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쓰는 논술] (13) 세계화의 대안

입력 2013-07-12 14:59  


지난호 칼럼에서 말했듯이, (경제적) 세계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 그것을 축복이라고 찬양하는 견해도 있고, 재앙이라고 비난하는 견해도 있다. 중요한 것은 둘 다 진실이라는 점인데 이것은 동전의 양면이다. 예를 들어보자. 글로벌 기업 나이키는 주로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저개발 지역의 공장에서 축구공을 생산한다. 오각형과 육각형의 가죽 32조각, 1620회의 바느질로 하나의 축구공이 생산되는데 이 공 한 개의 가격은 우리 돈 15만원 정도다. 전 세계 수제 축구공의 70%를 생산하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공장에는 어린이 노동자만 1만5000명이 있는데 이들이 받는 일당은 우리 돈 2000원 미만이다.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미국의 공장이 파키스탄으로 이전돼 파키스탄의 경제가 성장하고 그곳 어린이들이 풀뿌리를 캐거나 염소와 양을 치던 삶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것을 높게 평가할 것이다.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본다면 거대 자본이 원가 절감을 위해 공해산업을 파키스탄으로 이전시켜 아이들의 노동력까지 착취하는 것을 비판한다. 미국의 어린이들이 15만원짜리 축구공을 가지고 노는 동안 파키스탄 아이들은 하루 2000원을 벌기 위해 손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세계화의 부작용과 그 극복

세계화에는 분명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고 이것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묻는 게 잘 구성된 논술문제의 마무리가 된다. 이것은 비판과 대안 제시를 아우르는 문제가 된다. 최근 기출문제는 다음과 같다.


2011 성균관대 수시2 (2교시) - 4번 문제
2011 서강대 모의 - 2번 문제


많은 학생들이 세계화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판을 하는 일은 어렵지 않겠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문제 속에서 어느 정도의 힌트는 주어지겠지만 많은 부분을 배경지식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2011 성대 수시2> 2교시 4번 문제를 보자.




[문제 4] <보기>에서 드러난 세계화의 명암을 밝히고, 세계화가 나아가야 할 구체적 방향을 제시하시오. (30점)

<보기>

(…) 리볼리 교수는 티셔츠의 탄생에서 소멸까지의 전 과정을 추적해 보기로 했다. 티셔츠의 생산과 소비를 통해 세계화의 명암을 밝혀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가 플로리다의 관광지에서 산 티셔츠 한 장의 원재료는 텍사스에서 생산된 면화였다. 면화는 컨테이너에 실린 채 태평양을 건너 중국 상하이 근교의 직조공장으로 간 뒤 직조기에서 가느다란 실로 변신한다. 실 뭉치는 근처의 직물공장에서 흰색 천으로 바뀌고, 이어 농촌출신 여공들이 줄지어 일하는 봉제공장에서 무지 티셔츠로 태어난다. 중국에서 대량생산된 티셔츠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고 파나마 운하를 지나 플로리다의 날염공장에서 화려한 무늬의 티셔츠로 변신한다. 티셔츠의 여생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티셔츠는 대부분 얼마 쓰이지 않은 채 자선단체의 재활용 수거함으로 보내지게 된다. 미국 각지에서 수거된 헌 티셔츠는 뉴욕의 재활용 전문회사의 창고에 집결돼 아프리카행 배를 탄다. 그리고 탄자니아와 콩고의 헌 옷 시장에 내걸리고,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나가 너덜너덜해 지고서야 생을 마감한다.



중국에서 생산된 티셔츠는 미국에서 소비되고 다시 아프리카에서 생을 마친다. 이 사례를 보고 일차적으로 학생들은 세계화의 명(장점)과 암(단점)으로 추상화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이것을 글로 풀어보면 “세계화는 국제적인 분업을 가능하게 해 저개발 국가에 일자리를 만들고 자원을 재활용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저개발국가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이들 국가의 선진국 의존도를 심화시키기도 한다” 정도로 정리가 가능하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단점에 해당하는 부분을 지양하고 대안으로 채워야 하는데 문제에서는 거의 힌트를 주고 있지 않지만 다음과 같은 부분을 찾아낸다면 좋은 답안이 가능해진다.

▧비판의 타깃은 초국적 기업

우선 기업의 윤리 경영이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것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기업의 미덕이 이익을 많이 내고 부를 창출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이익 외에 인권, 노동, 환경, 공동체 참여 등의 덕목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제표준기구인 ISO에서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 표준을 발표한 적이 있다.

아울러 기업이 저개발국가의 자원이나 노동력을 헐값에 사서 완제품을 비싸게 파는 것을 막고 제 값을 주고 살 것을 감시하는 ‘공정무역운동’ 또한 바람직한 대안이 될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를 통해 공정한 가격이 보장되고 저개발국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의 가치가 인정받게 된다. 환경 보전과 개발도상국의 경제적 독립도 함께 추구된다.



▧세계에 대한 인식의 전환

이윤만을 추구하면서 폭주하는 기업에 대한 제동장치 외에도 보다 근본적으로 세계화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 전환을 유도하는 것 또한 좋은 대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를 추구하자는 운동이 예가 될 수 있다. 비슷한 대안이 <2011 서강대 모의> 문제에서 힌트로 주어졌다.



우리가 우리의 인간성, 우리의 세계, 우리의 현실의 여성적 측면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가 느낌, 보살핌, 수용성, 협력, 직관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놓치게 되는가? 바바라 맥클린톡은 이른바 ‘도약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 이동성 유전 요소들을 발견하여 1983년에 노벨상을 받았다. 이 발견은 환경이 유전인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유전자가 유기체를 절대적으로 결정한다는 유전학의 핵심 교리를 거스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30년 동안이나 사실상 고립 상태에서 연구를 수행하였다.

(…) 맥클린톡에게, 과학은 주체와 객체 사이의 구분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 주의 집중에 기초하고 있었다. 다른 많은 유전학자들이 통계와 확률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에, 맥클린톡은 식물 하나하나를 이해하고자 했다. 맥클린톡의 “생물에 대한 느낌”은 그녀의 연구를 손상시키거나 방해하기는커녕 자신이 연구하고 있던 염색체들과 그녀가 더욱 가까워지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과학자로서의 그녀의 능력을 강화시켰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염색체들과 함께 일하면 할수록 그 염색체들이 더 커지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 나는 염색체의 내부 구조를 눈으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나는 실제로 마치 내가 바로 거기서 그 염색체들이 마치 내 친구들인 것처럼 느껴져서 놀랐습니다. (…) 이런 것을 관찰하고 있으면 마침내 그것들은 내 자신의 일부가 됩니다. 그리고는 나는 자신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자연과 연결되면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염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린다 진 세퍼드, ‘과학의 여성적 얼굴’





주어진 힌트를 잘 사용해 직관이나 느낌, 보살핌과 수용성 등의 가치가 세계화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결론을 생각한다면 성공이다. 왜냐하면 자연을 수단으로만 보는 과학과 물질문명, 이윤을 위해서는 인권마저도 희생시키는 자본주의는 대단히 직선적이고 일방적인 남성적 가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마]의 논의를 참조하면, 세계화로 인해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변부로 밀려나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했던 여성적 가치를 부활시켜야 한다.

이 여성적 가치와 그동안 남성적 가치로서 절대시돼온 과학을 적절하게 균형 잡는 것만이 자연과 함께 순환하는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 수 있는 해법이라고 도출할 수 있다.

괴테가 말했던 “가장 여성적인 것이 가장 영원한 것”이라는 교훈은 세계화의 폭주로 인해 지구가 몸살을 앓고 인간이 힘들어하고 있는 오늘날 더 절실하게 와 닿는다.

이지나 S·논술 인문 대표강사curitel2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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