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 원산지 증명 '초비상'] 시간·비용 많이 드는 원산지 확인…일부기업 "관세혜택 안받는게 속 편해"

입력 2013-06-25 17:12   수정 2013-06-25 23:09

美 까다로운 사후 검증


자유무역협정(FTA) 관세 혜택을 받기 위한 절차는 복잡하다. FTA를 체결한 국가마다 원산지 판정 기준이 다르고 같은 국가라도 품목에 따라 적용하는 기준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여러 국가와 체결한 FTA 규정을 모두 준수하려면 너무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 결국 FTA 활용률이 떨어지게 되는 현상을 ‘스파게티볼 효과’라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한국은 FTA 체결국이 늘어나면서 다품종 소량 수출기업들이 일일이 원산지를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아졌다. 예컨대 한 기업이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가별·품목별 FTA 관련 표를 만들고 그 안에 적용 기준 등을 표시해 보니 그 내용이 수천가지 안을 가진 대학입시 전형안보다 복잡했다고 한다.

FTA 사후 검증은 미국이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유럽연합(EU)은 사전에 검증을 해주는 ‘인증수출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사후 검증도 한국 관세청에 위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이런 완충장치가 없어 기업들이 어려워하고 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중소기업의 FTA 활용률은 아직 낮은 수준이다. 정부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이달 초 만든 ‘중소기업의 FTA 활용 제고 방안’에 따르면 한·미 FTA 수출 활용률은 대기업이 76.9%인 데 비해 중소기업은 60.7%에 불과했다. 한·EU FTA 활용률은 대기업이 86.7%, 중소기업은 73.2%에 머물렀다. 중소기업일수록 원산지 증명이나 관리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협력업체들의 FTA 활용률은 더 낮다. 6만2000곳 중 FTA 활용 기업은 2만4000개로 38.7%에 그쳤다. 원산지 전담자를 둔 기업은 3300개(5.3%)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FTA에 정통한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기계업체인 A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만든 기계를 로봇과 컨베이어시스템에 결합시켜 만든 자동화시스템의 품목 분류가 어떻게 되는지 몇몇 관세사에게 문의했는데 대답이 제각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원산지 증명이 까다롭다 보니 일부 기업인들은 차라리 관세 혜택을 안받는 게 속편하다는 얘기까지 한다”고 소개했다.

유명호 유니락 사장(인천벤처기업협회장)은 “영세한 업체들은 FTA 담당자를 둘 수 없기 때문에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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