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두산에 1조 쏟은 PEF, ‘빅딜’ 자금회수 난항

입력 2013-08-13 14:31  

두산그룹 PEF 딜 속속 자금 회수 나서
두산산업차량 등 스몰딜 수익률 짭짤…DICC 등 빅딜 실적악화에 고심



이 기사는 07월25일(05:42)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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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그룹에 총 1조원 넘는 자금을 투자했던 사모펀드(PEF)들이 속속 자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과 IMM 등은 삼화왕관 SRS코리아 두산산업차량 지분 매각을 마무리했고, MBK파트너스는 테크팩솔루션(옛 두산테크팩)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계열사에 투자한 지 3~5년 가량 지나면서 잇따라 이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돈을 투자한 두산DST와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DICC) 등은 실적이 크게 뒷걸음치고 있어 PEF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두산그룹 PEF 자금 1조 이상 조달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산그룹이 PEF에게 계열사 지분 등을 매각한 사례는 총 8건에 이른다. 2008년 말 두산테크팩 지분 100%를 MBK파트너스에 넘긴 것을 시작으로 PEF의 투자금 총 1조2700억원을 조달해 유동성 위기를 넘겼다.

2009년 초 롯데에 매각한 '처음처럼'의 주류BG를 제외하곤 사업부문이나 계열사 지분을 PEF에 팔아 유동성을 확보했다. 두산그룹이 유독 PEF와 거래가 많은 것은 경영권을 넘기지 않으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조정 기법을 선호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2009년 6월 선보인 구조조정 팩키지 딜이 대표적이다. 방산업체 두산DST를 비롯해 프랜차이즈업체 SRS코리아, 병마개 생산업체 삼화왕관 등 3개 계열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카이) 지분을 묶어서 미래에셋 PEF와 IMM PE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한 것이다. PEF에 지분 49%만 팔아 경영권을 유지하면서 4000억원 가까운 현금을 손에 쥐었다. 2011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두산산업차량 지분 49%를 스탠다드차타드(SC) PE에 넘겨 661억원을 조달했다.

두산그룹은 2011년 4월 미래에셋PE, IMM PE, 하나대투PE 등 3곳한테서 4300억원의 투자를 추가로 받았다. 이들에게 두산인프라코어 중국법인인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팔았고, 두산캐피탈(옛 연합캐피탈)의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참여를 이끌어냈다.

◆4건의 스몰딜 짭짤한 수익
현재까지 PEF들의 투자 성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미래에셋PEF와 IMM PE는 2009년 패키지 딜로 적잖은 이익을 실현했다. 지난해말 SRS코리아 지분 49%를 810억원에 매각해 3년여만에 100%에 가까운 수익을 챙겼다. 삼화왕관 지분은 2010년 금비에 일찌감치 팔아 40% 가량 수익을 냈다. 카이 지분도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절반 가까이 팔아 투자원금의 64%인 607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보유중인 카이 지분 5%의 시장가치가 1400억원 수준에 달해 100%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

SC PE는 지난달 두산산업차량 지분 49%를 두산에 1075억원을 받고 매각하면서 2년여만에 60%대 수익을 확정했다.

PEF들은 이 같이 삼화왕관 SRS코리아 두산산업차량 등 3건의 지분 매각을 마무리했다. 보유지분 절반 가량 처분한 카이를 포함하면 전체 두산 관련 8건 중에 절반 가량 투자금을 회수한 셈이다. 모두 투자금이 수백억원짜리인 '스몰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빅딜 모두 실적악화…PEF '고민'
이제 남은 두산그룹 관련 딜은 테크팩솔루션 두산DST DICC 두산캐피탈 등 4건이다. 두산캐피탈을 제외하고는 모두 수천억원 규모의 '빅딜'이다. 그동안 짭짤한 수익을 거뒀던 PEF들도 앞으로 남은 딜을 얼마나 잘 파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당 기업의 실적이 모두 좋지 않아 투자원금조차 건지는 것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매물로 내놓은 유리용기 제조업체 테크팩솔루션도 상황이 좋지 않다. MBK파트너스는 2008년 테크팩솔루션 지분 100%를 3920억원에 인수했다. 두산에게 넘겨받은 차입금 1992억원을 포함한 가격으로 실제 현금은 2000억원 남짓 투입했다. MBK파트너스는 테크팩솔루션 인수를 위해 설립한 SPC 대한테크팩홀딩스를 2010년 테크팩솔루션에 합병시켰다. 차입금을 인수회사에 떠넘기는 차입인수(LBO)를 단행한 것이다.

하지만 테크팩솔루션은 영업이익으로 차입 이자를 충당하는 것도 녹록치 않다. 지난해 이자비용(159억원)이 영업이익(155억원)보다 많아 순손실 5억원을 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순손실이 재작년 131억원에서 크게 줄어들어든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차입금을 승계하면서 LBO 방식을 적용했지만 투자원금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3800억 투자한 DICC 적자전환
내년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방산업체 두산DST도 지난해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작년 매출은 6503억원으로 전년보다 28.6% 줄었고, 영업이익은 175억원으로 76.8% 급감했다. 투자 직후였던 2010년 영업이익 1000억원을 거뒀던 수익성이 급감하면서 지분 49%를 보유한 미래에셋PEF와 IMM PE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PEF는 내년 두산DST 실적이 개선되면 두산그룹과 함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해 투자 수익을 높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두산DST 지분 51%를 보유하고 있지만 방산업체에 큰 미련이 없어 내년쯤 PEF와 함께 경영권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PE와 IMM PE의 가장 큰 고민은 DICC(Doosan Infracore China Co) 투자 건이다. 이들은 하나대투PEF와 함께 2011년 4월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매입했다. DICC는 2010년과 2011년 한해 순이익 1450억원씩 내던 알짜 해외 계열사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 침체로 인해 DICC 순이익은 지난해 154억원으로 쪼그라들었고, 올해는 1분기에 34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PEF들은 내년 4월까지 DICC의 기업공개(IPO)를 약속받고 투자했지만 풋옵션 등은 보장받지 못했다.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DICC 경영권을 팔 권리가 있지만 두산DST와 달리 DICC는 두산인프라코어의 핵심 해외 계열사여서 현실적으로 매각이 어렵다.

DICC와 같은 시기에 500억원을 투자한 두산캐피탈은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 1249억원, 순손실 1013억원을 냈다.

한 PEF 관계자는 "두산그룹 '스몰딜' 투자에선 짭짤한 수익을 냈지만 '빅딜'에선 급격한 실적 악화로 손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 회복으로 해당기업의 실적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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