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톈안먼 사태를 이해하면 중국미술이 보인다

입력 2013-05-23 17:18   수정 2013-05-24 01:01

20세기 중국미술사
뤼펑 지음 / 이보연 옮김 / 한길아트 / 1008쪽 / 5만원




중국은 흔히 다양한 문화 현상이 혼재하는 문화의 용광로에 비유된다. 예술도 그 다양성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역사상 수많은 사조가 나타났다 사라졌고 이웃나라에 무시 못할 영향을 끼친 때도 많았다. 그런 까닭에 중국예술사의 중심적 흐름과 부차적 흐름을 파악하고 명작과 모작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20세기 중국미술사》의 저자 뤼펑(呂澎)은 그런 악조건 속에서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 한 문명의 탄생과 발전, 변화, 파생의 역사를 이해할 것을 권유한다. 동시대 중국미술계를 선도하는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그가 이런 방법을 권유하는 까닭은 심미적 능력을 기르는 바탕은 역사적 판단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고차원적인 심미적 판단은 그것이 역사적인 판단을 거친 후의 정신활동”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접근 방식은 예술을 일차적으로 정치·사회 상황과 결부시키는 데서 잘 드러난다. 서양화법의 중국 전파가 중국을 기독교로 개종하려던 예수회 선교사들이 포교 수단으로 가져온 기독교 성화에 의해 이뤄졌다고 본 점이라든가, 19세기 상하이를 중심으로 활동한 해파(海派)는 근대 대도시의 상인과 시민계급의 수요를 만족시키는 과정에서 성장했다고 주장한 점이 그것이다.

저자는 또 19세기 말, 20세기 초 중국 화가들의 일본 유학 러시는 1894년 중일전쟁의 패배와 그로 인한 선진문화에 대한 열망이 바탕이 됐다고 지적한다. 중국이 공산화의 길을 걸은 1949년 이후의 신중국 미술이 선전미술 성격을 띠는 것은 “고도의 사상성과 예술성을 지닌 작품을 창작함으로써 인민의 노동과 전투 열정을 고무”시키려는 목적 아래 공산당이 예술을 주도한 결과물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아울러 1989년 2월에 열린 ‘중국현대예술전’을 전위적 경향이 지배한 것은 톈안먼 사태로 촉발된 정치·사회적 혼란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황융핑, 쉬빙, 웨민준 등 2000년대 세계 미술시장을 떠들썩하게 한 스타 작가들이 중국을 거점으로 활동한 것도 사회 상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세계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작가들에게 제공되는 전시, 판매 및 프로모션의 기회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처럼 미술이 사회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술의 역사가 반드시 그것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 점만 염두에 둔다면 이 책은 중국 현대미술사를 이해하는 친절한 동반자로서의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할 만하다.

저자가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민중의 민주화 요구를 무자비하게 진압한 1989년 6월의 톈안먼 사태였다. 미래가 없는 것처럼 보였던 그 해, 저자는 자신이 목격한 동시대 미술가들의 열정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꼈고 이것이 그로 하여금 펜을 들게 했다. 10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과 600여장의 도판은 그가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이 책을 집필했는지 말해준다.

흩어지는 과거를 붙잡으려는 그의 혼신의 노력은 오늘의 중국미술을 점검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견실한 입문서라는 영예로운 평가로 보상받았다. 물론 이 책은 새로운 심미적 해석을 위한 출발점으로 삼을 때 그 진가를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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