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왼손골퍼…왜 오른손으로 치죠?"

입력 2013-05-31 17:06   수정 2013-06-01 04:10

Golf는 즐거워 (5) 한국레프티클럽

회원수 4800여명…클럽 정보공유·용품 공동구매
"소수자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골프문화 확산되길"




“어! 동반자 모두 왼손잡이시네요?” “다음 팀도 모두 좌타예요.”

지난 28일 경기 여주군 장사면 이포CC. 캐디들이 신기한 듯 왼손잡이 골퍼들을 맞았다. 이날 라운딩을 함께 한 4팀 16명이 모두 왼손잡이. 골프에서도 소수인 왼손잡이 골퍼 모임 한국레프티클럽의 서울경기지역 월례회가 열린 것. 선두조 첫 번째 회원이 왼손 타석에서 드라이버를 휘두르자 어김없이 “굿샷”하는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이들은 있는 그대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다.

레프티클럽은 2003년 왼손잡이 골퍼 몇 명이 다음 카페를 만들면서 시작됐다. 2005년 독립 사이트(leftygolf.co.kr)가 개설됐고 회원 수는 4800여명으로 늘었다. 최근엔 젊은 왼손잡이 골퍼를 끌어모으기 위해 포털 네이버에 레프티클럽 지부도 만들었다.

회원들은 대부분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왼손잡이용 골프 클럽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레프티클럽에 가입한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이근우 씨(44)는 “왼손잡이용 클럽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왼손잡이용 클럽은 시타도 하기 힘들어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며 “동호회에서 클럽 정보를 공유하고, 용품을 공동 구매하거나 중고채 장터 등에서 클럽을 사고팔기도 하면서 회원들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간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서의 활동은 오프라인으로 끈끈하게 이어진다. 광고를 주로 제작하는 필름프로덕션게릴라의 이주호 감독(53)은 왼손잡이 골퍼로서 느끼는 동질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누구나 다 왼손잡이 골퍼로서 겪은 설움을 하나씩은 갖고 있어요. 오프라인 모임에 한번 오면 왼손으로 친다는 동질감을 진하게 느끼는 거죠. 그동안 설움을 받았지만 여기서 힐링을 받는다고 할까요.”

왼손잡이 골퍼들은 연습장에서도 타석을 찾기 힘들어 개인연습을 하기 어렵다. 스크린골프를 칠 때도 미리 전화해서 왼손 타석이 있는지 확인하고 예약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야 한다. 오른손잡이와 라운딩을 시작할 때는 “미안합니다”라고 말하고 왼손 타석에서 티샷을 날린다. 야간경기 때 티박스의 조명은 오른손잡이의 공을 주로 비추기 때문에 왼손잡이 골퍼들은 조명을 등지고 공을 쳐야 한다. 상당수 레슨 코치들은 오른손으로 치는 게 더 낫다는 조언까지 하기도 한다.

서울 삼전동에서 한식당 도나우를 운영하고 있는 이재윤 씨(55)는 레슨 코치의 권유를 받고 처음에 오른손으로 골프를 시작했다가 아픈 기억을 남겼다.

“오른손으로도 스코어는 그런대로 냈지만 힘껏 때려보질 못해서 스트레스가 쌓였죠. 안 쓰던 오른쪽으로 힘을 쓰다가 갈비뼈가 두 대나 나가기도 했어요. 6개월 만에 그만두고 왼손으로 다시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이씨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으로 골프를 치는 것은 오른손잡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왼손으로 젓가락질해서 먹으라는 것과 같다”며 “레프티클럽의 오프라인 모임에 나오면서 매우 자연스럽게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레프티클럽의 서울경기지역 회장을 맡고 있는 이관용 서울골프 대표(45)는 왼손잡이를 위한 골프 문화를 만들기 위해 생업을 바꾸기까지 했다. 자동차 엔지니어로 18년을 근무한 이 대표는 “1990년대 말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3년간 일할 때 왼손잡이용 장비는 동네 골프숍에서 쉽게 구할 수 있을 정도였다”며 “한국에 돌아와보니 장비도 구하기 어렵고 배우기도 힘들어 왼손 골퍼를 위한 피팅숍을 열었다”고 했다.

레프티클럽의 1호 여성회원인 전영희 씨(55)는 “여성용 왼손잡이 클럽은 구입하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레프티클럽에서 7~8년 활동하면서 여기서 머리 올리고 원포인트 레슨을 받았다”며 “레프티클럽은 왼손잡이 여성 골퍼인 내가 골프를 배우고 제대로 즐길 수 있게 해준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우리 사회가 이전보다 다양성을 많이 인정해주고 있지만 아직까지 왼손잡이 골퍼는 사회의 소수입니다. 레프티클럽을 통해 왼손잡이도 자신 그대로의 모습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확산되길 바랍니다.”(이관용 대표)

여주=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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