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여성기업인 울리는 성희롱

입력 2013-05-29 17:32   수정 2013-05-30 00:36

박수진 중소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회사 이름도, 업종도 공개하길 거부한 여성기업인 A씨는 최근 사석에서 뜻밖의 얘길 꺼냈다. 성희롱 문제였다. 사업 성격상 공무원들을 만날 일이 많은 그는 얼마 전 지인의 초대를 받고 저녁자리에 나갔다가 기억하기도 싫은 일을 겪었다. 합석했던 초면의 고위 공무원과 교수는 술이 취하자 “남편과의 금슬은 좋으냐” “얼굴이 고운데 가까이서 봐도 되느냐”며 계속 추근댔다.

신체적 접촉까지 이어지려는 순간, 그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방문을 나서는 그의 뒤통수로 “여자가 저렇게 깐깐해서 무슨 사업을 해”라는 뒷담화가 쏟아졌다. 어지간한 일에는 마음을 상하는 일이 없는 그였지만 그 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집으로 돌아온 A씨는 분하고 원통한 마음에 많이 울었다고 했다.

"얼굴 곱다"며 대놓고 추근대

여성기업인 124만명 시대다. 전체 사업체 10곳 중 4곳(37.2%)은 여성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얘기다. 2010년 통계청 숫자니까 지금은 휠씬 더 늘었을 것이다.

여성기업인들은 남성 주류 사회에서 치열하게 자기 영역을 개발해 성공 신화를 쓴 맹렬 여성들이다. 이들은 기업 내에서는 근로자들을 고용하는 ‘갑’의 위치에, 사회적으로는 피고용 여성들에 비해 ‘비교 우위’에 서 있다.

때문에 최근 온 나라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희롱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을 때 여성기업인들은 그 피해 대상자로 거론되지 않았다. 잘나가는 여사장들이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여성기업인 단체들도 성범죄는 신경쓰지 않는다. 남성들과의 차별 대우나 관행적 장벽 등 사업상의 문제는 거론하지만, ‘성(性)문제’는 공론화한 적이 없다. 취재를 위해 여성기업인 단체들에 전화해보니 “그런 문제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당연히 실태조사 같은 것은 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현실은 어떨까. 국가인권위원회가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접수해 처리한 1152건의 성범죄 사건을 보면 피해자가 평직원인 경우가 828건(71.9%)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중간관리자 이상이 56건이었다. 이 중에는 여성기업인이 피해자인 18건(1.5%)도 포함돼 있다.

드러난 피해 '빙산의 일각'

A씨 말고도 실제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당하는 여성기업인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조중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소장은 “문제가 된 것은 심각한 경우에 한한다”며 “여성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성희롱과 성추행 등은 신고된 것보다 휠씬 더 많고 심각하다”고 말했다.

거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남성 기업인, 정부 납품 여부를 결정하는 공무원, 이를 심사하는 전문가 집단 남성들로부터 성추행 당했다는 여성기업인들의 진정 건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시키지 않을까. 여성기업인 B씨는 “남자들의 성희롱이 기분 나쁘긴 하지만, 사업을 접을 게 아니라면 어떻게 번번이 문제를 삼을 수 있느냐”며 “고생해서 일군 사업을 생각하면 웬만한 성희롱은 그냥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성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이 평범한 여성들이 피해자인 경우보다 상대적으로 덜 문제가 되는 배경이다.

정부는 윤 전 대변인 사건을 계기로 내달 중순께 범 정부 차원의 ‘성범죄 근절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여성기업인을 상대로 한 성범죄는 그동안 ‘애써’ 외면한 결과든, 아니면 무지의 결과든 대책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참에 성범죄에 눈물 흘리는 여성기업인에 대한 대책도 진지하게 다뤄졌으면 한다.

박수진 중소기업부 차장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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