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에 쫓기면서도 백성 버리지 않은 유비는 '리더십의 교과서'

입력 2013-06-13 15:30  

[한경 BIZ School]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 지상중계 (12) 삼국지에서 배우는 리더의 지혜

겸손한 마음으로 주위사람 포용…의견 수렴…단독결정 위험 경계
강자의 자만심·약자의 콤플렉스…객관적 의사결정 방해 요인…관우가 자만심으로 실패 대표적
고려해운, 잘하는 분야 집중…29년째 흑자행진 '알짜 해운사'…전사적 의사결정의 모범사례




삼국지(三國志)는 중국 한(漢)나라 말기인 서기 184년 발발한 황건적의 난부터 삼국의 하나인 오(吳)나라가 망하고 진(晉)나라가 통일하는 280년까지, 100년 가까운 기간에 벌어진 역사를 담았다. 유비의 촉(蜀), 조조의 위(魏), 손권의 오 등 세 나라의 수많은 영웅들이 펼치는 지략과 음모, 충성과 배신은 국내에서 삼국지를 소재로 출판된 소설 종류만 140여종에 이를 정도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여러분도 아마 한 번쯤은 삼국지를 읽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삼국지를 접했습니다. 이후 열 번은 넘게 읽은 것 같습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기업 경영에서도 참고할 만한 점이 참 많습니다.”

연세대 경영대학 최고경영자과정(AMP) 봄학기 열두 번째 시간.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에 얽힌 사건들을 해석하고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객관적 의사 결정 체계를 지켜라”

“웅진그룹은 잘나가던 기업이었습니다. 극동건설을 인수했고, 태양광 산업에도 진출했죠. 그런데 극동건설을 인수했을 때는 알짜 자산을 많이 빠뜨렸다고 하고, 태양광 산업에선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변수를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윤석금 회장이 갖고 있는 콤플렉스를 지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다 윤 회장을 성공한 기업인이라고 보는데, 정작 본인은 자기 사업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진짜 기업인이라면 전자나 자동차 같은 굵직한 사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작한 두 가지 사업이 불행하게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김 교수는 객관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강자의 자만심과 약자의 콤플렉스를 꼽았다. 삼국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인물, 관우가 자만심 때문에 실패한 강자의 대표격이라는 설명이다.

관우는 하비성을 지키다가 조조에게 붙잡힌다. 관우의 사람됨에 반한 조조가 온갖 선물을 주지만, 관우는 오직 천리를 하루에 간다는 적토마에만 기뻐한다. 형님인 유비가 있는 곳까지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유비가 원소에게 의탁하고 있음을 알게 된 관우는 결국 조조의 만류를 뿌리치고, 유비에게 돌아간다.

“관우가 가장 멋지게 나오는 부분은 적벽대전에서 패하고 퇴각하던 조조를 그냥 살려 보내는 대목이죠. 옛 은혜를 생각하는 의리와 대의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의리를 선택하는 장면을 보면서 많은 남자들이 동감을 표합니다. 하지만 기업 경영에선 굉장히 큰 실수입니다. 자신감이 넘쳤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관우는 적벽대전 이후 차지하게 된 형주 지방을 지킬 때 지나친 자신감으로 결정적인 실수를 하게 됩니다. 오나라 우두머리인 손권이 사돈을 맺자고 했는데,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거절합니다. 오나라가 사력을 다해 관우를 무너뜨리게 하는 계기가 됩니다.”

○“무의식중에 나타나는 인지적 오류를 줄여라”

김 교수는 관우와 반대로 가장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한 인물로 촉나라의 동맹 요청을 받아들여 적벽대전을 승리로 이끈 손권을 꼽았다. 그리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지적 오류를 줄이는 것’을 꼽았다.

“인간이 생각하는 방식은 직관적 사고와 성찰적 사고로 나뉩니다. 직관적 사고는 조건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생각이고, 머리를 진지하게 굴리는 것이 성찰적 사고입니다. 다니엘 카네만 프린스턴대 심리학 교수는 ‘직관적 사고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지적 오류가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는 내용의 논문으로 경제학자가 아님에도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습니다.”

카네만 교수는 “인지적 오류는 주로 경험에서 비롯된다. 현재 맞닥뜨린 문제를 과거 잘됐던 경험에 맞춰 해결하려다가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인지적 오류는 너무 교묘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오류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이를 알아차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경험을 쌓는다고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인지적 오류를 줄이는 의사결정 과정을 가진 기업으로 고려해운을 소개했다. 고려해운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1985년부터 29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는 알짜 해운회사다.

“해운회사들이 가장 실적이 좋았을 때가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던 2006년입니다. 중국이 원자재를 수입하고 공산품을 수출하면서 물동량이 엄청났죠. 대부분 해운회사들이 2007년도 호황일 거라고 예상하고 선박 발주를 늘렸습니다. 고려해운 직원들도 경영진에게 같은 요구를 했습니다. 그러자 고려해운 경영진은 전사적인 토의를 제안했습니다. 대표부터 말단 직원까지 의견을 모으는 데 6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결국 신규 발주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수많은 기업을 도산 위기에 몰아넣은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도 전사적인 토의를 거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죠.”

○“평정심을 잃으면 진다”

주유는 손권의 형 손책의 친구로, 손책이 오나라를 개국하는 것을 도왔고 손책이 죽은 뒤에는 손권을 보필했다. 조조의 100만 대군을 적벽대전에서 물리치고 손씨 정권을 공고하게 다졌다. 하지만 자기보다 재능이 뛰어난 제갈량을 죽이려다 번번이 실패하고, 전투 중 맞은 화살의 상처가 덧나 3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떴다.

“주유는 죽을 때 ‘하늘은 왜 주유를 낳고, 또 제갈량을 낳았는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주유의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제갈량에 대한 질투심과 위기의식에 평정심을 잃었습니다. 상처가 덧난 것도 화를 참지 못해서였습니다. 실제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교수는 이어 삼국지 최고의 전략가인 제갈량의 한계 역시 평정심을 잃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갈량은 223년 유비가 사망한 이후 4년 뒤인 227년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출사표’를 내고 여섯 차례 북벌에 나선다. 유비에게 천하를 3국으로 나누는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라는 비전을 제시한 전략가치곤 성급했다는 지적이다.

“과연 당시에 촉나라가 위나라를 이길 역량이 있었을까요. 위나라는 한나라를 이어받아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었습니다. 사마의라는 인재도 있었고요. 그런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했다면 어땠을까요. 길게 보고 인재를 양성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긍정적인 리더십을 갖춰라”

유비는 한나라 왕실의 후예지만, 집안이 가난해 세력이 없었다. 관우와 장비를 만나 도원결의를 맺고 제갈량을 만나면서 세력을 확대해나갔다. 유비는 촉나라를 세우기 전 조조군에 쫓기면서도 따르는 백성을 버리지 않고, “큰일을 하려는 사람은 사람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나를 따르는 백성들을 어떻게 버리고 간단 말인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종 시에는 아들 유선이 왕의 재목이 아니면, 제갈량이 왕이 돼도 좋다는 유언을 남겨 제갈량이 최선을 다해 유선을 모시게 했다.

“성공한 사람들과 실패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유를 물어보면 공통된 답변이 있습니다. ‘인간관계’입니다. 인간관계를 잘 맺으면 성공하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을 포용하는 유비 같은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리더는 독단적인 의사결정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또 일단 성공하면 자만심이 생기기 쉽기 때문에 언제나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평정심을 유지할수록 경쟁력이 높아집니다.”

김 교수는 ‘성공 공식’을 반복하다가 ‘성공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공 경험에 갖혀 사고가 굳어져선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에 ‘KS’라는 인맥이 있죠? 경기고-서울대 라인입니다. ‘KS 마크’를 단 훌륭한 인재들도 물론 많습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을 갖고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경기고와 서울대는 일종의 성공이죠. 그 성공에 빠져버린 겁니다. 새로운 성장을 하기 위해선 계속적으로 자신과 자신의 조직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합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강의 = 김태현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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