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딜리뷰] '그룹 자금줄' STX에너지 매각 막전막후

입력 2013-06-26 11:26   수정 2013-06-26 16:51

오릭스 투심위 앞두고 STX서 뒤집어..제3의 협상자와 결국 결렬
한앤컴퍼니, 오릭스와 대리전으로 신규 투자 이끌어내



이 기사는 06월26일(05:5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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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적(敵)이 되고, 적이 친구가 됐다." 투자은행(IB) 관계자의 STX에너지 매각 관전평이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릭스 회장은 부부 동반 휴가를 즐길 정도로 막역했지만, STX에너지를 놓고 경영권 분쟁을 벌여야했다. 채권단은 STX에너지 지분 담보 요구를 거절했던 오릭스가 한때 탐탁치 않았음에도, 결국 오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STX에너지가 STX그룹 계열사 중 당장 현금이 나올 수 있는 유일한 '자금줄'이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를 비롯해 국내 유수의 기업들이 STX에너지 인수에 관심을 보이며 얽히고 설켰던 STX에너지 매각작업은 지난해 말 오릭스가 첫 투자한 지 6개월만에 일단락됐다.

◆채권단이 오릭스를 선택한 까닭
오릭스가 STX에너지 지분 96.35%를 확보해 새 주인이 될 수 있었던 데는 채권단이 오릭스를 지지했던 영향이 컸다. STX에너지 지분 43.15%를 보유하고 있던 ㈜STX는 지난 달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해 주요 경영판단에 대해 채권단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STX그룹은 여러 경로로 STX에너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오릭스, 한앤컴퍼니, 그리고 제 3의 전략적 투자자(SI)와 각각 협상을 해왔던 것이다.

채권단은 이들 중 오릭스를 택했다. 회사채 등 자금 상환 일정이 밀려들어오고 있는 STX그룹에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돈이 들어오는 방법은 오릭스에 STX에너지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한앤컴퍼니에 팔 경우 별도의 기업결합신고와 대주주 변경작업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이 소요된다. 반면 오릭스의 경우 이미 50%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기 때문에 내달 초면 곧바로 대금지급이 가능하다.

㈜STX는 다음 달 20일 8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이 가운데 400억원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갖고 있는 회사채로 자율협약에 따라 7월말까지 상환이 유예돼 있다. 하지만 나머지 400억원은 만기 때 갚지 않으면 부도 사유가 발생된다.

IB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STX팬오션 인수를 포기한 부담감을 갖고 있었고 STX대련 경영악화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내 유일하게 돈이 되는 STX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매각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오릭스가 추후 STX에너지 지분 일부를 공개매각할 경우 산업은행이 매각주관을 맡는 것은 덤"이라고 덧붙였다.

◆막판 뒤엎은 STX의 무리수
지난 20일 채권단과 STX, 오릭스는 오릭스로의 지분 매각에 모두 합의했다. 그리고 21일 오전 10시 채권단 회의를 소집해 ㈜STX 담보를 미리 풀어주면 오릭스로부터 받은 지분 매각대금으로 대출을 갚겠다고 설명할 예정이었다. 오릭스는 삼자간 합의에 따라 이미 일본 본사에 들어가 STX에너지 2700억원 추가 투자에 대한 자금 집행을 논의하고 있었고 21일 아침 투자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었다.

20일 저녁. STX그룹은 급작스럽게 채권단에 다른 대안이 있다며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8000억원대 인수 의사를 가진 제 3의 투자자가 있으니 추가 협상을 해보겠다는 것이었다. STX에너지는 정부가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승인한 화력발전소 사업권을 갖고 있어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GS SK 포스코 한화 태광산업 삼탄 등 에너지 관련 기업이라면 대부분 인수 검토를 하고 있을 정도다.

한 푼이 아쉬운 STX그룹은 이대로 STX에너지를 오릭스에 넘기자니 미련이 남을 수 밖에 없었다.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체 상환하고, 시간을 벌어 오릭스와 한앤컴퍼니, 채권단을 설득한 후 비싼 값에 STX에너지를 팔고 싶었다.

한앤컴퍼니와 채권단은 설득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지분 53%를 확보하고 있는 오릭스를 설득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에 경영권을 매각한다는 시나리오는 아예 실현 가능성이 없는 것이었다. 오릭스는 STX그룹이 오릭스와의 협상을 무산시킬 경우 법적 분쟁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다는 강경한 태도였다.

21일 오전 10시 남산 STX타워에서 채권단 회의가 열렸다. 2시간30분 가량 진행된 회의에선 STX그룹내 분열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STX그룹 관계자들끼리 "오릭스에 파는 것밖에는 대안이 없다", "다른 딜이 가능한데 왜 그러느냐"며 언성을 높여 싸우기도 했고 그룹 관계자의 발표 도중 다른 그룹 관계자가 나서서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며 말리는 일도 있었다.

채권단은 24일까지 STX그룹에 에너지 매각 의사결정 시한을 연장해줬지만, 결국 한앤컴퍼니와 제 3의 투자자 모두 인수를 포기했고 당초 계획했던 대로 오릭스로의 인수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STX그룹은 한때 우호적 투자자였던 오릭스와의 관계가 더욱 악화됐고 채권단으로부터도 신뢰를 잃게 됐다. 그리고 STX 내부 갈등은 깊어졌다.

◆'오릭스 대항마' 한앤컴퍼니의 등장
국내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는 지난 달 3일 STX에너지 인수 후보로 전격 등장했다. 오릭스와 분쟁이 한창이던 당시 STX그룹은 ㈜STX 보유지분 매각 파트너로 한앤컴퍼니를 택했다.

이후 STX그룹은 오릭스와 지분인수가격 재조정(리픽싱) 협상을 재개했다. 협상 내용에 따라 오릭스는 최대 88%까지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오릭스는 리픽싱 이후 STX 잔여지분을 합쳐 공개매각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오릭스에게는 한앤컴퍼니가 '눈엣 가시'였다. 한앤컴퍼니는 GS 등 대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STX에너지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안을 별로도 추진하면서 오릭스와 한앤컴퍼니 대리전 양상이 된 것이다. STX에너지에 관심을 보였던 국내 대기업들은 "오릭스와 한앤컴퍼니 중 이긴 곳과 손잡으면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STX그룹은 한앤컴퍼니라는 대안을 제시하면서 오릭스와의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오릭스가 리픽싱을 최소화하고 신규 자금을 투입해 ㈜STX 보유 지분을 사들인 것도 '한앤컴퍼니 카드'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한앤컴퍼니의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구체적인 자금 조달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오릭스 대항마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STX에너지 인수전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오릭스는 앞으로 STX에너지 일부 지분을 한국 에너지 기업에 매각할 예정이다. 국내외 IB들은 이미 매수자문을 따내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하수정/이상은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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