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 기자 레알겜톡] 색채가 있는 친절한 게임

입력 2013-08-14 07:35   수정 2013-08-14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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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선뜻 대답하기 힘들겠지만, '신작을 믿고 볼 수 있는 작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라고 대답할 것이다. '상실의 시대'부터 꾸준히 그의 작품을 접하면서 그의 상상력과 쿨한 캐릭터들에게 빠져서 한때는 말도 행동도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시크해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키병'에 걸리기도 했다.</p> <p>하지만 이번 하루키의 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가 떠난 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후, 가장 드는 생각은 작품성을 떠나 '불친절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수학 선생님이 학생들이 다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어려운 문제를 술술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왠지 '독자들은 이 장면들에 대해 당연히 이해할 거야. 그러니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한다'라는 느낌을 받았다.</p> <p>굳이 평을 내리자면 '지금까지 하루키 소설의 규칙을 여과 없이 지킨 소설'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루키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등장인물 중 한 명은 꼭 입고 나오는 '치노 바지'와 '예쁘진 않지만 매력 있는' 여자 주인공 등을 찾는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읽어본 사람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다.</p> <p>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도 '친절함'은 필수 요소다. 갑작스럽게 팽창한 스마트폰 게임 시장에서 비게이머들이 게이머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친절한 게임이란 '직관적인 게임'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배우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 레벨이 오르면 스킬을 배울 수 있게 만드는 게임이 친절한 게임인 것이다.
비게이머는 '게임을 접해본 적이 있지만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만, '게임을 전혀 해본 적 없는 사람'도 포함된다. 즉 '당연히'가 없는 사람들을 말한다. 게이머들에게 날아오는 공을 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비게이머는 왜 피해야 하는지 학습되지 않은 상태다. 여기에 생각보다 비게이머들의 상상력은 게이머들의 상상력을 초월한다.</p> <p>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한 지인이 '사촌 여동생이 '외국에서 카카오톡으로 답장 하면 돈이 들지 않냐'며 물었다. 그래서 '아니야. 공짜니까 답장해도 괜찮아'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여동생 왈 '그럼 그 돈은 누가 내주는 거야?''라며 의아한 듯 물었다고 한다. 스마트폰 게임은 이렇게 상상력 넘치는 비게이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더욱 쉽고 친절해야 한다.</p> <p>국민 게임 '애니팡'은 카카오톡 게임하기의 1호 대박 게임이다. 1년이 지난 올해 8월에도 DAU(Daily Activity User) TOP 3위 안에 든 식지 않은 인기를 자랑한다. 그런 인기의 가장 큰 이유는 간단한 게임 규칙과 직관적인 플레이 방식으로 쉽고 친절하기 때문이다.</p> <p>물론 자칭 게이머라면 친절하지 않은 게임도 무난하게 클리어를 가능하다. 오히려 게이머들에게는 과도히 친절한 게임은 가끔 짜증 섞인 SKIP(건너뛰기)을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더 이상 게이머만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장은 커졌고, 게임의 발전을 위해서 비게이머들의 유입은 계속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p> <p>이번 하루키 신작의 '불친절함'에서 오는 아쉬움에서 볼 수 있듯, 더 이상 기본만을 지키는 게임, 친절하지 않은 게임은 감동을 줄 수 없다. 비게이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무한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조건 친절해지자. </p> <p>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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