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적 게임회사 '밸브' 속살을 훔쳐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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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6-17 09:01   수정 2013-06-21 23:29

전설적 게임회사 '밸브' 속살을 훔쳐보다

밸브(Valve)는 뭐니뭐니 해도 지구촌에서 존재하는 가장 개성이 강한 게임사다.

수직적인 문화가 강한 한국 사람들이 보면 '황당'할 만한 회사다. 사장 이외 350명의 모든 직원은 아무런 직책이 없다. 사무실 책상은 모두 바퀴가 달려 있다.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누구든 함께 끌고 가 토론하기 위해서다.

1996년 공통창업한 이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13년 근무하던 게이브뉴웰과 마이크 헤링턴이다. 게임 개발을 하고 싶어서 회사를 뛰쳐 나왔지만 둥지를 튼 곳은 역시 MS의 본사 에드먼드 캠퍼스 인근인 벨뷰다. 그래서 MS DNA를 지닌 분점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입구에 있는 밸브 로고와 실제 '밸브'.
밸브의 사옥은 현재 은행건물 26층 중 총 6층을 쓰고 있었다. 창업 이후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자기 사옥이 없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서 내리니 밸브 출입구, 실제 밸브가 손님을 맞았다. '도타2'의 개발과 전세계 서비스를 총괄하는 에릭 존슨(Erik Johnson) 프로젝트 리드가 5~9층까지 밸브 투어의 안내를 맡았다.

■ '하프라이프'의 아이콘이자 밸브의 상징 '빠루'
세계적인 게임사 블리자드의 아이콘이 저글링이라면, 밸브는 게임 '하프라이프'의 아이콘이자 밸브의 상징 '빠루'(표준말 노루발못뽑이)가 가장 유명하다.

빠루맨 '고든 프리먼'
'황금 빠루'
'하프라이프'가 워낙 대박을 치고 나니 공과대학 MIT 출신의 주인공 '고든 프리먼'한테 별명이 생겼다. '고든성님' '빠루맨' 등이었다. '둠' 같은 인기 FPS 게임들의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근육질 사나이인데 '고든 프리먼'은 지적이고, 현실적인 체격으로 더 유명세를 탔다.

5층의 휴식 공간엔 밸브의 각 게임 동영상이나 '도타2' e스포츠 경기 장면이 보여주었다. 에릭 존슨로부터 이사 다닐 때마다 같이 동행한 로비에 있는 '자이언트 밸브'의 유래를 듣고 나서 황금의 '빠루'를 만났다.

'하프라이프' 대회에 부상을 주는 트로피 모양의 '빠루'는 '도타2' 인터내셔널 트로피(지금은 비어 있다) 앞에 있었다. 지금도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팀포트리스 초상화 홀'을 지나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다. '황금 빠루'를 지나면 '도타2' 인터내셔널 입상자들의 사인이 담긴 액자가 반겨준다.

전세계에서 답지한 팬레터들.
'포털2' 등 친숙한 캐릭터들과 포스터를 지나면서 문득 만나는 한 장면. 전세계에서 답지한 팬레터가 벽 한 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팬레터만이 아니었다. 한국 팀 말고 미국에서 찾아온 탐방팀을 8층에서 조우했다.

■ E3 안나와도 영향력 1위 '게임-엔진-스팀'

이발소
5층에는 소박한 그지없는 이발소와 마사지실이 눈에 띄었다. 화려한 것을 배제하고,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것이 '밸브스타일'이다.

게임 전문지의 1면 표지를 장식한 책들과 헤아리기 어려운 상패들도 전시되어 있다. 밸브의 역사를 돌아보면 1998년이 터닝 포인트였다. 그해 11월에 발매한 '하프라이프'는 50개가 넘는 '올해의 게임상'을 수상했다.

'하프라이프'의 성공 이후 밸브는 게임역사와 게임 시장에 큰 혁명을 일으켰다. 우선 '팀포트리스' '데이오브디피트' 등 게임사로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하프라이프2'를 발매하며 게임 개발사에서 게임 엔진 '소스' 엔진 영역을 넓혔다. 그리고 '스팀'으로 온라인게임 배급 유통망을 '천하통일'했다.

상패와 상장
E3는 LA에서 열리는 지구촌에서 가장 핫한 게임마니아 축제다. 그런데 E3가 미국에서 열림에도 불구하고 참가를 하지 않는 두 회사가 있다. 바로 iOS로 스마트폰 게임 큰손이 된 애플과 밸브다.

전통적으로 북미-유럽 게임 PC시장은 소매점이 강했다. 그래서 플랫폼이 성장하기가 어려웠다. 밸브는 PC게임이 약해질 때 역으로 '다운로드'를 채택해 '스팀 자체를 플랫폼이며 게임기'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 밸브는 소니와 MS와 거의 동등한, 아니 영향력 1위에 올랐다.

■ '왜 사옥이 없냐구요? 밸브는 부동산 회사 아니다'
6층 카페테리아에는 주방도 있고, 각양 음료수도 비치된 냉장고가 비치되었다. 자유롭게 냉장고에서 음료이나 간식을 꺼내 먹고, 주방에서 커피를 끓여 마신다.

카페테리아에서 에릭 존슨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했다. 우선 '왜 밸브는 사옥이 없느냐'고 물었다. 그는 '밸브는 부동산 회사가 아니다. 투자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다면 나중에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건물은 밸브가 입주한 세 번째 건물이다.

그렇다면 밸브에 필요한 인재상은? '10년 이상 경력자를 뽑는다. 회사를 꾸려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 피플은 가치를 부여한다'고 답이 나왔다. 실제로 밸브에는 신입사원이 없다. 모든 직원이 경력 10년 이상이다. 그들 중 유명한 이들도 수두룩하다.

직원은 직급이 없다. 회의를 해도 '장'이 없다. 다만 아티스트의 경우 직책을 가질 수 있단다. 매주 목요일에는 직원 중 최대 참석할 인원들이 카페테리아에 모여 팀간 정보를 공유한다.

밸브는 왜 E3에 참석하지 않을까. 심플한 대답. 'E3는 디테일에 포커스에 맞춰진 게임쇼다. 밸브는 2013년에 보여줄 것이 없다.' '스팀박스가 나올 수 있지 않나?' '나는 모르겠다.'

■ 바퀴가 없는 책상, 사고 쳐도 개의치 않는다
7층은 '도타2'의 산실이다. 벽에는 '도타2' 컨셉트 아트가 붙어있다. 그리고 '도타2'의 영웅들의 거대한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마침 방문한 날 카페테리아에서 '도타2'팀이 소통시간을 가졌다.

넥슨 김인준 실장-에릭 존슨 프로젝트 리드(오른쪽).
E3가 열리는 13일(한국시간) LA에서 넥슨과 밸브는 '도타2' 일정과 서비스 내용을 발표했다. 올가을 게임 출시를 비롯, 기존 도타 ID와 넥슨 ID를 하나로 쓰고, 넥슨 첫 e스포츠 리그 출범, 글로벌 동시 서비스 등이 주내용이었다. 그 자리에서 발표했던 에릭 존슨 프로젝트 리드가 밸브 본사 투어의 가이드다. '도타2'는 해외에서는 시범(베타)서비스 중임에도 동시접속자수 30만 명을 돌파한 바 있다.
직원들은 개발 사무실에 손님들이 들어서도 개의치 않았다. 하던 그래픽 작업에 집중하거나 토론을 계속했다. 설마 했는데 책상이나 의자에는 바퀴가 달려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토론이 이뤄지고 있었고, 여럿이 모니터를 보면서 의견을 나누었다.

4번이나 밸브 본사를 방문한 김인준 넥슨 '도타2' 실장은 '조직이 수평적 구조라 프로그래머나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때 격이 안 맞아 당황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 직원이 10년 이상의 경력자를 뽑아서인지 '사고 쳐도 개의치 않는다.'

책임과 실패에 대한 철학이 인상적이다. '실패나 실수를 통해 값진 배우면 되지, 책임을 질 필요는 없다.' '초과 근무을 비롯한 자기일은 자기시간을 자신이 결정한다.'

■ 창가 너머 깨끗한 벨류 시가지 마치 판교!
8층은 '카운터 스트라이크' 과녁과 '포트리스2'에 나오는 모자들이 복도를 장식했다. 벽에는 자전거가 걸려 있다. 그리고 소품을 직접 만드는 작업대도 있다. 9층에는 모션캡처, 녹음실 등이 있고, 현재 촬영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의 대본과 참가한 사람의 사진을 붙여준 상황판이 만들어졌다.

팀포트리스의 모자들.
밸브는 한국에 지사를 따로 없지만 '스팀 자체가 게임기'다. 한국에서 다운로드가 안되면 다른 외국 마켓에 가서 다운로드하는 유저도 많다. 유저 커뮤니티가 확실하고, 메신저 트레이드, 스팀 자체 게임 업적 주기, 전적 온라인 자랑 등 게임기가 따라올 수 없는 '게임기'다

특이한 것은 스팀이 '값을 후려치는 것'에 최고수(?)라는 것이다. 가령 50달러 게임을 10~20분 내에 후려친다. 인디게임의 경우 9달러로 구입할 수 있다. 불시에 '폭탄세일'도 기획해 유저들에게 '싸게 산다'는 느낌과 '지르는 맛'을 짜릿하게 맛보게 한다.

밸브를 견학하는 미국인들.
후려치는 가격을 위해 이전 유명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를 고용하기도 한다는 소문이 있다. 에릭은 ''하프라이프' 때부터 2~3명의 학자심리학자나 경제학자를 고용했다'라고 말했다. 역시나, 핼로윈이나 크리스마스에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대작의 '폭탄세일'에는 이런 뒷배경이 있었다.

밸브의 본사 유리창 너머로 본 밸뷰시는, 한국으로 보면 급성장하는 분당의 판교와 닮았다. 젊은 사람이 많고, 실리콘밸리 못지 않은 벤처기업이 속속 들어차고 있다. 신흥도시 특유의 발랄이 배어있다.

시애틀의 3가지 상징은 항공기 제조사 보잉사,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커피회사 스타벅스다. 그런데 이 밸브 본사 투어를 해본 이라면 '밸브'가 머지않아 세 회사를 이어 시애틀의 새 신화 창조의 주인공이 될 것 같다는 느낌에서 쉽게 빠져나올 것 같다.

시애틀=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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