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타임즈의 확대경] 고급차, 많이 팔려도 고민하는 이유

입력 2013-05-27 16:40  


사람의 경제적 신분(?)을 나타내는 데 자동차만큼 좋은 것은 없다. 경제적으로 부유할수록 고급(高級) 및 고가(高價)의 자동차를 타려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 회사들은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 활동에 혈안이다.

그런데 귀족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의 공통점은 귀족의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세부터 이어져 온 귀족의 의무이행, 이른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 Oblige)’와는 관계없이 경제적 넉넉함이 있으면 모두 ‘귀족’으로 대접한다. 기본적으로 물질이 풍요해야 비싼 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사실에 기초한 마케팅인 셈이다.

고급 및 고가차 구매를 유혹하는 광고 문구는 언제나 ‘귀하의 품격을 지켜드립니다’ 또는 ‘진정한 귀족을 향한 손짓’ 등 이미 구매 대상을 귀족으로 규정한다. 적어도 고급 및 고가차를 타야 진정한 귀족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자극해 귀족이 되고픈 이들의 욕망을 충족시켜 준다.

‘귀족에의 욕망’을 건드리는 또 다른 이유는 대중적인 제품의 판매 확산이다. 고급차 소유를 귀족의 조건으로 내걸면서도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준귀족(準貴族)’과 같은 자동차를 추천한다. 구매자로 하여금 ‘당신은 귀족에 버금가는 신분을 지닌 사람’임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국내에 대형세단 외에 ‘준대형세단’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형을 고급 및 고가와 동일시한다면 준대형은 귀족의 반열에 오르기 직전의 수요 계층을 겨냥한다.

이런 현상은 ‘명품(名品)’ 매거진도 마찬가지다. 명품 매거진의 내용은 대부분 최상위 계층을 겨냥한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값비싼 보석과 패션, 건강을 위한 최고급 방법만 소개돼 있다. 하지만 매거진을 읽는 주독자층은 평범한 사람이 대부분이다. 매거진의 눈높이는 귀족에 맞추되 실질적 타깃은 귀족이 되고픈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일반 독자에 맞추는 것이다.

귀족 마케팅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브랜드다.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도 아니고 수백억원에 달하는 광고를 내보낸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려면 오랜 기간 숙성되는 과정을 거쳐야 하고 ‘희소성’이 있어야 한다. 누구나 쉽게 구입 가능한 제품은 귀족화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해소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 프리미엄 자동차 회사들은 고민이 생겼다. 경제적 여유가 생기면서 판매 증가는 반색이지만 희소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100년 이상 역사를 내세우며 자부심을 강조하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누구나 쉽게 탈 수 없는 고급차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누구나 쉽게 타는 차’로 대중화되는 것은 고민일 수밖에 없다. 희소가치를 위해 한정 생산 방식을 취하고 별도 고성능 브랜드를 육성해도 일부러 판매량을 줄일 수는 없다. 귀족 마케팅의 3박자가 희소성과 브랜드, 귀족이 되려는 수요자라면 그중 첫 번째인 희소성이 흔들리는 시대다.

권용주 오토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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