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엄마의 손맛 살려 '요구르트의 神'이 된 남자…5년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입력 2013-05-23 15:30  

글로벌 CEO - 함디 울루카야 <초바니 CEO>

84년된 낡은 공장서 출발
뉴욕 유학 중 치즈 유통업하다 그리스式 요구르트로 도전

제대로 된 맛을 찾아라
사무실서 먹고 자며 조리법 연구…1년 반 넘어서야 고향의 맛 찾아

1위 브랜드 비결은 베팅
신선도 위해 중간 유통망 없애…과감한 생산량 확대로 승승장구




터키 사람들의 식탁에는 빠지지 않는 네 가지가 있다. 토마토, 올리브, 치즈 그리고 요구르트다. 요구르트는 옛날부터 ‘신(神)의 음식’으로 통했다. 인도 고대 기록에도 요구르트와 꿀의 조합을 ‘신의 음식’이라 했고, 페르시아의 기록에서도 ‘아브라함의 생명이 빚지고 있는 음식’이라고 적혀 있다.

‘신의 음식’으로 미국에서 ‘요구르트의 신’이 된 한 남자가 있다. 함디 울루카야 초바니 최고경영자(CEO·40)다. 그는 그리스식 요구르트 ‘초바니’로 5년 만에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초바니는 현재 미국 내 그리스식 요구르트 시장에서 40%를 점유하고 있는 1위 브랜드다. 1분에 480컵, 1주일에 100만개가 넘는 요구르트를 만들어낸다. 창업 초기 4명이었던 직원은 1300여명으로 늘었다. 미국 아이다호주와 뉴욕 맨해튼, 호주와 네덜란드에 공장 설비를 갖고 있다. 뉴욕 소호에는 초바니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생겼고, 요구르트 전문가들이 수십 가지의 요구르트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는 명소가 됐다. 그는 인터뷰 때마다 “(초바니 이전) 미국인들이 먹었던 요구르트는 모두 가짜였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리웠던 ‘엄마의 손맛’

터키 북동부 시골에서 태어난 울루카야가 미국 땅을 밟은 건 스무살을 갓 넘긴 1994년. 영어를 배우기 위해 뉴욕으로 갔지만 초고층 빌딩 속에서 흙냄새가 그리웠다. 그보다 더 그리운 건 다섯 명의 형제들과 나눠먹던 ‘엄마표’ 수제 요구르트와 자연 발효 치즈였다. 뉴욕 중심부를 벗어나 북부 외곽으로 이사를 간 그는 주중엔 뉴욕주립대 알바니캠퍼스 학생으로, 주말엔 인근 농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농장일을 익혔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을 만나기 위해 터키에서 날아온 아버지는 뉴욕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이렇게 불평했다. “미국 사람들은 이걸 음식이라고 먹냐.”

아버지의 불평 한마디는 그를 식품업계 CEO로 이끌었다. 우선 요구르트보다 유통기한이 길고 제조 공정도 비교적 간단한 치즈 레스토랑부터 시작했다. 뉴욕 존스타운에 페타치즈 전문 레스토랑 겸 치즈 유통상인 ‘유프라테스’를 만들었다. 하지만 치즈 유통업을 하면서도 가슴 속에는 늘 ‘엄마표 요구르트’에 대한 그리움이 가시지 않았다.

2004년 어느 날 사무실에서 책상 정리를 하던 그는 쓰레기통에 있던 광고 전단지 하나를 우연히 집어들었다. 미국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가 지은 지 84년된 낡은 공장 하나를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거다” 싶었던 울루카야는 날이 밝자마자 공장이 있는 남부 에드메스톤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얼룩으로 뒤덮인 회색 공장이 언덕에 위태롭게 서 있었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던 공장을 그는 헐값에 매입했다. 2005년 여름 5만달러의 소규모 창업자금 대출을 받았다. 터키에서 잘 알려진 요구르트 장인 무스타파 도간을 불러오고, 크래프트 공장에서 일하던 네 명의 직원도 고용했다. 여섯 명이 모여 처음 한 일은 공장의 벗겨진 페인트를 칠하는 일이었다.

○18개월 집념으로 만든 비법

제대로 된 요구르트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생산 설비에 투자해야 했다. 당시 그리스식 요구르트는 미국 요구르트 시장에서 2% 점유율에 불과했기 때문에 본보기도 없었다. 위스콘신주에서 누군가 중고로 내놓은 5만달러짜리 요구르트 제조 기계를 사들인 그는 그 기계를 ‘양치기’라는 뜻의 터키어 ‘초반’에서 따와 영어식으로 ‘초바니’라 불렀다. 이후 고향의 맛을 찾기 위해 피나는 실험에 들어갔다. 그는 “6개월 넘게 사무실에서 길거리 피자를 먹고 버티며 수천 종류의 요구르트를 먹었다”고 회상한다.

생산 단가도 문제였다. 그리스식 요구르트는 일반 요구르트와 다르다. 지방과 단백질이 빠져나온 액체를 거둬내고 묵직하게 남은 것만 먹는다. 일반 요구르트 한 컵을 만들기 위해 우유가 한 컵 필요한 반면, 그리스식 요구르트 한 컵에는 우유가 최소 3~4컵이 필요했다. 그는 “꼬박 18개월 만에 원하던 조리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맛에 자신감이 생긴 울루카야는 당시 식품 마케팅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카일 오브라이언을 판매 책임자로 고용했다. 울루카야와 오브라이언은 ‘1주일에 2만개 판매’라는 목표를 정했다. 그리고 “3년 뒤 서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각자의 길을 가자”고 약속했다.

울루카야는 광고에 쓸 돈이 없었다. 대신 포장 디자인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그는 “진열대 가장 왼쪽 아래칸에 쳐박혀 있어도 단번에 눈에 띌 수 있는 걸 만들겠다”고 결심했다. 쓰레기통에 널린 모든 컵 제품을 주워와 사무실에 늘어놓고 고민을 시작했다. 유럽 스타일의 지름 95㎜짜리 원형이 가장 크고 먹음직스러워 보인다는 결론을 얻었다. 컵 디자인과 금형 개발에만 창업 자금의 절반인 25만달러를 쏟아부었다.

○경쟁자 누른 과감한 베팅

2007년 가을 초바니를 세상에 알릴 시간이 다가왔다. 요구르트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중간 유통업자도 없앴다. 울루카야와 오브라이언은 직접 롱아일랜드의 상점들을 찾아가 300개의 물량을 공급했다. 상점 주인들은 초바니를 유기농 코너에 진열하자고 했지만 이들은 일반 식품 코너에 진열하기를 원했다. 초바니가 첫선을 보였을 때 미국 요구르트 시장은 다농과 요플레가 71%를 점유하고 있었고, 그리스식 요구르트 시장은 2%에 불과했다. 울루카야는 “처음부터 비싼 유기농 제품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다농, 요플레 등 경쟁업체들이 가격을 내려 쫓아올 때 대책이 없다”고 판단했다. 초바니는 지금도 6온스당 1달러30센트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초조한 1주일을 보내고 초바니의 재주문이 들어오기로 한 날, 결과는 ‘대박’이었다. 300개의 주문이 다시 들어올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두 배가 넘는 600개의 주문이 쏟아졌다. 창업 3년만인 2009년 중반에는 1주일에 20만개를 납품하는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초바니에 시장을 서서히 뺏긴 경쟁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초바니가 그리스식 저지방 웰빙 요구르트로 입소문이 나자 잇따라 저지방 그리스식 제품군을 들고 나왔다. 울루카야는 2009년 말 또 한번의 모험에서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호주와 네덜란드에 각각 3000만달러를 들여 새 공장을 세웠다. 주당 40만개였던 생산량은 100만개로 대폭 늘어났다.

“소규모 창업자의 선택은 둘 중 하나입니다. 라이벌의 공격을 피해 안전하게 살고 싶다면 그저 먹고살 만큼 들어오는 고정 수익에 만족하는 것이고, 제대로 한판 벌이고자 한다면 그 경쟁자들을 뛰어넘어 1인자가 되는 겁니다.”

후자를 선택한 그의 다음 목표는 아시아와 유럽시장에 제대로 만든 ‘신의 음식’을 선보이는 것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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