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워런 버핏이 내다본 올 하반기 '재테크 기상도'

입력 2013-05-12 17:37   수정 2013-05-12 23:41

가장 유망한 재테크 수단 '주식'
'美 국채'와 '금' 투자는 경계해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최근 제시한 재테크 수단별 전망과 투자 의견이 월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이후 일부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소프트 패치(회복기에 접어들면서 경기가 일순간 어려움에 빠지는 현상)’ 논쟁이 일고 있는 미국 경기에 대해 “회복세는 지속될 것”이란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미흡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한마디로 완만한 ‘U자형’ 회복세가 지속된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주식시장에 대해선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미국 주가 수준을 놓고 월가에서 ‘비이성적 과열’ 논쟁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아직 ‘비이성적 과열’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비이성적 과열’이란 1996년 미국 주가가 거침없이 올랐을 때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였던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버핏 회장의 이런 시각은 미국 증시의 앞날과 관련해 중요한 의미가 있다. Fed는 지금까지 거품이 발생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해 통화긴축을 단행해 왔다. 버핏 회장의 판단대로 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비이성적 과열 상태가 아니라면 ‘부의 효과’로 인해 시차를 두고 경기가 뒷받침되는 선순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벤 버냉키 Fed 의장도 같은 생각이다.

버핏 회장은 미국 국채 투자에 대해선 매우 부정적이다. ‘끔찍한’ 일을 맞이할 수 있다고 얘기했을 정도다.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인해 금융위기 이후 풀린 돈이 국채에 몰리면서 거품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최악에는 금융위기 직전에 발생했던 국채 덤핑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게 버핏 회장의 견해다.

작년 8월 버핏 회장과 ‘주식 숭배’ 종료 논쟁을 벌였던 ‘채권왕’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도 이 점을 인정했다. 당시 논쟁을 요약하면 그로스 CIO는 주식 숭배가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미국 국채 등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 회장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 뒤 잊혀가던 이 논쟁이 다시 월가에서 화제가 된 것은 그로스 CIO가 “미국 국채 강세장은 올 4월 말로 끝났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작년 8월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0bp(1bp=0.01%포인트) 정도 상승했다. 그만큼 채권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지수는 2500포인트나 급등했다.

버핏 회장은 주식과 함께 미국 주택시장도 비교적 낙관적으로 봤다. 주택시장을 살리는 것이 오바마 정부 2기 경제정책의 핵심인 미 국민의 체감경기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전통적인 경기부양 수단이 제한된 만큼 추가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서도 주택시장 회복은 중요하다. 주택시장에 이어 상업용 부동상 시장까지 회복세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버핏 회장은 금 투자는 국채만도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온스당 1400달러대인 금값이 800달러 밑으로 떨어져도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어느 재테크 변수보다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3주일 전 금값이 폭락한 예를 들었다. 버핏 회장은 추세적으로 보더라도 금의 가격 상승 폭이 주식 등 다른 재테크 수단에 비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지금 시점에서 모든 위험 요인들이 말끔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는 경기부양 과정에서 더 늘어났다. 오바마 행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경기도 잠재 수준만큼 회복되지 않으면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가채무 규모는 위험 수위에 도달해 국가신용등급이 또 다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럽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실물경기 침체는 경제 핵심국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국가의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 안정세를 찾고 있는 위기 발생국들의 금융시장에 더 큰 화(禍)가 될 수 있다.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이 따로 논다는 것은 어느 순간 상황이 돌변할 수 있는 대표적인 ‘티핑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중국도 ‘외연적 성장(생산요소의 양적 투입)’에서 ‘내연적 성장(생산요소의 효율성 증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장통’을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 경착륙과 중진국 함정에 빠질 수 있다. 일본은 아베식 엔저 모험이 실패로 돌아간다면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최근 급격한 엔저로 환율전쟁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양적완화 정책을 펼친 선진국끼리 서로 ‘내 탓, 네 탓’ 공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당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공조가 절실한 상황에서 중심국 간 갈등이 심해진다면 세계 경제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 만큼 버핏 회장의 시각대로 앞으로 재테크 시장이 주식과 부동산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른다 하더라도 단정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각종 위험요인들에 대한 ‘숙취 현상’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상황이 돌변할 수 있다는 게 지금 재테크 시장의 여건이다.

버핏 회장도 이 점을 인정하고 있다. 기대수익률을 너무 높게 잡지 말고, ‘균형’을 잃지 않아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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