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벤처 인수·합병시장 활성화돼야 한다

입력 2013-05-05 17:30   수정 2013-05-05 23:25

기업활동 막는 규제 걷어내고
M&A로 투자금 회수 수월한
실리콘밸리형 생태계가 필요해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



며칠간 미국 실리콘밸리를 둘러봤다. 실리콘밸리는 새너제이, 산타클라라 등 20여개 도시로 구성된 샌프란시스코만 서남부지역이다. 1960년대를 전후해 컴퓨터 회사들이 들어섰고, 1971년 언론인 돈 회플러가 ‘미국의 실리콘밸리’란 기사를 연재하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제는 수백 개의 세계적 정보통신기업들, 수천 개의 소규모 벤처창업기업들, 이들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수백 개의 엔젤투자자와 벤처캐피털회사들, 수십 개의 법률자문회사들이 붐비는 정보통신 산업의 메카가 됐다. 4만여명을 고용하고 있는 시스코, 2만여명이 일하는 구글을 비롯 애플, 아도베, 이베이, 인텔, HP, 야후, 오라클, 페이스북, 트위터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첨단 정보통신회사들이 즐비하다.

2011년 미국 벤처투자액의 41%가 이 지역에 투자됐다. 전 세계에서 첨단회사, 인재, 자금이 몰려드는 선순환을 이루면서 평균 연봉 15만달러의 고임금 첨단기술 일자리가 40여만개 창출됐다. 이 지역 민간부문 일자리의 29%가 첨단기술직이다. 주력산업이 자원다소비형이어서 인건비 벽에 부딛혀 추락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창조경제의 방향을 여기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실리콘밸리에서 한국의 창조경제에 던지는 몇 가지 시사점을 찾아봤다.

첫째, 대기업 중견기업 소규모 벤처기업이 어울려 있어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 몰려드는 수천 개의 벤처창업기업은 대부분 2~3년 기한으로 첨단제품을 개발한 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높은 가격으로 기업을 팔아넘겨 이익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려면 벤처창업기업들이 대기업 중견기업 가까이 있는 게 가장 효율적이다. 대기업 없이 벤처창업만 추진하면 투자자금 회수가 안돼 종국에는 투자할 벤처캐피털이 없어지면서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 경우 정책자금 지원에만 의존하게 돼 국가 부담만 커진다.

둘째, 인수·합병(M&A) 시장 활성화가 중요하다. 대기업의 중소벤처기업 M&A를 죄악시하거나 벤처기업 창업주들의 자기 기업이라는 인식이 강할 경우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고 따라서 투자자금 회수가 안되기 때문에 성공확률이 10%에도 못 미치는 모험기업에 투자할 자본은 사라지게 된다. 자연히 정책자금 지원이 아닌 시장베이스 벤처창업은 힘들어진다. 2011년 2088개 한국의 벤처기업 중 96%가 M&A 경험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도 첨단기술을 개발한 벤처기업을 발굴, M&A를 함으로써 기업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대형 정보통신기업들은 예외없이 M&A를 통해 성장했다. 오라클은 2012년 11개 회사를 인수하는 등 1994년부터 100개 회사를 인수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시스코도 각각 150개 회사를 M&A 했고 구글도 124개 회사를 M&A 하면서 성장했다.

셋째, 벤처기업 창업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종업계의 연구나 직장 경험이 있는 전문가들이 창업해야 성공확률이 높다. 페어차일드 반도체에 근무하던 로버트 노이스와 고든 무어가 인텔을 창업했듯이 성공한 창업자는 동종업계 유경험자가 대부분이다. 사회경험도 없는 청년들을 창업경진대회 등을 통해 선발하고 창업을 지원하는 정책은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넷째, 산학클러스터 형성이 중요하다.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 버클리 등 유명 대학은 물론 세계적인 연구소들이 즐비하다.

다섯째, 엔젤투자자 벤처캐피털회사 등 창업 관련 금융회사는 물론 M&A 법률자문을 할 수 있는 법률회사도 같은 지역에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말하자면 대학과 연구소,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들은 물론 창업금융회사 법률회사들이 한 지역에 모여 있어야 첨단기술이 개발되고 개발된 기술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교환으로 M&A도 활발해져 실리콘밸리 같은 창조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정부 규제나 기업 내 관료주의가 사라진 완전히 자유로운 기업환경이 조성되고 우수인재들이 몰려들도록 생활환경이 개선돼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정근 < 아시아금융학회장 ojunggun@korea.ac.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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