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발명가가 곧 기업가요 소비자가 곧 생산자다

입력 2013-05-23 17:38   수정 2013-05-24 01:07

3D프린터·레이저 커터로 누구나 생산 가능해져
블루칼라 취급받던 제조업 창조경제 이끄는 주역 돼

메이커스 ㅣ 크리스 앤더슨 지음 ㅣ 윤태경 옮김 ㅣ 알에이치코리아 ㅣ 356쪽 │ 1만6000원



‘제너럴 일렉트릭, 제너럴 모터스, 제너럴 밀스와 같은 이름을 가진 기업들의 시대는 끝났다. 영리하고 창의적인 개인들이 수억개의 작은 사업 기회를 발견하고 잡을 수 있다.’

공상과학(SF)소설 작가 코리 닥터로우는 2009년에 발표한 소설 《메이커스》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점에 따라 비관적일 수도, 낙관적일 수도 있는 문장이다. 제조업이 사그라지면서 직격탄을 맞은 옛 중산층에는 암흑과 같은 말이겠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아 틈새로 진출하려는 사람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권위 있는 정보기술(IT)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으로 12년간 일했던 크리스 앤더슨은 닥터로우의 소설과 같은 이름의 신작 《메이커스》에서 지금의 변혁기는 오히려 제조업을 되살리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과거처럼 수천, 수만명이 일하는 공장 시대가 아니라 지역적으로 다양한 소규모 기업이 분포하는 혁신적 제조업 경제가 될 때 제조업 노동자가 진짜 하류층으로 몰락하는 추세를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 대중이 참여해 디자인한 차를 소규모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하는 미국의 로컬모터스처럼 지역 곳곳에 웹처럼 자리 잡은 소규모 ‘메이커’들이 제조업의 양상을 뒤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지금 세상을 본다면 놀라서 턱이 빠질 것이다.”

저자는 누구나 ‘메이커스’가 될 수 있는 지금의 시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소규모 메이커들이 곳곳에 생겨날 수 있는 것은 ‘생산수단의 민주화’ 덕분이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의 소유 여부로 자본가·노동자 계급을 분류했지만 지금 시대에는 누구나 생산수단을 통제할 수 있다.

오토데스크라는 회사가 무료로 배포하는 123D 캐드(컴퓨터로 3차원 물체를 디자인하는 프로그램)의 ‘제조’ 메뉴를 클릭하면, 3차원(3D) 프린터로 직접 제작할지 서비스 업체에 의뢰해서 제작할지 선택할 수 있다. 서비스 업체에서는 제조자가 만든 설계도를 보고 완성품을 만들어 보낸다. 이제 중요한 건 공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다.

기업가와 소비자의 경계를 허물고 누구나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제조자 운동’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는 생산설비를 공유하는 약 1000개의 메이커스페이스가 있고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건설 중인 메이커스페이스만 100곳이 넘는다. 사람들은 이곳으로 와 직접 자신이 설계한 물건을 만든다.

지난해 초 제조자 운동의 잠재력을 인식한 오바마 행정부는 4년간 미국 학교 1000곳에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같은 디지털 제작도구를 갖춘 메이커스페이스를 만들기로 했다. 예전처럼 블루칼라 노동자를 육성하는 게 아니라 21세기의 혁신적인 제조업을 육성하는 셈이다. 몇몇이 모여 만든 프로젝트 수천개가 소셜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은다. 지난해 소셜 펀딩 사이트인 킥스타터가 유치한 자금만 3억달러(약 3370억)에 이른다. 이렇게 지역 곳곳에서 탄생한 회사들은 활력과 다양성 넘치는 새로운 제조업 생태계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변화가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공급하는 주체인 중소기업은 지난 수십년간 해외로 공장을 이전해 왔다. 그러나 제품을 어디에서든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제조 시대에 중요한 건 인건비가 아니라 ‘어느 나라가 물건을 더 잘 만드느냐’다. 선진국도 다시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물론 이는 ‘스타트 업’의 시장 진입 장벽이 매우 낮은 미국에 알맞은 얘기다. 진입 장벽이 낮으면 창업 기업 중 몇 개는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들이 새로운 산업과 수만개가 넘는 일자리를 만든다. 실패할 경우에는? 저자는 “실패하면 모든 것을 잃고 평생 부채에 시달리던 전통 제조업 시대와 달리 새로운 시대에는 실패하더라도 신용카드 대금을 내지 못할 뿐”이라고 말한다. 한국의 경우가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 새로운 조류를 저자는 ‘구슬과 모래가 든 항아리’에 비유한다. 구슬들이 전통적 대기업이고 모래는 구슬 사이의 틈을 메우는 새로운 ‘메이커스’다. 대기업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대기업의 독점’이 사라질 거란 얘기다. 창조경제의 방향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시기에 나온 시의적절한 지침서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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