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전 60주년과 北의 무력시위

입력 2013-07-28 17:26   수정 2013-07-28 21:30

정성택 정치부 기자 naive@hankyung.com


18세 나이에 미군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해리 벡호프 씨는 지난 25일 6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다시 찾았다. 그는 버스 안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다가도 믿기지 않는 듯 연신 차창 밖을 내다봤다.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수많은 차들과 고층 건물을 보다가 그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느냐”며 하던 말을 잊어버리기도 했다. 이날 벡호프 씨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오, 세상에(oh, my god)’였다.

미국의 6·25전쟁 참전을 결정했던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의 외손자 클리프턴 트루먼 대니얼 씨도 정전 60주년을 맞이해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유엔군 참전·정전 60주년 기념식이 열린 지난 27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난 그는 “만약 외할아버지가 살아계셔서 지금의 한국을 봤다면 매우 기뻐하셨을 것”이라며 “한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외할아버지가 내린 결정은 옳았다”고 말했다.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6·25전쟁 정전협정 기념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축사에서 “6·25전쟁은 무승부가 아니라 한국의 승리였다”고 규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방한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사촌동생 글로스터 공작을 만나 미국 워싱턴 한국전참전기념비 문구를 인용해 영어로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Freedom is not free)”고 했다. 이름도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 나라로 달려와 희생한 참전 군인들의 고귀한 피땀이 있었기에 6·25전쟁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승리로 귀결됐고, 이게 오늘날 한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한반도 안보 환경은 6·25 발발 당시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정일준 고려대 역사사회학과 교수는 같은 날 고려대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끊임없이 남한을 위협하는 북한과의 ‘끝나지 않은 전쟁’을 되새길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6·25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첸 지안 미국 코넬대 교수는 “6·25전쟁을 잊혀진 ‘승리’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제한된 시각”이라고 지적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어떤 전쟁으로 규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전쟁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6월27일을 ‘전승절’로 기념하고 있는 북한은 대규모 열병식을 갖고 KN-08 장거리 미사일 등을 등장시켜 대대적 무력시위를 벌였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정성택 정치부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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