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콘푸드, 온라인으로 생산자-소비자 연결…직원 24명이 年1000만弗 매출

입력 2013-05-23 15:30  

Best Practice - 식자재유통회사 자이콘푸드

신선한 고기·과일, 산지서 직접 떼와 도시서 판매

유통혁신 과정은…
홈페이지서 고객주문 모아 농장에 필요한 양 요청
트럭 빌려 각지역에 배송…약속한 장소서 고객에 전달

美식료품 벤처 모델로
고품질 식자재 값싸게 공급…창업 2년만에 20배 성장…재고 안생겨 창고도 불필요

SNS 입소문 마케팅도 한몫
음식전문 블로거 400명 선정…창업 초기 고기 공짜로 뿌려…'가격대비 최고' 소문 일파만파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시내의 한 교회 주차장. 주차한 트럭 한 대 앞에서 사람들과 차들이 길게 줄을 서서 무언가를 사고 있었다. 동네에서 유명한 핫도그 판매 트럭이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의 ‘드라이브 스루’(차에서 내리지 않고 햄버거를 주문해 사 먹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핫도그 대신 잘 포장된 생 닭고기 박스 하나씩을 구입했다. 식재료로 쓰이는 고기를 판매하는 트럭이었다.

낯선 형태의 장사를 한 회사 이름은 ‘자이콘푸드’. 산지(産地)에서 직접 고기를 떼다가 도시로 와서 판다. 유통과정을 생략해 값은 싸지만 품질이 좋다. 불법 노점상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요즘 미국에서 성공한 ‘식료품 벤처’의 대표 모델로 떠올랐다. 회사의 총 근무인원은 24명. 하지만 24만명의 고정회원이 자이콘푸드를 통해 고기를 비롯한 각종 식자재를 사고 있다. 2009년 창업한 자이콘푸드는 2010년 44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는 10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2년 만에 20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산지 직송’ 고기 배달

자이콘푸드는 2009년 창업자 마이크 콘래드와 친구들이 산지에서 직접 사온 소고기를 도시에서 파는 이벤트를 열다가 아예 사업화 해보자고 의기투합하면서 출범했다. 사업 모델은 간단하다. 예를 들면 자이콘푸드는 홈페이지에 “몇 월 며칠 워싱턴시 A교회 주차장에서 닭가슴살 세트를 판매한다”는 공지를 띄운다. 소비자들은 자이콘푸드 홈페이지에서 구매를 신청하고 결제한다. 자이콘푸드는 고객의 주문을 모아 미국에서 이름난 도축장이나 가공공장과 직접 구매협상을 한다. 고객들의 요청을 한번에 모아 대량으로 물건을 사기 때문에 구매력도 좋다. 그만큼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그리곤 중간 단계 없이 바로 정해진 장소에 가서 예약한 고객에게 고기를 전달해주기만 하면 끝이다. 창고도 필요없다. 재고를 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이콘푸드는 고기에 일절 손을 대지 않는다. 말 그대로 가공공장에서 갓 나온 신선한 제품이다.

자이콘푸드의 고기는 도살·가공 후 최장 7일 내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마트에 있는 물건은 평균 20일 이상이다. 값도 싸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소매점 판매 가격보다 파운드(약 0.45㎏)당 1달러 이상 싸다. 대신 보통 40파운드 이상씩만 묶어서 판다. 소비자들은 구매할 때 약 40달러를 아끼는 셈이 된다.

자이콘푸드를 창업할 때 콘래드가 투자한 돈은 고작 1500달러였다. 트럭도 회사 소유가 아니다. 홈페이지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되는 장사다. 주문이 모이면 트럭을 빌려 목장이나 공장에 보냈다가 물건을 싣고 주문받은 지역으로 가라고 명령만 하면 된다. 전례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세금을 내야 하는 가게도 필요없고, 식재료에 손을 대지 않으므로 식당 허가도 필요없다.

콘래드는 “우리는 DHL이나 UPS와 같은 배달전문업체”라고 설명했다. 미국 농무부로부터 운송업체 허가를 받아 장사하고 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은 “너무 간단해서 교활해 보이기까지 하는 사업모델이 자이콘푸드의 성공 비결”이라고 진단했다.

◆인터넷 이용한 입소문 전략

독특한 사업모델과 더불어 마케팅 전략도 자이콘푸드의 성공에 한몫했다. 자이콘푸드는 창업 초기 맛집, 음식 레시피 전문 블로거 400명을 선정해 고기를 공짜로 뿌렸다. 그러면서 자이콘푸드의 사업모델을 설명했다. 블로거의 지인들이 자이콘푸드 홈페이지에 가입하면 대가로 1달러씩을 줬다. 블로거들은 자이콘푸드의 신선한 고기 질과 싼 가격에 대한 글을 쓰고 퍼트렸다. 입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졌다. 인터넷의 특성을 절묘하게 이용한 것이다.

입소문만으로 장사가 된 것은 아니다. 자이콘푸드에서 사온 고기를 맛본 사람들은 ‘가격 대비 최고’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이리터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티파니 이바노브스키는 “보통 대형 식료품점에 가면 고기만 사러 갔다가 쓸데없는 것까지 잔뜩 사오는 경우가 많다”며 “자이콘푸드를 이용하면 꼭 필요하면서도 질 좋은 식자재를 훨씬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블로거는 “멀리 있는 대형 매장에 가거나 마트 내에서 돌아다녀야 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것도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40파운드는 한 가정이 먹기엔 좀 많기 때문에 보통은 이웃들과 함께 주문을 한다. 때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역 내 공동구매자를 모으기도 한다. 인터넷이 새로운 시장을 만든 셈이다.

고기 판매가 인기를 끌면서 과일과 야채, 가공 육제품, 생선 등도 판매 목록에 추가했다. 처음엔 회사가 있는 워싱턴 주변에서만 물건을 팔았지만 지금은 미국 내 48개주, 알래스카 정도를 제외한 사실상 전역에 식자재를 배달하고 있다.

◆지방정부·마트 등의 ‘견제’가 걸림돌

혁신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장기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규제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몇 년 전 월스트리트 벤처펀드의 투자까지 받았던 혁신적인 트럭 음식점들이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며 “각종 식품, 위생 관련 규제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자이콘푸드의 부상으로 타격을 입은 동네 마트들도 조만간 본격적인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럭 음식점들이 부상할 때 이들을 주(州)나 시 당국에 고소한 사람들도 대부분 식당 주인들이었다.

콘래드도 “농부무의 승인을 받았는데 각 지역에 갈 때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새로운 법규를 적용하려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관료주의가 식음료 부분에서 가장 빠르고 혁신적인 산업 자체를 없애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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