를 둔 측면이 강했다”며 “카나브는 초기부터 시장반응이 좋아 국산 신약 성공 모델로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

■ 국산 신약

특별한 기능의 신물질을 찾아내 의약품 효용을 개선한 약품이다. 다국적제약사 제품이 세계 최초의 신물질로 만든 ‘혁신 신약’인 반면 국산 신약은 유사 효능을 내는 신물질로 만든 제품이다.

세계 최초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화이자의 비아그라(필네다필 성분)에 맞서 동아제약이 신약 자이데나(유데나필 성분)를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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