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맥쿼리 쫓아낸 박원순, 샴페인 터트리기 이르다

입력 2013-08-20 09:46  

운임결정권 갖게 된 서울시,마냥 동결할 수만은 없을 것
MRG 대신 도입한 비용보전방식,되려 재정부담 클수도



이 기사는 08월16일(09:14)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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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맥쿼리. 두 고유명사에 내포된 상징은 꽤나 심오하다.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MB정부의 잔재가 덧씌워진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대립은 다양한 상상과 ‘스토리’를 만들어 내기에 충분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맥쿼리와 대립각을 본격적으로 세운 시기는 2012년 4월이다. 현대로템,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MKIF), 신한은행 등 지하철9호선의 주주들이 기본운임 500원 인상을 ‘협의없이’ 공표하자 박 시장은 즉각 유감을 표하고, 과태료 부과 등 행정조치를 취할 것임을 밝혔다.

이때를 전후해 지하철9호선을 둘러싼 담론은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을 넘나들며 수많은 논란들로 확대 재생산된다. 맥쿼리·현대로템 컨소시엄이 2008년 운영권을 따낼 당시, MB의 특혜를 받았을 것이라는 추론에서부터 맥쿼리 등이 시민의 발인 지하철을 담보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주장에 이르기까지 비판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서울시가 공개 입찰을 거쳐 맥쿼리 등을 선정했고, 당시 이자율을 감안해 30년 운영권을 주는 댓가로 연 10% 가량의 수익률을 서울시가 보장한 것이라는 계약 내용은 부차적인 것으로 도외시됐다.

법원까지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고, 동업자인 현대로템과 신한은행이 ‘포기’를 결정하자 맥쿼리는 1년 여의 대립끝에 운영권을 흥국생명 등 보험사에 매각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7일 기자단을 상대로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 다음달 매각 조건이 최종 확정되면 지하철9호선 사업은 박 시장의 ‘공적’을 상징하는 이정표가 될 게 분명하다.

그렇다면 박 시장은 정말 ‘샴페인’을 터트려도 되는 것일까.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서를 뒤집어 스스로 신뢰를 깼다는 것 외에도 전문가들은 몇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첫번째 의문은 요금이 이대로 동결될 것이냐의 여부다. 이번 협상으로 서울시는 운임 결정권을 가져오기로 했다. 민간 운영권자들이 임의로 요금을 올리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이유에서인데 뒤집어 보면 박 시장 재임 기간에 요금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방안이 서울시에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운임 결정권을 갖게 된 서울시는 앞으로 남은 사업기간(27년) 중 요금 인상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 SOC 전문가는 “기존 계약대로라면 운임은 민간 사업자가 결정하고, 서울시는 뒤에 숨어 있으면 됐지만 이제부턴 서울시가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서울시로선 운임을 올릴 일을 없게 만드는 게 최상이긴 하겠지만 물가 인상률을 감안하면 선택의 순간에 반드시 놓이게 마련이다.

서울시의 재정 부담이 줄어들 것이냐도 논란의 여지가 많다. 서울시는 이번에 운영권자를 바꾸면서 민자SOC 사업의 기본 틀을 MRG(최소수익보장) 방식에서 비용보전(CC) 방식으로 바꿔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MRG 방식이란 쉽게 말하면 매출을 보장해 주는 구조다. 예컨대 예상 매출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이에 미치지 못하면 부족분을 서울시가 메워줘야한다. 이런 계약에 따라 2011년에 서울시가 메트로9호선에 지불한 돈이 414억원이다. 지하철9호선은 서울시가 15년간 MRG 계약을 준수하고, 나머지 15년은 민간 사업자가 알아서 운영하기로 계약했다.

MRG 방식은 양면성을 갖고 있어 사업이 순항하지 못할 땐 주무관청의 재정 부담이 커지지만 매출이 100을 넘게 되면 주무관청은 이익을 환수하도록 돼 있다. 지하철9호선은 이미 교통 예측량의 110%를 달성한 상태다. 시간이 흘러 지하철9호선이 흑자로 돌아설 경우 서울시의 재정 지출이 확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비해 비용보전 방식은 매출과는 관계없이 민간 사업자에 운영비를 보전해주고, 고정 수익률(메트로9호선은 4.8%)로 수입을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운영권을 대여한 30년간 서울시는 채권 이자를 지급하듯 수익을 보전해줘야 한다. 지하철9호선의 경우 서울시는 기준 금리가 오르면 이를 절반 가량 반영하도록 신규 운영자에게 약속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운영권 대여가 종료되는 27년 후에 서울시가 총 지급한 돈이 MRG 방식에 비해 적을 것이냐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박원순 시장의 재임 기간 중엔 서울시는 지불해야할 돈은 분명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보장 수익률을 확 낮춘 덕분이다. 게다가 운임 동결이란 ‘선정’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기준 금리가 오르는 추세이긴 하지만 향후 3~4년 내 급상승할 개연성은 낮다. 하지만 시간 테이블을 10년 이상 장기로 넓힌다면? 결과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예상과 달리 박 시장이 서울시에서 나간 이후 서울시는 이익을 환수할 기회를 놓치거나 운임을 올려야 할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박 시장이 맥쿼리를 쫓아낸 것을 공적으로 삼아선 안되는 이유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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