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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칼럼] 블레어 하우스

입력 2013-05-06 17:40   수정 2013-05-06 21:19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벌써 60여년 전인 1950년 6월25일 일요일 오후 7시45분. 미국 워싱턴에서 긴급회의가 열렸다. 주말 휴양지에서 급히 날아온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 존슨 국방장관, 브래들리 합참의장 등 수뇌부가 총집결했다. 북한의 전면남침이 시작된 지 29시간이 넘었고 문산과 의정부, 춘천, 강릉은 이미 방어선이 뚫린 상태였다. 이날 밤늦게까지 이어진 마라톤회의에서 트루먼은 결국 6·25 참전을 결정했다.

이 역사적인 결단의 현장은 백악관 맞은편에 있는 블레어 하우스였다. 평소 같으면 백악관에서 할 회의였지만 마침 보수공사 때문에 이곳에서 회의가 열렸던 것이다. 처칠 영국 총리의 유명한 ‘알몸 외교’도 이곳에서 펼쳐졌다. 처칠이 숙소에서 목욕을 끝내고 알몸으로 거닐고 있을 때 문을 연 루스벨트가 깜짝 놀라 몸을 돌리려 하자 처칠은 “나는 당신에게 숨길 게 아무것도 없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이후 둘은 ‘절친’이 됐다. 속내를 좀체 드러내지 않는 루스벨트가 영국으로 돌아가는 처칠에게 “당신과 같은 시대에 산다는 게 정말 즐겁다”고 화답한 것도 그 추억 덕분이었다.

전후 유럽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이 여기에서 탄생했고,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관련 ‘블레어 하우스 협정’도 이곳에서 타결됐다. 원래 이 건물은 공중위생국 장관 조지프 로벨이 1824년에 지은 개인주택이었다. 1836년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자 신문편집인이던 프랜시스 프레스턴 블레어가 사들인 뒤 블레어 하우스로 불렸다.

2차대전 후 미국 정부가 세 차례에 걸쳐 인근 가옥을 사들여 지금의 방 115개짜리 영빈관 모습을 갖췄다. 외국 정상들의 영빈관으로 쓰인 것 외에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 전날 숙소로도 썼다. 레이건과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때는 부인 낸시 여사와 베티 여사가 문상객을 맞는 장소로 활용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을 방문하는 국빈들은 대부분 이곳에 묵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여기에서 2박3일을 보낸다. ‘아버지 박 대통령’이 1965년 미국 방문 때 사용한 숙소를 48년 만에 다시 쓰는 ‘딸 박 대통령’의 감회는 아주 특별할 것이다. 국빈방문이 아닌 실무방문인데도 국빈숙소인 영빈관을 제공한 미국 정부의 특별대접 역시 이례적이다.

이에 화답하듯 박 대통령은 오늘 한·미동맹 60주년 기념만찬에 6·25 참전용사와 주한미군 근무자 등 500여명을 초청한다고 한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구호물품으로 연명하던 최빈국이 첨단기술을 자랑하는 경제강국으로 성장하기까지 대한민국을 지원했던 은인들에게 한턱 쏘는 대통령의 표정이 얼마나 뿌듯할 것인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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