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뒷담화' 명예훼손죄 어디까지…"부장 비리 아는데…" 내용 사실로 믿었다면 무죄

입력 2013-05-17 17:01   수정 2013-05-17 22:50

인사이드 Story - 직장내 '뒷담화' 명예훼손죄 어디까지…

동료에 상사 비리 얘기한 후 헛소문 밝혀지자 고소 당해…1심 "고의 인정된다" 벌금형
2심·대법원은 판결 뒤집어 "내용 사실로 믿었다면 무죄"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시면서 얘기한 상사에 관한 뒷담화가 회사 전체에 퍼졌다. 게다가 알고 보니 자신이 말한 내용은 사실이 아니었다. 화가 난 상사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선전포고를 했다.

식사나 술 자리에서의 ‘상사 뒷담화’는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겪는 일이다. 뒷담화를 한 사람에게 명예훼손죄가 성립할까. 앞으로는 뒷담화의 내용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는지가 기준이 될 전망이다. 자신이 말한 내용을 사실로 믿었다면 무죄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소로 이어진 ‘뒷담화’

한 보험회사의 보험사기 담당 부서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모씨(48)는 2009년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점심을 먹던 중 부서 책임자인 황모 부장에 대한 얘기를 슬그머니 꺼냈다. “내가 황 부장 비리를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황 부장이 회사 직원들의 보험금 부정 지급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돈을 받아 무마해 줬고, 받은 돈의 일부를 부회장에게 건넸다’는 내용이었다. ‘부장 직위를 남용해 다른 사건 담당자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얘기도 했다. 이씨는 같은 날 저녁 호프집에서 동료들을 다시 만나 점심 때 한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 소문은 얼마 안 돼 회사 전체에 퍼졌고, 그 사이 이씨는 회사 대표에게 이메일로 관련 내용을 보고했다. 회사 대표는 사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특별조사팀을 꾸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씨가 품은 의혹과 달리 황 부장은 비리를 저지른 적이 없었다. 이씨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오해를 해서 그런 것”이라며 선처를 호소했지만 뒷담화의 여운은 길었다. 헛소문으로 회사에서 수난을 당한 황 부장은 그를 고소했고 이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허위 인식해야 명예훼손”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은 2011년 11월 이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내부 고발자는 존중돼야 하지만 이 사건은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피해자의 부정과 비리를 단정적으로 반복해서 언급했다”며 “동료들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대가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의견에 대한 동조를 구하거나 동료들을 설득하려 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가 자신이 말한 내용을 진실로 믿었다는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그러나 2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 제1형사부)는 2012년 11월 1심을 뒤집고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하는 사실이 허위여야 하고 또 피고인이 허위사실이란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씨의 경우 사실이 아닌 줄 알면서도 동료들에게 황씨에 대한 비리를 말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이 2심 판결을 받아들임에 따라 앞으로 직장 내 뒷담화로 인한 명예훼손 관련 소송에서 판결 기준이 될 전망이다. 대법원 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이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17일 확정했다. 재판부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려면 적시한 내용이 허위여야 하고 허위라는 점을 알면서도 그런 내용을 고의로 퍼트린 행위가 인정돼야 한다”며 “이씨는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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