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불가능…국민이 '공동구매'하듯 부담해야"

입력 2013-08-13 17:02   수정 2013-08-14 05:07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국민합의론'강조

정부, 국민 설득작업 부족…장기과제로 점진 증세 필요
성장으로 제도 발전시킨 박정희 대통령 공로 인정을



“증세 없는 복지 확대는 수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50·사진)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세제개편안의 기본 틀인 ‘증세’에 대해 필요성을 강조했다.

장 교수는 13일 오전 서울대 행정대학원 대강당에서 열린 ‘제도와 경제발전’이라는 주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복지사회를 위해 증세가 필수적임에도 세제개편안이 비난 여론에 부딪힌 것은 정부가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이 세금을 태워버리는 돈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증세는 중산층 일부만 짊어져야 하는 과제가 아닌, 국민 모두가 부담해야 하는 문제”라며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 적게 벌면 상대적으로 적게 내는 누진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제개편안의 가장 큰 논쟁거리인 증세 기준선의 적정선을 묻는 질문에 장 교수는 “현재 기획재정부에서 내놓은 세제개편안을 자세하게 뜯어본 상황이 아니라 어느 수준이 옳다고 잘라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45분가량 진행된 강의에서도 증세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장 교수는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10% 정도에 불과한데 이는 핀란드, 스웨덴의 30%에 훨씬 못 미칠 뿐 아니라 복지 수준이 다소 낮은 미국(19~20%)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며 “만약 북유럽식 복지를 원한다면 증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적 합의를 이루는 방안에 대해서는 점진적 증세를 제시했다. 장 교수는 “국민이 복지에 대해 사회적 상품을 ‘공동구매’로 싸게 구매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며 “이런 인식을 바꾸고 장기 과제로 잡아 매년 0.4% 정도 증세를 추진한다면 40년 뒤에는 15% 이상 증세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장 교수는 주제발표와 질의응답 시간에는 경제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은 주류 경제학자가 제도 발전이 경제 발전을 가져온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반대로 경제 성장이 제도의 발전을 가져온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사례로 18세기 후반 영국의 곡물법 폐지와 미국의 남북전쟁을 꼽았다. 경제성장으로 자본가가 탄생했고 결국 지주계급이 무너지는 제도적 변화를 가져왔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제도개혁에도 경제 성장이 큰 몫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우리는 미국의 제도와 원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경제성장의 길을 선택했다”며 “민주주의를 탄압한 문제점도 있었지만 경제성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경제발전을 위해 실용주의적인 제도 도입을 조언했다. 실용주의제도의 좋은 사례로 싱가포르를 꼽았다. 그는 “싱가포르는 얼핏 보면 자유무역, 자유경제로 발전한 나라 같지만 주택의 85%를 공기업에서 공급하고, 대형 항공사 역시 국영기업인 나라”라며 “자본주의냐 사회주의냐, 아니면 신고전학파냐 케인스학파냐 등 한 가지 이론으로 사회를 이끌었다면 싱가포르 같은 나라를 디자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를 교과서에 나온 것 그대로 디자인할 게 아니라 외국에서 모방도 하고, 응용하고 때론 버리면서 제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성장 방향에 대해선 영·미식 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도 후진국도 아닌 애매한 상황인데, 영·미식체제만을 고수해선 향후 동떨어진 나라가 될 수도 있다”며 “애매한 현재 위치를 잘 이용해 다양한 방안을 조율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ng.com




女 반라 사진으로 사전 심사? 무슨 직업이길래
산부인과 男 의사, 임신 20주 女에게…경악
해운대 밤, 아찔한 차림의 男女가 낯뜨겁게…
밤마다 같이 자고 스킨십 즐기던 남매 결국…
차승원 아들 '성폭행' 고소女, 알고보니…충격



[한국경제 구독신청] [온라인 기사구매] [한국경제 모바일 서비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