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전통과 근대·동과 서…섞임이 만들어낸 공간

입력 2013-06-06 18:13   수정 2013-06-07 04:26

전통과 근대·동과 서…섞임이 만들어낸 공간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
김능우 외 지음 현암사 428쪽 │ 2만원

'중국 안의 유럽' 와이탄, 해안 따라 길게 형성
개항도시의 다차원적 양상…인문학적 관점으로 설명 중국개항장 답사 경로




남중국해의 항구도시 광저우(廣州)에는 13행로라는 오래된 거리가 있다. 1684년 청나라 강희제가 광저우를 외국 상인과 교역할 수 있는 4개 도시 중 하나로 정하자 외국 상인들이 광저우 성곽 밖 주강 옆에 상업지구를 형성했다. 이곳에 거주하며 교역하던 회사들을 ‘양행(洋行)’이라고 불렀다. 당시 영국 프랑스 스웨덴 등의 13개 양행이 몰려 있었던 탓에 이 거리를 13행로라고 했다. 하지만 제2차 아편전쟁이 한창이던 1856년 화재로 13행이 소실되고 성곽 남서쪽의 샤미엔에 영국과 프랑스의 조계지가 설정되면서 상업중심지 기능은 샤미엔으로 넘어갔다.

《중국 개항도시를 걷다》는 아편전쟁 이후 1842년 체결된 난징조약에 따라 청나라가 서구 열강에 개방한 광저우, 샤먼(厦門), 취안저우(泉州), 닝보(寧波), 상하이(上海) 등 5개 개항도시 답사기다. 아편전쟁 후 통상항에는 푸저우(福州)가 포함되지만 취안저우로 대체했다. 취안저우는 광저우, 닝보와 함께 고대부터 3대 무역항으로 꼽힌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여느 답사기나 여행기와 다른 점은 김능우 김민정 김수연 김월회 김주관 서정일 정재훈 등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답사팀 전문 연구자들이 이들 개항도시의 중층적인 성격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는 것. 전통과 근대, 중국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근대성의 복합적 양상을 다차원적으로 표상하는 공간이 개항장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개항도시에 공통적으로 형성된 와이탄(外灘)은 그 복합성을 읽을 수 있는 핵심이다. 중국 개항도시의 조계지는 해안이나 강기슭을 따라 길게 형성된 것이 특징이다. 직사각형의 중심에 광장을 두고 넓은 격자형 도로를 갖춘 여느 식민도시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난징조약 후 가장 먼저 1843년 조계지가 설정된 상하이의 경우 조계지 면적이 이후 설정된 중국 내 23개 조계지를 합친 면적의 1.5배나 됐다. 조계지 내 체류 인원이 가장 많았을 땐 15만명을 넘었다. 덕분에 개항 이전만 해도 인구 10만명도 되지 않던 상하이는 빠르게 서구문물이 유입되면서 ‘동방의 파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1930년대에는 인구 300만명이 넘는 세계 5대 도시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오랫동안 교역의 중심지였던 광저우에선 1861년에야 샤미엔 조계지가 형성됐고 면적도 좁아 근대적 도시형성이 더뎠다. 고대부터 대외무역항이었던 닝보의 경우 상하이보다 20년가량 먼저 와이탄이 만들어졌지만 상하이만큼 발달하지 못했다. 광저우, 샤먼, 닝보에선 이미 중국 상인들이 상권을 장악하고 있어 외국 상인들이 자리 잡기 어려웠던 탓이다.

책에는 개항도시의 전형을 보여주는 와이탄의 구조와 형성과정, 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교역의 역사, 아편전쟁을 기점으로 한 서구 근대문명의 급격한 유입, 17세기 남중국해 해상무역을 좌우했던 호걸 정성공의 활약상, 취안저우에서 꽃피운 이슬람문화와 상하이의 유대인 자본, 닝보의 고려사관,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의 음반제작소와 출판, 광고산업 발달사 등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답사현장 사진과 고지도, 삽화, 도면 등과 함께 전문 연구자들이 풀어내는 풍성한 이야기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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