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외국사례 없으면 어쩌나

입력 2013-07-11 17:29   수정 2013-07-11 20:59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우리나라 관료는 외국 사례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게 틀림없다. 외국에 원하는 사례가 있다고 하면 귀가 번쩍 뜨이는 모양이다. 역사적·문화적·제도적 차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우리 현실에 얼마나 적합한지도 둘째 문제로 밀려나기 일쑤다.

논란이 되고 있는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 할당 경매 문제만 해도 그렇다. 무슨 경우의 수를 따지는 것도 아니고 다섯 가지나 되는 할당 경매안을 던졌던 미래창조과학부다. 아무런 철학이 없다는 방증이다. 그러더니 결국 정부가 택한 건 스웨덴식 혼합경매였다. 말이 스웨덴식이지 어느 할당안을 채택할지 그것조차 경매에 부치겠다는 거다. 그럴바엔 정부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정부는 스웨덴식이라고 하지만 그게 정말 스웨덴식인지도 의문이다. 광대역화를 목적으로 연속블록 할당을 위한 스웨덴 방식과 무엇이, 어떻게 같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 주파수 할당의 기본 원칙을 바탕으로 그 나라 현실에 맞게 설계돼야 마땅한 경매방식이다.

주파수·철도 등 온통 외국버전

철도업계는 ‘독일식’ 논쟁에 휩싸였다. 국토교통부가 이명박 정부 때 시도했던 KTX 경쟁 도입 방안을 수정해 독일식의 점진적 경쟁방식으로 가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이마저도 반대다. 하지만 경쟁이 필요하다는 쪽에서 보면 이건 경쟁이라는 말조차 붙이기 부끄러울 정도다. 지주회사와 자회사더러 경쟁을 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급기야 국토부는 국토부대로, 철도노조는 철도노조대로 독일식을 저마다 견강부회하기 바쁘다. 뭐가 진짜 독일식이냐는 설전이다. 독일식이 실패하면 그 다음에는 어느 나라 식으로 가겠다는 건지. 독일은 독일이고 한국은 한국일 텐데 철도산업 개혁이 죽도 밥도 아닌 쪽으로 향하고 있다.

벤처대책을 쏟아내는 중소기업청은 ‘이스라엘식’으로 간다고 난리다. 이스라엘식 창업제도를 도입하기만 하면 창업이 쏟아지기라도 하는 건가. 입만 열면 창업을 외치는 관료들은 정작 자녀들에게 얼마나 창업을 권하는지 그게 갑자기 궁금해진다. 정권마다 외국에 있는 중소기업 지원제도나 사업은 모조리 끌고 오다 보니 그 가짓수가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창업강국, 중기강국이 안되나. 우리 현실의 진짜 문제가 뭔지 치열한 진단부터 해야 하는 게 아닌지.

독창적 정책·연구 설 땅 잃어

외국 사례를 놓고 ‘이 나라 식’으로 가자, ‘저 나라 식’으로 가자며 날밤 지새우는 분야들도 적지 않다. 농업에서부터 금융·물류·복지·노사문제에 이르기까지 죄다 그렇다. 정부 조직개편 얘기만 나오면 관료들이 외국 사례를 총동원해 힘겨루기를 하는 국가도 바로 우리다. 외국 사례만 있으면 이미 검증받은 거나 다름없이 대우 받고, 외국 사례가 없으면 아예 신뢰할 생각조차 하지 않은 지 오래다.

정책이 이러니 연구도 외국 사례 찾기에 혈안이다. 특히 선진국 사례일수록 반드시 적어 내야 할 항목이다. 그렇지 않으면 연구과제 따기를 포기하는 게 좋다. 오죽하면 정부출연연구소 체제마저 ‘독일식’으로 확 바꾼 우리다. 그 후 10여년이 지나도록 껍데기만 빌려왔을 뿐 달라진 건 전혀 없다. 그런 현실을 눈으로 보고서도 연구소를 다시 개혁하자고 하면 바로 외국 사례 경연장이 되고 만다. 독창적 연구, 독창적 연구체제가 설 땅이 없다.

외국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야 누가 뭐랄 것도 없다. 하지만 이건 주객이 전도된, 거의 병적 수준이다. 창조경제를 떠들면서 이러니 더 황당한 노릇이다. 외국 사례 오용 및 남용 금지법이라도 만들어야 하나.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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