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社1병영] 이두식 이텍산업 회장, 눈발 속 '어머님 은혜' 합창하며 울던 기억 생생

입력 2013-06-13 17:12   수정 2013-06-13 21:52

나의 병영 이야기 - 이두식 이텍산업 회장

1980년초 입대…1군 통신단 배치
'5.18' 터져 군화 신은 채 20일 대기
힘들었던 군 경험, 기업경영 버팀목




나의 군생활은 시작부터 불안했다. 1979년 10·26 사태가 발생해 혼란이 극에 달했고 남북 관계도 일촉즉발 위기의 시기였던 터라 입대를 앞두고 있는 아들에 대한 부모님 걱정은 매우 컸다.

나 역시도 안정된 가정 속에서 대학을 다니며, 힘들고 인내하는 생활을 해보지 않았기에 두려움이 적지 않았다.

드디어 1980년 1월 춥고도 추운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다. 밤마다 가족과 친구들에 대한 꿈을 꾸고 깜짝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곤 했다.

펑펑 쏟아지는 눈 속에서 훈련 중 반합에 국, 밥과 반찬을 한데 말아서 먹을 때 펑펑 쏟아지는 눈이 들어가고 조교가 ‘어머님 은혜’라는 노래를 부르라고 했을 때 눈발 속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논산훈련소에서 신병 훈련을 마친 뒤 대전 통신학교로 가 후반기 교육을 받던 중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다. 충성훈련이라는 폭동진압 훈련을 받고 군화를 벗지 않고 옷을 입은 채 20여일간을 비상 대기하던 시기였다. 당시 북한이 조만간 남침을 할지도 모른다는 군 간부들의 이야기에 말로만 듣던 전쟁이라는 것이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며 걱정 반, 두려움 반 속에서 생활했다. 다행히 전쟁에 대한 걱정은 걱정으로 끝나고 원주 1군 사령부 통신단에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자대 배치를 받았다.

나를 힘들게 한 건 몇 개월 차이 나지 않는 고참들이 즐비했던 것이다. 더플백을 메고 내무반에 신고하러 들어섰을 때, 40여명의 일병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내무반 최고 고참은 상병 2호봉이었고 나머지 40여명이 나보다 불과 4개월에서 보름 정도 차이나는 선임들로 꽉 차 있었다.

이로 인해 나는 제대를 4개월 앞둔 병장 시절까지도 식기당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역시 군대 생활은 줄을 잘 서야 한다는 말이 새록새록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매일 훈련이 이어지고 선임들의 괴롭힘이 많은 어려운 군대생활이었지만 나약하고 안일하게만 살았던 나에게는 참고 인내하는, 그리고 남자다움을 배우는 가장 중요한 때였다.

얼마 전 아들이 군 훈련소에 입소했다. 훈련소에 데려다 주고 돌아올 때 30여년 전 내 부모가 걱정했듯이 나도 걱정 속에 어린 아들을 훈련소에 맡겨 놓고 나왔다.

5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아버님을 모시고 아들 퇴소식을 갔을 때 5주 만에 바뀐 아들의 당당하고 늠름한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고, 대한민국에 감사했다. 어느 누구도 할 수 없는 남자다움과 늠름함을 군대의 힘으로 5주 만에 ‘인간 개조’를 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고 한편으론 고마웠다.

대학을 마치고 직장생활을 시작했을 때 군에서 배우고 느꼈던, 내가 먼저 희생하고 내가 먼저 고생하자는 생각으로 생활했다. 이런 생각이 지금 나를 사회 리더의 일원으로 만들어준 힘이 아닌가 한다. 기업을 경영한 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정신적 어려움이 있을 때, 나는 군에서 이겨냈던 어려움을 생각한다. 군생활이 나의 정신적인 버팀목 역할을 하는 셈이다. 지금도 회사를 방문하는 손님들 중엔 가끔 ‘회장님은 군 고위장교 출신이냐’고 묻곤 하는데 아마도 회사에서 군의 일치단결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배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얼마 전 만난 일본의 한 기업 대표는 한국에서 가장 부러운 것 중 하나가 군에 입대하는 문화와 그것을 전통으로 여기는 한국의 모습이라고 했다. 나약해진 일본 젊은이들과 비교했을 때 부럽고 존경스럽다는 말까지 했다.

젊은 시절 군인으로서의 생활은 아까운 시간을 빼앗긴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있는 성숙을 위한, 큰 그릇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는 시기였다.

이두식 <이텍산업 회장, 정부조달우수제품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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