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금융위기·자본주의·경제민주화

입력 2013-05-12 17:26   수정 2013-05-12 18:18

금융의 탐욕 탓이라는 美 금융위기
이후 경제민주화 등 포퓰리즘 바람
잘못된 분석에 휘둘리는 것일 수도

최중경 < 美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choijk1956@hanmail.net >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뉴욕 월가의 탐욕과 자본주의의 한계가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자본주의 4.0’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책들이 저자의 모국에서보다 더 집중조명을 받았다. 또 ‘공정사회’ ‘경제민주화’와 같은 국정 아젠다가 생겨나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민감하게 반응한 바 있다. ‘월가를 점령하라’는 구호 아래 청년들의 시위가 확산되자 다보스포럼에서도 한 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류를 이루기도 했다.

2008년 위기와 자본주의의 운명을 연계하기 위해서는 위기발생의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학문적으로 더 이뤄져야 한다. 2008년 위기의 원인이 자유기업제도에 내재된 필연적 실패인지 정부의 실패인지에 따라 논의의 방향이 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담보능력이 부족한 채무자에게 주택담보 대출을 과도하게 공급하고 부실한 대출채권을 증권화해 유통시키는 과정을 주도한 금융자본의 탐욕이 2008년 위기의 주원인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얘기이다. 그러나 만약 정부가 서민층의 주택소유를 늘리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늘리도록 주도하고 그런 과정에서 대출요건이 점차 완화되면서 신용불량자에게 대출이 과도하게 공급돼 서브프라임 모기지대출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면 얘기는 180도 달라진다.

미국 주택모기지대출 시장의 구조를 들여다 보면 위기 발생 직전인 2008년 6월 말 현재 패니메이, 프레디 맥, FHA 등 정부관리 주택신용기관의 시장점유율이 대출건수 기준으로 74%에 달하고 있어 주택모기지대출 시장을 민간부문이 주도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빌 클린턴 정부 이래 서민층의 주택소유비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관리 주택신용기관들이 모기지대출의 자격요건을 지속적으로 완화했고 이를 벤치마킹해 민간금융회사들이 대출요건을 완화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사람들은 2008년 위기가 정부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람이 재무부 법률실장, 대통령 법률고문 등을 지낸 피터 J 월리슨이다. 월리슨은 2008년 위기의 원인 분석이 정치적 의도로 왜곡됐다고 주장하면서 위기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분석 때문에 정부 실패에 대해 책임져야 할 정부의 규제권한을 오히려 더욱 키운 역설적 결과(도드-프랭크법)를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월리슨의 주장을 기존의 우리 인식에 접목시키면, 위험발생의 근본원인이자 주된 요인은 정부의 포퓰리즘 주택정책이 제공했고, 증권화를 통해 고위험상품을 널리 퍼뜨린 것은 금융회사들의 책임이며, 결정타는 경기하강 사이클에서 주택가격 버블이 붕괴해 잠재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일어난 일에 관해 우리가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해외언론의 편향된 시각에 휘둘리며 깨어 있는 지식인인 양 우쭐해 하지 않았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원천자료를 직접 분석해 우리 나름의 입장을 도출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한 채 깊은 생각 없이 바깥 얘기에 반응해 자유기업제도를 과도하게 비판함으로써 국정기조 설정의 근본철학을 소홀히 다룬 것은 아닌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진행되고 있는 경제민주화 추진의 동력은 2008년 위기로 촉발된 자유기업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에 일부 기초하고 있기 때문에 강도 조절이 필요하다. 2008년 위기가 정부 실패에 기인한다면 규제의 대상은 자유기업이 아니라 포퓰리즘 정책이기 때문이다. 잘못된 기업문화의 적폐는 하루라도 빨리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기업제도의 근본을 허물거나 과도한 부담을 주는 과잉입법은 자제돼야 하며 기업의 경영권을 외국의 기업사냥꾼 앞에 무방비 상태로 던져 놓는 만용도 결코 허용돼서는 안 된다. 주요국의 정부정책, 현지법률, 정파별 이해관계, 언론의 정치적 성향 등을 분석하고 주요 국제이슈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정리하는 인프라를 정부 안에 구축할 때가 됐다. 머뭇거리면 연주가 끝나지 않았는데 혼자 기립박수하는 촌스러운 상황이 계속될 수 있다.

최중경 < 美헤리티지재단 객원연구위원 choijk1956@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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