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창근 칼럼] 아베노믹스 VS 근혜노믹스

입력 2013-05-22 17:19   수정 2013-05-22 20:59

분명한 목표·방법으로 경제회생
가장 궁핍해지는 이웃은 한국…모호성의 함정에 빠진 경제정책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새? 비행기? 아니…일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엔화(¥)를 가슴에 달고 슈퍼맨의 모습으로 하늘을 나는 그림을 실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5월18일자 커버스토리 제목이다. ‘아베노믹스’가 불붙인 일본 경제의 눈부신 질주를 다뤘다.

아베 집권 5개월 만의 변화다. 디플레이션과 엔고(高)를 벗어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아베노믹스, 돈을 마구 찍어내는 무제한 양적완화와 인위적인 2% 인플레이션 유도, 마이너스 금리정책이다. 그의 영문 이름을 딴 ‘ABE(asset bubble economy)’로 자산거품만 키울 뿐이라는 비판은 사그라졌다.

아베는 화끈하게 돈을 풀어 엔화 가치를 25% 이상 떨어뜨렸다. 그 엔저(低) 몇 달 사이 일본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되찾으면서 닛케이225지수는 50% 가까이 올랐고 부동산 값도 상승추세로 돌아섰다. 도요타자동차의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순이익이 1조3000억엔으로 2008년 이래 최대치였고, 삼성전자에 밀려 쇠락하던 소니가 5년 만에 흑자를 냈다. 이제 아베는 돈을 번 대기업들에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주라고 압박하고 있다. 소비를 늘려 내수시장을 살리겠다는 의지다.

물론 이 극단적인 경기부양 정책 효과의 지속 가능성은 의문이다. 돈을 계속 풀 수는 없고 금융정책의 한계 또한 분명하다.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40%나 되는 부실(不實) 국가가 끝없이 돈을 찍어내 빚을 늘리다 어느 순간 재정위기의 뇌관이 터지면 파국이다. 국채금리 급등,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의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가미가제(자살공격)’ 정책이라는 말도 나온다.

그럼에도 아베노믹스는 거침없을 기세다. 주요 7개국(G7)은 일본의 환율조작에 면죄부를 줬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냉정한 국제경제 논리다. 세계 3위 경제 규모의 일본이 살아나는 게 미국과 유럽의 경제회복에 득이 된다는 주판알만 튕기고 있을 뿐이다. 다들 나부터 살기 급한 마당에 ‘근린궁핍화’ 같은 교과서적 비판, 이웃 나라가 고통을 받든 말든 전혀 알 바 아니다.

문제는 아베노믹스가 탄력을 받을수록 한국 경제의 추락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우리 수출상품 절반 이상이 일본과 겹친다. 엔저의 직격탄에 가장 궁핍해지는 이웃이 바로 한국이다. 벌써 수출기업들의 비명이 이어지고, 전자·자동차 등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이 비틀거리고 있다. 그런데도 엔저를 막을 방법도, 환율전쟁에 뛰어들 힘도 갖지 못한 것이 우리 처지다. 결과는 15년 만의 경제성장률 역전이다. 양국 중앙은행의 올해 성장전망은 한국 2.6%, 일본 2.9%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한국 -5.7%, 일본 -2.0% 이후 처음이다. 그 예외적이었던 때 말고 지난 30여년 우리의 성장률이 일본에 뒤진 적이 없다.

박근혜정부 출범 3개월이다. ‘근혜노믹스’는 저성장 극복을 위한 창조경제를 내세웠지만 그게 뭔지 논란만 벌이다 시간을 보냈고, 여전히 손에 잡히는 방향·목표·방법이 없다. 디플레이션과 엔고 탈출을 위한 모든 수단의 동원이라는 아베노믹스의 명료함과 구체성이 시장에 확실한 신호를 준 성과가 지금의 일본 경제 고공행진이다. 그러나 우리의 근혜노믹스는 두 얼굴이다. 성장을 말하면서 감당할 수 없는 복지제도를 내놓고, 투자 촉진과 일자리 확대를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죽이기에 바쁘다. 국회에서 쏟아내는 법은 공장을 해외로 내모는 규제, 기업인들을 교도소 담장 위에 올려놓는 징벌 일색이다.

근혜노믹스의 결함은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공감대를 만들지 못하는 데 있다. 성장을 견인하고 일자리를 늘리면서 창조경제를 꽃피우자는 깃발 아래의 현실은 성장과 분배가 헷갈리고, 일자리와 복지정책이 어긋나면서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폭탄, 자율과 창의·기업가정신을 죽이는 경쟁제한 조치 투성이다.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 시장경제와 사회주의경제의 양립할 수 없는 가치들이 엉키고 민간과 정부의 영역까지 섞여 뒤죽박죽이다.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할 때다. 분명한 목표, 일관된 방향, 확실한 수단에 집중해야 하는데 근혜노믹스는 여전히 모호하다.

추창근 기획심의실장, 논설위원 k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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