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연장이 몰고올 노동시장 양극화를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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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1 17:11   수정 2013-05-01 22:28

[사설] 정년연장이 몰고올 노동시장 양극화를 우려한다

부모와 자식 일자리 충돌 불가피하고
공기업과 대기업 강성노조만 혜택볼 것
정년 철폐하고 생산성 임금제도로 가야



권고 사항이던 근로자 정년 60세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법은 2016년부터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사업장, 지방공사, 지방공단에 대해 정년연장을 시행토록 하고, 2017년부터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은 58.4세다. 정년이 60세로 늘어나면 지금보다 2년 정도 더 일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은퇴시기에 접어든 이른바 베이비부머(1955~63년생)를 위한 법 개정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개정법에 찬성한 여야 의원들은 정년 60세 의무화가 이른바 노후빈곤, 실버푸어 문제를 풀어보려는 취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일찍 직장에서 밀려난 조기 은퇴자들이 노후자금을 벌기 위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실패를 면치 못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악순환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올해 61세에서 2033년엔 65세까지 단계적으로 늦춰지지만, 연금을 받을 때까지 소득이 없어 공백이 생기는 은퇴 크레바스를 메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논리다. 정년이 연장되면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의 사회보험료 수입이 늘어난다는 점도 감안했을 것이다.

이런 주장은 명분으로야 손색이 없을지 몰라도 노동시장의 현실을 도외시한 단선적인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예상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당장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 일자리 충돌을 피할 수 없다.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의 비교우위가 다르고 업무영역이 다르다지만 기업 내 총근로자 숫자가 늘지 않으면 결국 청년 신규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일자리가 태부족이고 기업의 임금지급 능력이 제한된 상황에서는 정년이 길어지는 만큼 총비용은 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청년(15~29세) 고용률은 고작 40.4%였고, 실업률은 7.5%였다. 청년 실업대란에 대한 우려는 유럽국가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대부분 65세 이상의 긴 정년을 채택하고 있지만 청년실업률이 20~30%를 넘는 나라가 즐비하다. 그리스(55.3%) 스페인(53.2%)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24.3%) 이탈리아(35.3%) 역시 치솟는 실업률을 막지 못해 나라가 휘청거린다.

정년 연장은 기존 정규직 근로자의 기득권 강화로 이어질 게 뻔하다. 게다가 개정법에선 임금피크제 도입이 노사합의 사항이다. 노동시장 상층부의 기득권이 강화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기업과 하청업체, 다시 말해 노동시장의 하층부로 전가된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큰 피해를 보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다.

정년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옳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은 진작에 정년을 없애버렸다. 그러나 정년 연장이든 정년 폐지든 임금체계 개편이 전제돼야 한다. 임금을 연공서열이 아니라 생산성에 맞춰 지급하는 고용과 임금의 유연성이 장기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한다. 당연히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전제하지 않는 정년 연장은 노동시장에 파국적 결과를 만들어낼 뿐이다. 무지한 선의(善意)가 만들어 내는 악의적 결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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