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춤·아코디언 맹연습…하루가 짧아요"

입력 2013-05-01 16:52   수정 2013-05-01 22:48

8일 개막 연극 '…최막심'서 주인공 맡은
'뮤지컬 대부' 남경읍 씨 연습실서 구슬땀



조승우 오만석 황정민 박건형 조정은 최재웅 김다현 이율 등 잘나가는 뮤지컬 스타들이 선생님으로 모시는 사람이 있다. 원조 뮤지컬 스타로 동생인 남경주와 함께 1980~1990년대 국내 뮤지컬계를 주름잡은 배우 남경읍(55)이다. 그의 또 다른 직업은 교육자다. 1983년부터 계원예고 부산예전 등에서 연극과 뮤지컬을 가르치며 그가 길러 낸 제자들이 4000여명. 현역으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만 400여명에 이른다.

30여년을 무대와 강단을 오가며 살아온 그에게는 청년시절부터 품고 있던 꿈이 있다. 그리스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1883~1957년)의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의 주인공 조르바처럼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거칠 것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은 꿈이다.

“조르바를 읽기 전부터 자유로운 삶을 동경했습니다. 큰 차에다 악기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화개장터 같은 곳에서 노래하고, 막걸리 한잔 걸치고…. 당장은 어렵지만 10년쯤 후에는 해 보려고요, 하하.”

그에게 자유인 ‘조르바’로 살아갈 기회가 일찍 찾아왔다. 현실이 아닌 무대에서다. 그는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안한 연극 ‘라오지앙후 최막심’(배삼식 번안, 양정웅 연출)에서 주인공 최막심 역을 맡았다. 연극은 오는 8일부터 내달 2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출연 제의가 왔을 때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어요. 배우라면 누구나 서고 싶은 국내 최고 극장인 데다 무엇보다 ‘조르바’잖아요. 제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연극 무대에서 불러준 것도 좋았고요.”

연극은 소설 속 화자 ‘나’를 ‘김이문’으로, ‘조르바’를 ‘최막심’으로 바꾼다. 극의 배경도 19세기 말 크레타 섬이 아니라 1941년 격동기의 연해주 지역 조선인 촌락이다.

“원작의 주제와 내용을 잘 담아냈어요. 떠돌아다니면서 거센 풍파를 겪은 최막심은 말과 행동이 거칠지만 제도권 교육이 아닌, 날것 그대로의 삶과 자연에 대한 관찰과 사유를 통해 지혜를 터득한 사람이죠. 돈키호테와 햄릿을 섞어놓았다고 할까요. 한마디로 조르바죠.”

남경읍은 공연계에서 ‘지독한 연습벌레’로 유명하다. 그는 연습이 시작된 두 달 전부터 ‘최막심’으로 살고 있다. 공식 연습시간은 오후 1시30분부터 10시까지지만 그는 오전 9시쯤 대학로 연습실에 나와 밤 11시30분쯤 떠난다. 최막심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기른 턱수염도 제법 덥수룩하다.

“원래 배역을 맡으면 다른 것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 스타일인 데다 이번 최막심 역은 대사량이 워낙 많아요. 먹고 자는 시간 빼고는 연습하고 있어요. 이렇게 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즐길 수 없어요.”

남경읍은 연기뿐 아니라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아코디언 연주도 하면서 최막심의 자유와 사랑, 투쟁을 표현하게 된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기량도 유감없이 발휘할 각오다.

“제가 현실에서 최막심이나 조르바와 가장 비슷할 때가 학생들을 가르칠 때가 아닌가 싶어요. 원작에서 조르바가 ‘나’에게 살아가는 데 ‘광기’가 필요하다고 충고하는데 제가 학생들에게 ‘열정과 끈기’를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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