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관리] 하룻밤 꾸는 20분짜리 꿈 4~5개가 정상적 뇌 활동 보장

입력 2013-06-06 14:30  

한경 BIZ School -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 11 >

이무석 전남대 의대 명예교수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 처럼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정신에너지 낭비 심하면 기억력 감퇴·짜증 많아져




합격자 발표를 대학 게시판에 하던 시절 얘기다. 아들의 대입시험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어머니가 있었다. 합격자 발표 날 아들이 지원한 대학 게시판 앞에 섰다. 아무리 찾아보고 또 찾아봐도 아들의 이름이 없었다. 어머니는 절망감으로 주저앉고 말았다. “불쌍한 우리 아들을 어찌할꼬?” 몸은 천근만근, 일으킬 기운도 없었다. 그때 아들이 달려왔다.

“엄마, 거기서 뭐하세요?” “얘야, 괜찮아. 기회가 또 있을 거야.” 어머니는 아들을 위로했다. “엄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나 붙었어요.” 알고 보니 어머니는 문과대학 게시판 앞에 서 있었다. 아들은 법과대학이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안고 펄쩍펄쩍 뛰었다. 몸도 날아갈 듯이 가벼워졌다.

“불과 수초 전까지 일어날 기운도 없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극적인 변화죠? 이럴 땐 몸안에서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뇌의 변연계는 흥분하고 엔도르핀이 분비되며, 심장은 즐거움으로 빠르게, 이 모든 일이 불과 수초 만에 일어납니다. 아들의 합격 소식이 신체에 변화를 일으킨 것이죠. 그래서 현인들은 마음의 관리가 인생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했습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열 번째 시간. ‘행복한 삶을 위한 마음 관리’를 맡은 이무석 전남대 의과대학 명예교수는 이 같은 사례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 명예교수는 한국정신분석학회장, 대한신경정신의학회장 등을 지낸 정신과 전문의다.

○“모든 일은 마음에 달렸다”

“2010년에 정년퇴임했으니 정신과 교수 생활만 30년 했습니다. 평생 사람 마음만 들여다보고 살았죠. 그동안 제가 발견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문제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에 대해 무관심합니다. 몸은 탈이 나면 금방 알지만, 마음은 잘 안 보이니까 그런가봐요. 관심이 없으니 마음을 혹사시키는 일도 많고요. 그러다보면 우울해지기 쉽습니다. 쫓길 일도 없는데 자꾸 쫓기는 기분이 들게 되죠. 그럴 때 계속 무리하다가는 병이 옵니다. 얼른 마음을 다독거려주고, 위로해주고,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이 명예교수는 원효대사의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모든 일은 마음에 달렸다) 사상이’ 마음 관리의 중요성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원효대사는 서기 661년(신라 문무왕 1년)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다. 당항성(지금의 경기 화성) 근처 어느 무덤 앞에서 잠을 자다가 잠결에 목이 말라 바가지에 담긴 물을 마셨다. 다음날 아침에 깨보니 잠결에 마신 것은 해골에 고인 물이었다. 원효대사는 그때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으며,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닫고는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

○“정신에너지가 어디로 낭비되는지 파악하라”

“많은 여성들이 ‘눈이 쌍꺼풀이 아니라서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본다’고 합니다. 그런데 쌍꺼풀이 아니어도 잘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쌍꺼풀이 아니라 마음인 겁니다. 그렇다면 마음 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복잡한 이론보다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각론들을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정신에너지를 관리하는 겁니다. 자동차가 휘발유가 있어야 가듯, 우리 뇌도 에너지가 있어야 활동합니다. 수치로 나타낼 수는 없지만요.”

30대 주부 A씨가 있다. 어느 날 오후 고교 동창의 전화를 받았다. 친구는 “어제 네 남편이 젊고 예쁜 여대생하고 호텔에서 나오는 걸 봤다”고 했다. ‘우리 남편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라고 하다가도 곧 ‘친구가 직접 봤다는데…. 바람 피우는 거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하며 A씨의 정신에너지는 고갈되고 만다.

“정신에너지가 소진되면 여러 가지 신호가 나타납니다. 우선 기억력이 떨어집니다. 신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딱 덮으면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또 한 가지 징후는 짜증입니다. 신경이 곤두서는 겁니다. 이런 신호가 나타나면 정신에너지를 체크해야 합니다. 치매라고 의심하기 전에 먼저 ‘내 정신에너지를 어디에 뺏겼을까’ 생각해보십시오. 자기 마음에 물어보세요. 오래 걸릴 때도 있고, 금방 될 때도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내 정신에너지를 뺏기고 있는지 깨닫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회복됩니다. 이런 걸 자기 분석이라고 합니다.”

짜증나고 기운없는 주부 A씨 집에 여대생인 친정 여동생이 놀러왔다. 예쁘고 착하고 공부까지 잘해서 집안의 자랑인 여동생이지만, 오늘은 귀찮기만 하다. 그런데 여동생이 갑자기 자랑을 한다. ‘어제 형부가 호텔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 사줬어!’ 남편과 함께 호텔에서 나왔다는 여대생이 알고 보니 여동생이었던 것이다. 오해가 풀리자 갑자기 에너지가 돌아오기 시작한다. A씨는 갑자기 날아갈 것 같아진다.

“피곤하고 귀찮은 것도 정신에너지가 고갈된 증상입니다. 주변에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분이 계실 거예요. 간기능 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옵니다. 이런 분은 정신에너지를 회복해야 합니다. 성적인 문제도 생깁니다. 남자는 발기가 안 되고, 여자는 성(性)이 싫어지면서 혐오감이 느껴집니다.”

○“깊은 잠을 자야 정신에너지가 회복된다”

이 명예교수는 정신에너지를 회복하는 기초적인 방법으로 잠자는 것을 꼽았다. “수면의학에선 네 단계로 구분합니다. 뇌파를 찍어보면 1단계 파장이 가장 짧고, 단계가 높아질수록 파장이 길어집니다. 깊은 잠에 빠질수록 뇌파가 느려지는 겁니다. 4단계 서파(徐波·느린 파도)수면 단계에서 성장호르몬이 나오는데, 성장기에는 이 호르몬 덕에 키가 큽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성장호르몬 정신에너지가 나옵니다. 1단계에서 4단계로 깊어졌다가 다시 1단계로 얕아지고, 또다시 4단계로 깊어지는 과정이 90분 싸이클로 반복됩니다. 1단계로 얕아졌을 때가 꿈을 꾸는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 상태입니다. 사람은 보통 하루 밤에 20~25분짜리 꿈을 4~5개 꾸게 됩니다. 이 꿈이 아주 중요합니다. 정신병을 예방해 주거든요.”

꿈 박탈 실험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 명예교수는 소개했다. 꿈을 꿀 때 나오는 독특한 뇌파를 감지해서 실험 대상자에게 그 뇌파가 나올 때마다 잠을 깨우고, 다시 재워서 꿈을 못 꾸게 하는 것이다. 하루 잠의 총량은 8시간 이상 충분히 재우면서도 꿈을 쏙 빼는 것이다. 이 실험을 계속 받으면 보통 8일째 되면 환청과 환각, 정신 분열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그 다음 단계는 이상 증세가 나타난 실험 대상자를 마음 놓고 자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는 90분 싸이클로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이고 꿈만 꾸게 된다. 꿈에 대한 욕구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 다시 정상적인 수면 싸이클로 돌아간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낮에 받아들인 모든 정보가 꿈을 꿀 때 파일 형태로 바뀌어서, 뇌의 기억 장치로 보내진답니다. 하루를 정리하는 동시에 장기 기억을 하는 것이죠. 꿈의 중요한 기능은 욕구 불만을 해소하는 겁니다. 꿈을 분석해보면 성(性)에 대한 꿈이 가장 많습니다. 다만 노골적인 성행위보다는 춤과 같이 은유적인 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침실을 최대한 어둡게 하라”

잠을 오랜 시간 잔다고 꼭 4단계 서파수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잠을 길게 자고도 낮에 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짧게 자고도 쌩쌩한 사람들도 있다.

“어느 날 아침 눈을 딱 뜨면서 ‘아~ 잘잤다’ 하는 날이 있죠? 그런 날은 서파수면을 한 날입니다.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선 우선 자기 수면량을 알아야 합니다. 평균적인 수면량은 여덟 시간이라고 하지만, 개인차가 상당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열 시간씩 잤다고 하고, 에디슨은 세 시간만 잤다고 합니다. 예전에는 잠을 많이 자면 아깝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수면의학이 발달하면서 잠을 충분히 자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훈련으로 잠을 줄일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죠. 그러나 정신과 의사들은 ‘잠은 황제’라고 합니다. 황제는 자기 것을 뺏기지 않죠. 여덟 시간 자야 하는 사람이 다섯 시간 자면 세 시간을 낮에 잠이 빼앗아갑니다. 낮에 일하다가, 또는 운전하다가 조느니 밤에 충분히 자는 게 낫다고 봅니다.”

이 명예교수는 깊은 잠을 자도록 해주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침실을 어둡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밝은 낮에 깨어 있고, 컴컴한 밤에 자는 것이 본성이기 때문에 침실이 밝으면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침실 온도를 적당하게 조절할 것 △베개를 낮게 벨 것 △낮에 충분히 햇빛을 쬘 것 △일정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 것 등을 깊은 잠의 요소로 제시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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