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中·日 무섭게 쫓아와…3분기 연속 흑자 안심할때 아니죠"

입력 2013-05-02 15:30  

Cover Story - LG디스플레이

인터뷰

"열린 소통이 선도제품의 비결"
조직원 누구든 NO 할 수 있어야
우려되는 문제, 현장에 답 있어…앞이 안보일 땐 언제나 달려가

"LG계열사 시너지 내기 시작"
OLED 불량률 빨리 떨어질 것
둘둘 마는 스마트폰 멀지 않아…UHD TV, 해상도 새 기준 될 것



“엔저(円低) 덕에 살아나고 있는 일본 디스플레이 업체들을 경계해야 합니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지옥과 천당을 오간 최고경영자(CEO)다. 2011년 말 LG디스플레이 대표로 취임할 때 회사는 5분기째 적자 상태였다. 언론 노출을 피하고 외부 행사도 자제하며 적자 탈출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다. 고생 끝에 회사는 8분기 만인 작년 3분기에 흑자 전환했다. 이후 올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작년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을 타고 있을 뿐 아니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초고해상도(UH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서도 경쟁사들에 앞서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1위를 지키며 이제는 안심해도 될 것 같지만 한 사장은 결코 아니란다.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대만, 일본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끈질기게 쫓아오고 있다”며 “특히 일본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연세대 세라믹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3년 옛 LG반도체에 입사해 미국 스티븐스대에서 금속공학 석·박사를 마치고 2001년 LG디스플레이로 옮겨 생산기술센터장과 TV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일본 업체들이 엔저 덕에 오랜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오고 있습니다. 당장 위협이 되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기술력 측면에서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 있기 때문에 경계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업체들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데요.

“중국 업체들은 범용 제품에서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에선 아직 한국을 따라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해 각국 정부의 지원이 변수인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막대한 정부 투자를 등에 업고 중국 업체들이 빠른 속도로 생산 라인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생산 라인을 새로 만들지는 않고 기존 라인 증설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합니만, 대만과 일본도 자국 정부로부터 여러 혜택을 받고 있어 앞으로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침이 더욱 심해질 것 같습니다.”

▷LG디스플레이는 어떤 대응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기본에 충실할 겁니다. 앞선 기술로 시장 선도형 제품을 내놓는 데 주력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문화도 시장 선도형으로 바꿔나갈 생각입니다. 거창한 게 아닙니다. 열린 소통으로 자유로운 조직을 만드는 거죠. 어느 누구든지 ‘NO’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고, 남이 지적하는 부분에 대해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혀보세요. ‘우려되는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를 네 자로 줄이면 뭔지 아세요. ‘우문현답’입니다. 그만큼 현장이 중요하다는 거죠. 기회가 닿는 대로 현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서너 곳 이상 방문하기도 합니다. 사무실에서 아무리 고민해도 답이 안 나오는데 현장에서 보고 듣다보면 절로 해결책이 떠오릅니다. 우문현답이란 말이 정말 맞는 것 같습니다.”

▷임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에게도 현장에 가라고 한다던데요.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사람, 사물, 정보가 있는 곳이 바로 현장입니다. 현장 방문이 꼭 리더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거죠. 답이 보이지 않으면 직원들에게도 지금 당장 현장에 가서 확인해보라고 합니다. 그동안 몰랐거나, 보고 듣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될 겁니다. 현장 방문 때 꼭 강조하는 게 있습니다. 임원들이 현장에 갈 때 불필요한 의전을 절대로 하지 말라는 거죠.”

▷LG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분위기도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이제야 LG 계열사들의 시너지가 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LG스마트폰이 더 잘될 수 있도록 LG디스플레이는 항상 시장 흐름을 주도하고 고객 요구도 정확하게 충족시켜갈 것입니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에서도 경쟁사들보다 앞선 기술력의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선도할 겁니다.”

▷LG가 플라스틱 OLED 스마트폰을 올 4분기에 내놓기로 했는데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연내 플라스틱 OLED를 선보이겠다고 했습니다. 그 계획을 조금 더 구체화한 거라고 볼 수 있죠.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서블 스마트폰을 내놓으려면 아직 적잖은 투자가 뒤따라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LG가 평면 OLED에 이어 곡면 OLED TV도 가장 먼저 내놨습니다만 패널 불량률은 개선해야 할 텐데요.
“세상에 없던 신제품을 단기간에 안정적으로 생산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현재는 액정표시장치(LCD) 불량률이 0%지만 1995년에 처음 나온 이후 불량률을 10% 이내로 낮추는 데 5년 넘게 걸렸습니다. OLED 불량률은 LCD보다 훨씬 빨리 낮아질 것이라 예상합니다.”

▷UHD TV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요.

“사람의 눈은 참 신기합니다. 한 번 좋은 화질에 길들여지면 그 아래 단계로 돌아가기 힘들죠. 그런 의미에서 기존 풀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UHD가 해상도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겁니다. TV 크기도 마찬가지입니다. 10~20인치 브라운관 TV를 볼 때만 해도 30인치대 LCD TV는 너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42인치 TV도 작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대형 UHD TV가 고해상도 화질을 바라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것이라 예상합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만.

“소송은 소송대로 가겠지만 특허 협상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으로서 두 회사가 특허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리라 기대합니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형태의 합리적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겠죠.”

▷박근혜정부의 핵심 아젠다 중 하나가 창조경제인데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창조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습니다. 협력사,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어떤 CEO로 남고 싶나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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