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는 현란한 기교로 청중을 매료시켰다.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하자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 덕분일 뿐”이라며 비아냥거렸다. 어느 날 그는 외형이 똑같은 가짜 스트라디바리우스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연주가 끝나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켜보던 그는 바이올린을 내팽개치고는 밟아 부숴버렸다.이 일화는 파가니니의 뛰어난 실력을 강조하는 얘기지만, 역설적으로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얼마나 명기(名器)인지를 들려준다. 300여년 전 이탈리아 명장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이 ‘신의 현악기’는 부드러우면서 우아하고 날카로우면서도 명징한 선율로 낭만과 슬픔, 정열의 음색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전 세계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선망하는 제1의 악기다.
신비로운 소리의 비밀이 밝혀진 건 얼마 전이다. 1645~1715년 극심한 한파가 이탈리아를 강타했는데 이 과정에서 성장이 느려진 나무의 촘촘한 나이테 덕분에 미묘한 깊은 음색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스위스 연구진은 한파 속에서 자란 나무처럼 탄성을 높여주는 곰팡이균 배양액을 가문비나무와 단풍나무에 넣고 9개월간 번식시킨 뒤 그 나무로 바이올린을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결과는 놀라웠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진품 스트라디바리우스와 구분하지 못했다.
물론 재료만 좋다고 명품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스트라디바리만의 심미안과 섬세한 감각, 고도의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90 평생에 1000여개의 명품악기를 만들었는데 이 중 바이올린 540개, 비올라 12개, 첼로 50개가 남아 있다. 이작 펄만이나 정경화 등 많은 연주자들이 지금도 그의 악기를 쓴다.
워낙에 고가여서 웬만한 연주자들은 살 엄두도 못 낸다. 2011년 영국 시인 바이런의 손녀가 소유했던 스트라디바리우스는 980만파운드(약 172억원)에 팔렸다. 2010년 뉴욕 경매에서 360만달러(약 39억원)에 팔린 것도 있지만 경매에 나오는 게 거의 없을 정도로 희소하다.
그래서 음악재단이나 예술후원자들이 보유하고 이를 재능 있는 아티스트에게 장기 대여해주는 게 관행이다. 3년 전 런던에서 도난당했다가 엊그제 극적으로 되찾은 김민진의 21억원짜리 바이올린도 그의 재능에 반한 영국 음악애호가가 영구임대해 준 것이다. 샌드위치를 사던 그에게서 악기를 훔친 범인들은 이듬해 붙잡혔지만 악기 행방은 오리무중이었는데, 공범들이 명기의 가치를 모르고 인터넷 카페에서 단돈 100파운드(약 17만원)에 처분하려고 했다니 참, 우습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고….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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