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입법예고 긴급 토론회] 소니는 위기, 도요타는 건재…지배구조가 기업 운명 갈랐다

입력 2013-07-17 17:03   수정 2013-07-17 22:49

한경·한경 TV 공동 주최
사회=최완진 한국외대 교수
권종호 건국대 교수 | 김병태 영산대 교수 | 신석훈 한경연 연구위원 | 전삼현 숭실대 교수



“기업 지배구조를 획일적으로 만들려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습니다. 의무조항이 가득한 상법 개정안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는 17일 서울 신길동 한국경제TV에서 전날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재계는 상법개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대주주의 의결권을 위축시키고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게 될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토론회에는 권종호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 김병태 영산대 법대 교수,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다. 한국경제TV는 18일 오후 7시30분~8시30분에 토론회를 방영한다.



집행임원제
자산 2조이상은 사외이사 절반
대주주 경영권행사 침해 우려

▶최완진 교수=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는 반드시 집행임원을 두도록 했다.

▶권종호 교수=이사회는 감독 업무만 하도록 하고 업무 집행은 집행임원이 하도록 했다. 이사회가 감독과 업무 집행을 동시에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해서다. 그러나 이런 ‘자기감독’ 문제는 현행 감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획일화된 집행임원제를 유일한 정답으로 여기는 건 잘못이다.

▶최 교수=기업 지배구조가 집행임원제로 획일화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권 교수=가장 큰 문제는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이다. 오너나 주주들이 정하는 게 아니라 사외이사가 경영자를 선임하게 된다. 현행법상 자산 2조원 이상인 상장사의 이사회는 사외이사를 절반 이상 두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삼현 교수=국내 법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아야 하는데 집행임원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미국과 일본에서조차 기업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 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다.

▶신석훈 위원=미등기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행임원제를 강제 사항으로 둔 것 같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 많은 집행임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게 가능한지 궁금하다.

▶최 교수=1년여 전에 상법을 개정했는데 갑자기 집행임원을 의무화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권 교수=나도 깜짝 놀랐다. 기업 상황에 따라 다양한 지배구조가 나올 수 있는데 집행임원제로 획일화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다. 일본이 집행임원제를 도입한 뒤 대표적 기업인 소니와 도요타는 다른 길을 갔다. 소니는 집행임원제를 채택했고, 도요타는 전통적인 이사회 구조를 고수했다. 알려진 것처럼 소니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도요타는 건재하다. 어떤 지배구조를 선택하느냐가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특정 지배구조를 강요하는 건 문제다. 현행 상법대로 집행임원제를 선택 사항으로 둬야 한다.


다중대표소송제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소송
자회사 독립경영 침해 할수도

▶최 교수=상법 개정안에는 다중대표소송도 포함돼 있다. 자회사 이사들이 잘못하면 모회사 주주들이 손해배상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인데 역시 논란이 되고 있다.

▶신 위원=약자인 소액주주의 권리를 강화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건 권한 남용이다. 자회사 주주들도 있는데 모회사 주주들이 소송을 한다는 건 상법에서 보장하는 법인격을 무시하는 것이다.

▶전 교수=다중대표소송은 양날의 칼이다. 소액주주가 경영자를 감독할 수 있다는 순기능도 있지만 이게 남용되면 기업 경영이 어려워진다. 이걸 막기 위해 미국에서도 자회사 지분 100%를 가진 모회사로만 한정했다. 한국처럼 50% 이상 지분을 가진 모회사로 규정하면 남용될 소지가 크다.

▶권 교수=자회사 주주들은 침묵을 지키는데, 피해 당사자도 아닌 모회사 주주가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건 잘못됐다. 상법 같은 실정법으로 다중대표소송을 도입한 나라는 없다.

▶신 위원=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활동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해 자회사의 독립경영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최 교수=정부는 경제민주화를 이유로 집중투표제도 추진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를 시행하면 어떤 영향이 있나.

▶전 교수=집중투표제가 최대 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사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대주주들 간에 극심한 경영권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미국도 이런 문제가 있어 집중투표제를 실시할지는 기업 자율에 맡기고 있다. 한국도 1997년 외환위기 때 국제통화기금(IMF) 요청에 따라 처음 집중투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필요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결정하도록 했는데 집중투표를 실시하는 상장사는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집중투표제를 강제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도 맞지 않고 주주총회의 기능을 전면 부인하는 행위다.

▶김병태 교수=집중투표제를 시행한다고 소액주주를 대표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소액주주의 비율이 30% 이하로 너무 적으면 아무리 집중투표제를 실시해도 소액주주 편의 이사를 앉히기 힘들다. 이사 임기를 분산해 매번 한 명의 이사를 선임한다면 집중투표제도 효력이 없다. 이사 수나 주주 비율에 따라 집중투표제 영향이 달라지는데 이걸 강제하는 건 문제다.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

▶최 교수=집중투표제가 경영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신 위원=소액주주보다 헤지펀드 같은 투기 집단을 위한 제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헤지펀드가 기업 지분을 확보해 자신들을 대변해줄 이사를 선임해 직간접적으로 경영에 간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헤지펀드는 당연히 기업 전체의 이익보다 펀드 수익률 향상을 위해 당파적 행동을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집중투표제
대주주간 경영권 분쟁 초래
공격적 M&A에 쉽게 노출

▶전 교수=SK그룹을 집중투표제의 대표적 피해 사례로 볼 수 있다. 2003년 소버린이 (주)SK의 2대 주주였는데 시민단체와 결탁해 SK를 압박했다. 경영권이 불안하니 SK그룹은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없었다. 소버린은 주가를 올린 다음 지분을 팔고 나갔다. 이사회를 대립구도로 만드는 집중투표제를 강제로 시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세계에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한 나라는 러시아, 멕시코, 칠레 3개국뿐이다. 일본도 1950년 집중투표제를 도입했다가 회사 경영상 혼란만 일으키자 1974년부터 기업 자율에 맡겼다. 집중투표제를 강행 규정으로 두는 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최 교수=상법 개정안에는 소액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전자투표제도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다.

▶김 교수=전자투표제는 2010년 5월부터 시행됐지만 기업이 자유롭게 채택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그런데 상장사 중엔 이 제도를 도입한 곳은 한 곳도 없다. 그래서 이번에 강제로 전자투표제를 실시하도록 했다. 모든 제도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지 강제 시행하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에 어긋난다. 또 주주들의 의식이 바뀌어야지 전자투표제를 한다고 주주총회가 활성화되는 게 아니다.


전자투표제
해외 상장 기업 50여곳
허용땐 해킹 위험에 무방비

▶전 교수=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주주가 있는 기업이 많다. 해외 증시에 상장한 기업 수만 해도 50여개다. 해외에서 모두 전자투표를 하게 되면 해킹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보안시스템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자투표를 강행하면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최 교수=마지막으로 정리발언 부탁드린다.

▶권 교수=상법은 기본적으로 기업을 위한 법이다. 제대로 정착되려면 이 법을 적용받는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신 위원=증시에 상장하는 걸 기피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공개를 하면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잘 헤아려 상법을 개정해야지 경영권을 규제의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전 교수=상법은 사법이다. 사적 자치를 보장해야 한다.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회사 경영을 공법적 규제로 누르기만 하면 기업의 창의적인 경영활동을 가로막는다.

정리=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집행임원제
의사 결정과 감독 기능을 하는 이사회와 별도로 업무 집행만 전담하는 임원을 두도록 하는 제도. 이 제도가 시행되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는 겸임할 수 없다. 이사회에 집중된 업무집행권과 업무집행감독권을 제도적으로 분리.


▶집중투표제
두 명 이상의 이사 선임을 목적으로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1주마다 선임 예정 이사 수와 같은 의결권을 부여해 이를 특정 후보자 1인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하게 하는 제도. 이사를 뽑을 때 소액 주주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모회사 주주가 불법 행위를 한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는 제도. 자회사 지분을 50% 넘게 보유한 모회사 주주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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