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가치 제대로 공유하려면 실제사례를 스토리텔링하라

입력 2013-05-23 15:30  

경영학 카페

고객우선·솔선수범 등 구호만으론 기억에 안 남아



사업을 하는 지인이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가정에 가훈이 있고 학교에 교훈이 있지만, 살아오면서 그걸 제대로 실천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막상 경영을 해보니 직원들에게 핵심가치를 가르치고 체화시킬 필요가 있더라. 핵심가치를 알지 못하는 직원들은 돈을 따라다니는 용병처럼 주인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조직에 핵심가치가 뿌리내리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

핵심가치란 말이 어렵게 들릴 수 있지만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다. 일상에서 우리는 ‘기업문화’라는 말을 자주 한다. “OO기업 사람들은 치밀해”라고 말한다면 그 기업은 ‘치밀함’이란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이 치밀함이 그 기업의 핵심가치라고 할 수 있다.

핵심가치는 직원들이 기업문화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핵심가치를 가르쳐서 기업문화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도 있다. 특히 기업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조직이라면 핵심가치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이럴 때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판례 스토리텔링이다. 마치 변호사가 법에 대해 배울 때 판례를 통해 법이 어떻게 일상에 적용되는지 이해하듯이, 직원은 기업 내 사례를 통해 핵심가치의 실체를 이해하게 된다.

‘고객중심’이란 핵심가치를 갖고 있는 어느 유통기업의 신임 관리자가 매장의 고객용 주차공간에 주차했다는 소식을 접한 임원은 관리자를 불러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긍정적 판례 스토리텔링을 활용할 수 있다. “내가 전임 사장님 이야기를 하나 해주지. 사장님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가장 사소한 것에서부터 이 가치를 실천하고자 하셨다네. 고객들이 주차할 공간을 찾아 헤매지 않도록 직원들은 모두 매장입구에서 가장 먼 곳에 주차하라고 지시하셨지. 어느 날 내가 지점장으로 있는 지점에 사장님이 찾아오셨어. 그날은 예보도 없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이었네. 설상가상으로 사장님이 직접 운전한 차에는 우산도 없었지 뭐야. 그때 사장님은 많은 고민을 했을 거야. 가장 먼 곳에 차를 주차하고 비를 맞을 것인가, 빈 자리가 많은 출입구 앞에 주차를 할 것인가. 자네라면 어떻게 하겠나?”

“그런 특수한 상황이라면 입구 앞에 주차를 해도 되지 않을까요. 게다가 사장님인데.”

“그럴 수도 있을 거야. 하지만 사장님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셨다네. 매장 입구에 들어선 사장님을 보았을 때 우리 모두 놀랐다네. 근엄하신 사장님이 멀리 차를 세우고 비에 홀딱 젖어 들어오신 거지. 우리가 얼마나 당황했겠나? 나는 그날 사장님이 회의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네. 하지만 한 가지를 분명히 배웠지. 사장님은 진심으로 고객을 최우선으로 여긴다는 것을 말이야. ”

이번에는 부정적 판례 스토리텔링을 살펴보자. P&G는 한동안 강의장이 있는 빌딩 내에 식당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무료 점심식사를 제공했다. 직원들이 공부에 열중해야 하는 연수기간에 식당 찾는 것으로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배려한 정책이었다. 연수 중인 신입직원들이 무료 식사를 즐기는 동안, 강사가 ‘폴크된 직원’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폴크는 당시 식당 건물 이름이었다.

어느날 P&G의 한 직원이 지갑을 빠뜨리고 출근했다. 그는 오후 내내 빈속으로 일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에게 돈을 빌리는 것도 싫었다. 순간 길 건너 폴크빌딩에 있는 무료 점심식사가 생각났다. 그래서 그는 별 생각 없이 폴크빌딩에서 무료 점심을 먹었다. 그는 자신의 임기응변에 기분이 좋아져 다음날은 동료를 데리고 무료 점심을 먹었다.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자 더 대담해져서 한 달 동안 4회 이상 무료 식사를 했다. 이들을 알아본 것은 식당 직원이었다. 교육은 길어야 1주일인데, 같은 얼굴이 계속 나타나니 의심을 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결국 이들은 징계조치를 받았다. 이야기를 들은 신입직원들은 회사의 핵심가치 중 하나인 진실성을 무시하고 부정직하게 회사의 공짜 점심을 먹으면 해고된다는 뜻으로 ‘폴크된다’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판례 스토리텔링은 짧은 이야기를 통해 고객 우선의 핵심가치, 솔선수범의 리더십, 핵심가치를 어긴 사람이 받게 되는 처벌 등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핵심가치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그것만 이야기하면 도덕 교과서가 되고 만다. 당연히 직원들의 기억에 남는 것도 없다. 기업문화를 정의하는 핵심가치가 살아 숨쉬길 원한다면, 핵심가치로 기업문화를 바꿔보고 싶다면, 적절한 판례 스토리텔링을 활용해보자.

김용성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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