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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 경험할수록 새 사업 기회 많아져…'바벨 전략' 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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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5-02 15:30  

시행착오 경험할수록 새 사업 기회 많아져…'바벨 전략' 펴라

[한경 BIZ School]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7)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와 한국의 선택

美 국가부채, GDP의 3.5배
경제환경 갈수록 복잡해져

미래 예측으로 대응 한계
불확실성 극복할 통제 필요

실리콘밸리 기업도 실패 많아
창조경제 실현하려면
위험 즐기는 혁신기업 키




“박근혜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정책의 핵심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기업 측면에서 보면 혁신적인 기업이 계속 나오는 것이 곧 창조경제가 성공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혁신적인 제조나 유통 기법을 끊임없이 개발해서 사업에 적용하는 것이죠. 미국 실리콘밸리가 창조경제의 예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기업이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겁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일곱 번째 시간.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새 정부가 경제 육성 슬로건으로 내건 ‘창조경제’에 관한 설명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창조와 혁신이 경제 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현 정부는 방향을 잘 잡았습니다. 하지만 창조경제에서 혁신적인 기업은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큽니다. 한국 사람들이 과연 불확실성을 감수하면서 도전할 것인가가 숙제죠.”

네덜란드의 사회학자 기어트 호프스태드가 1983년 전 세계 50개국 10만명의 IBM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교문화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의 불확실성 회피 지수는 85로, 전체 평균(65)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 연구는 같은 IBM의 직원이라고 해도 나라마다 특성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연구가 나온 지 상당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한국인들이 위험 회피 성향이 높다는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가계 부채, 성장 정체 등 한국의 불확실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입니다. 이 불확실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함께 고민해 보시죠.”

◆부채를 줄이는 지속 성장 필요

1979년 영국의 마거릿 대처, 1980년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등이 집권하던 시기에 맞춰 발현된 신자유주의는 경제 성장을 이끌었지만, 한편으론 금융 부문이 팽창하면서 부채도 급증하는 결과를 낳았다.

“1947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한 비중이 25.6%, 부동산을 포함한 광의의 금융업은 10.5%였습니다. 그런데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1980년대 중반에 금융업과 제조업의 비중이 역전됐습니다. 2009년 기준 금융의 비중은 21.5%인 반면 제조업은 11.2%로 내려갔습니다. 실물 경제를 뒷받침하던 금융이 실물을 역전한 것이죠. 특히 금융의 팽창이 부채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박 교수는 이어 미국의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경제 주체의 부채를 더한 값을 GDP로 나눈 그래프를 교실 화면에 띄웠다. 2011년 6월 말 기준 미국의 부채는 52조달러로 GDP(15조달러)의 3.5배에 달한다. 대공황 때인 1930년대 중반에 한때 이 비율이 2.5배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이후 1940년부터 1980년까지 40년가량 1.5배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 비율이 1980년부터 올라가기 시작하더니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에는 3.8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30년 동안 부채가 이렇게 급증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이 정도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수준이면서 동시에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어떻게든 줄여야 하는데, 무슨 방법이 있을까요. 부채를 강제로 탕감하게 하거나 물가를 엄청나게 올려서 실질 부담을 줄이는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가장 정상적인 방법은 돈을 벌어서 갚는 것이죠.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부채가 급증한 기간만큼, 그러니까 30년 정도는 지속적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복잡해지는 경제 구조도 불안 요소

박 교수는 이어 지구의 인구 증가 그래프를 화면에 올렸다. 1804년 10억명이던 인구가 20억명이 된 건 123년 뒤인 1927년이다. 그로부터 47년 뒤인 1974년 지구의 인구는 40억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 현재 지구의 인구는 70억명. 인구 전문가들은 2054년께 지구의 한계점인 90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성장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성장을 하려면 자원이 필요한데, 자원은 갈수록 고갈되고 환경은 파괴되고 있습니다. 특히 인구 대국인 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이 고도 성장을 하면서 자원을 엄청나게 빨아들이고 있습니다. 물론 셰일가스 등 새로운 자원이 개발되면서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만, 아직 대다수 학자가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류가 현재의 소비수준을 지속하려면 1.5개의 지구, 유럽 수준의 소비를 하려면 세 개, 미국 수준이 되려면 다섯 개의 지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인구 문제 역시 기업 경영 환경을 불확실하게 하는 요소입니다.”

세계화와 정보화가 진행하면서 세계 경제구조가 복잡계화하는 것 역시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라고 박 교수는 설명했다. 복잡계는 수많은 구성 요소가 상호 작용을 하면서 개별 요소의 특성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현상과 질서가 나타나는 시스템을 말한다.

“복잡계에서는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사건이 그 주변에 있는 다른 다양한 사건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그런 사건들이 복합돼 차츰 영향력이 커지면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원인이 됩니다. 남미의 아마존에서 나비가 날갯짓을 하면 뉴욕에 비가 내린다는 ‘나비 효과’가 대표적인 복잡계 현상입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하자 결국 아이슬란드가 국가 부도를 맞은 것이 경제의 복잡계화를 잘 보여주죠.”

◆“미래를 예측하기보다 위험을 통제하라”

“불확실성에 대한 전통적인 대처 방안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입니다. 예측만 잘 되면 좋겠는데,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도 수많은 전문가들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던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없다면 불확실한 사건을 사후적으로 잘 대응하든가, 사전에 불확실한 사건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죠.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 교수는 이어 베스트 셀러 《블랙 스완》의 작가 나심 탈레브가 작년 내놓은 책 《Antifragile(앤티프래절)》을 소개했다. 앤티프래절은 탈레브가 ‘충격을 받으면 깨지기 쉬운’, ‘취약한’이라는 뜻의 프래절(fragile)에다 ‘반대’라는 의미의 접두어 앤티(anti)를 붙여 새롭게 만든 용어다. 보통 ‘프래절’의 반대말은 ‘강건한(robust)’이나 ‘탄력적인(resilient)’을 쓴다. 그런데 탈레브는 ‘충격을 받으면 깨지는’의 반대말은 ‘충격을 받으면 더 단단해지는’이어야 한다는 의미로 앤티프래절이라는 용어를 지어냈다.

탈레브는 ‘앤티프래절’의 대표적인 예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머리가 여럿 달린 뱀인 히드라를 들었다. 히드라는 머리 하나를 자르면 그 자리에서 머리 두 개가 나오면서 더 강해지는 뱀이다. 그것처럼 기업은 문제가 터졌을 때 살아남는 수준이 아니라, 그 문제 상황에서 이득을 보고 더 강해져야 한다는 논리다.

“복잡계 세상에서 예측에 의존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블랙 스완이 나타나면 끝장입니다. 미래를 예측할 순 없지만, 사전에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은 분명히 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예가 화재보험입니다. 실제 생활에선 보험료와 같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거나, 매우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는 옵션들이 분명히 있습니다.”

◆소규모 사업을 다수 벌리는 ‘목적성 베팅’

박 교수는 이어 ‘앤티프래절’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바벨 전략’을 소개했다. 바벨은 역도 선수가 드는 역기를 뜻한다. 바벨이 양쪽 끝의 추에만 무게가 실리는 것처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중간은 버리고 극단적인 선택만 하는 것이 바벨 전략이다.

“금융 자산에 투자한다면 90%는 안전한 국공채에 넣고, 10%는 벤처기업 주식을 사는 겁니다. 주식 투자에 실패해도 10%만 잃고 성공하면 몇 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죠. 30분을 운동한다면 10분은 격렬하게 하고, 20분 쉬는 게 30분 쉬엄쉬엄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합니다.”

기업 경영에서 바벨 전략은 ‘목적성 베팅’이라는 형태로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박 교수의 분석이다. 성공한 사업을 두고 많은 경영학자들이 사후적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지만, 많은 경우 뜻밖의, 우연한, 무작위의 사건이 성공의 단초가 된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즉 일정한 목적을 갖고 다양한 소규모 사업을 벌여서 시행착오를 많이 경험할수록 새로운 사업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사업의 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역량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피카소는 5만개 이상의 작품을 실패했고, 애플도 개발한 제품 가운데 90%는 상용화하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앵그리 버드’라는 게임은 52번째로 도전 끝에 나온 게임이라고 합니다. 목적성 베팅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기업 육성정책에도 필요합니다. 일본의 무제한적인 양적 완화에 따른 엔화 가치 하락은 우리 경제의 큰 축을 이루는 대기업들에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혁신형 중소기업을 많이 키우는 목적성 베팅이 우리 경제 구조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바벨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박상용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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